[통일문화가꿔가기 41] 북 공군을 다룬 장편소설 《붉은 참매》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6/10 [09: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보병전문가가 알아본 비행기의 비밀 

 

근년에는 각종 명목의 에어쇼가 늘 열린다. 2014년에 한국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이 중국 주하이(주해) 에어쇼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가 막판에 비행기제공자인 미국의 반대로 가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블랙 이글”의 T-50 비행기가 뭐 첨단이라고 미국이 그렇게 야단 떠느냐는 비웃는 소리들이 많이 나왔고, 남의 나라에 쥐여 사는 한국 공군을 비꼬는 사람들도 적잖았다. 

글쎄 미국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저지했을 것이다. 에어쇼에 일단 어떤 비행기가 등장하면 숱한 사람들이 달라붙어 구석구석 빠짐없이 촬영하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카카오톡, 위쳇 같은 모바일 교류프로그램들이 보급된 지금은 사진 촬영 즉시 남들과 공유할 수 있어 공업스파이들의 본사나 본부는 남들의 비행기와 기술개진을 재빨리 파악하고 소화하게 된다. 하기에 공개적인 에어쇼에 내놓는 비행기들은 모두 최첨단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에어쇼가 없거나 적고 비행기 접근과 필름 촬영마저 쉽지 않던 시대에는 사람들이 육안으로 관찰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북한) 장편소설의 한 대목을 보자. 공군 부사령관 최성국이 비행련습기재를 담당한 책임기사에게  비행사들이 비행연습기재를 개조하여 비행훈련수준을 한 계단 높이겠다고 나섰다고 말하니, 3개 나라 말을 자유자재로 하는 책임기사는 우습게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발전했다는 나라들에서 현대적인 비행연습기재를 만들어 비행기 3대 값으로 팔아먹는데, 책임기사는 일부 비행사들이 제기한 요구- 비행연습기재에서 훈련할 때 비행기좌석에서 조종간을 움직일 때의 손감각과 같이 느껴지게만 해달라-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그보다 더 나은 개조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행사들이 말입니까?》 

책임기사는 픽 웃음을 지었다. 비행련습기재가 어떤 훈련기재에기에 함부로 개조하겠다고 하는가. 이발도 나지 않고 콩밥을 먹겠다는 식의 타산을 하지 말라는것이였다. 기재를 만들어주면 훈련이나 착실히 하라는것이 그의 웃음속에 비껴있기에 최성국은 부드러운 어조로 타일렀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것도 하나의 예지라고 볼수 있소. 둔재는 설명을 듣고도 모르지만 천재는 피끗 보기만 해도 안다는 말이 있지 않소?

내가 언젠가 군사대학 교원에 대한 이야기를 한적이 있지?》 

책임기사는 당황해하며 눈길을 떨구었다. 

그것은 군사대학의 보병전술교원이 공군전문일군이 보지 못한 비행기의 비밀을 알아낸 이야기였다.... 

군사대표단 성원으로 어느 한 나라의 비행장에 갔던 보병전술교원은 다른 비행기들은 모두 머리부에 있는 안테나가 곧게 펴져있는데 한 비행기의 안테나만은 각도가 약간 아래로 처진것을 보게 되였다. 

(고장났는가? 아니, 고장난 비행기를 정류장에 세워둘수야 없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하며 숙소에 돌아온 그는 대뜸 최성국에게 우리 비행기의 안테나는 각도가 어떻게 되여있는가를 물었다. 

최성국이 의아해서 곧게 펴져있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방향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안테나를 설치하면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대표단성원들은 신중해졌다. 결국 그 나라에서는 우리에게 비행기를 팔면서도 안테나의 비밀은 넘겨주지 않았던것이다. 

《비행사인 나도 눈여겨보지 못한, 약간 아래로 처진 안테나를 어떻게 되여 보병전술교원인 그가 보았겠소? 그에게는 사소한것도 주의깊게 대하는 탐구자의 눈이 있었던거요. 탐구자의 눈이!》 

《중장동지, 시간을 내여 한인철동지네 련대에 내려가 비행사들이 개조하려는 훈련기재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책임기사가 자책속에 대답했다. 

《그래야 하오. 비행사들이 훈련기재를 개조하겠다고 할 때에는 자기들로서의 그 어떤 착상이 반드시 있을거요. 그 싹을 키워주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또 동무들이 만드는 기재를 더 훌륭하게 완성시키기 위해서도 그런 싹을 놓치지 말아야 하오. 

난 비행사들이 직접 발기했기때문에 비행훈련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문제점들이 있을것같이 생각되오.》 

《알았습니다.》”(《붉은 참매》 131~132쪽)

 

소설 제목은 《붉은 참매》(조수희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16년 4월, 407쪽)이다. 

 

▲ 북 장편소설 《붉은 참매》     © 자주시보,중국시민

 

북의 “자폭영웅” 본보기 길영조 

 

소설의 주인공은 “조선인민혁명군 사령부 기관총분대장의 아들” 최성국이 아니라, 공화국영웅 길영조 (1963. 5. 21 - 1992. 12. 23)다. 조선의 자료에서는 이렇게 소개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이다. 

평양시 사동구역의 군인가정에서 출생하였다. 

소학교과정을 마치고 1979년 3월에 중화군 초현중학교를 졸업한후 아버지의 대를 이어 군복을 입고 조국의 안녕을 지킬것을 결심하고 조선인민군대에 입대하였다. 

1983년 8월에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비행사로 되였다. 

1992년 12월 23일 비행중에 있던 그는 뜻하지 않은 정황이 생겨 지휘관으로부터 배행기에서 탈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탈출하면 자기는 살수있으나 비행기가 주민지역에 떨어지면 인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수 있다는것을 먼저 생각한 그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기수를 바다쪽으로 돌림으로써 자기의 희생으로 인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였다. 

김정일령도자께서는 그의 영웅적소행을 높이 평가하시여 그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하도록 하시였으며 그가 다니던 중화군 초현중학교를 길영조중학교로 부르고 그 학교에 그의 반신상을 세우도록 하시였다.”

 

길영조는 1990년대 초중반에 엄청 많이 선전되었는데 예술영화 《비행사 길영조》에서는 바닷가도시에 설치된 김일성 주석의 동상에 부딪치지 않기 위해 기수를 돌린다고 그려지고, 뒷날에는 김정일 지도자가 사고 당시 현장에서 비행기의 움직임을 쳐다보았음이 알려졌다. 그리고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돌에 즈음하여 진행된 대규모열병식 보도에 “인민공군의 력사와 전통을 이어오며 길영조와 같은 수령결사옹위투사들을 배출한 김책공군대학종대들”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길영조가 김책공군대학 졸업생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소개에 나오는 “비행학교”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만. 

길영조는 “자폭영웅”의 본보기로 간주되는 외에 남긴 시가 노래로 만들어져서 널리 불리면서도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출격이다 출격이다 나의 매들아”로 시작된 《비행사의 노래》는 “우리의 날개우엔 태양이 있고 우리의 날개아래 평양이 있다”가 핵으로 꼽힌다. 

 

▲ 길영조 작사 안정호 작곡 《비행사의 노래》 악보     © 자주시보,중국시민

 

이밖에  《비행사의 노래》만큼 유명하지는 않으나 길영조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노래도 한 수 있다. 한희세 작곡 《가장 빛나는 별이 되리라》이다. 

 

1. 우리 새겨온 비행구름은 아직 몇줄기 없건만 

나의 비행사 제일이라고 불러주신 우리 장군님 

그 믿음을 안고 저 하늘을 날면 

나의 은빛날개 별로 빛나네 

(후렴) 

아 태양과 가까이 빛나는 별이 되리 

 

2. 저 하늘엔 국경도 없고 철조망도 없건만 

우리는 오직 장군님 위한 신념의 항로만 나네 

땅우에서 받은 우리들의 삶을 

하늘에서 빛낼 맹세 불타네 

(후렴) 

 

3. 사랑하는 내 조국위해 바쳐진 위훈없이는 

보금자리로 갈수 없는 장군님의 비행사라네 

싸움에서 이 몸 천만쪽이 나도 

은빛꽃보라로 뿌려지리라 

(후렴) 

 

길영조는 선전자료, 예술영화, 시와 노래 등을 통하여 조선에서 너무나도 잘 알려졌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또한 공군부대를 시찰할 때와 2014년 4월 조선인민군 제1차 비행사대회에 참가할 때 길영조의 아들 길훈을 만나보고 격려하여 길영조의 유가족들이 어떻게 보내느냐도 널리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길영조를 주인공으로 하는 장편소설 창작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어떤 내용들을 골라 어떤 문제점들을 틀어쥐고 어떤 인물형상들을 그려내겠느냐가 난제로 나서기 마련이다. 저자 조수희는 인민군 공군의 모습을 생동하게 그려내기 위하여 노력했고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보병전문가가 비행기의 비밀을 파악했다는 간단한 일화의 적재적소 사용이 바로 작가다운 솜씨를 보여준다. 

 

저자의 의도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만, 필자가 보고 느낀데 따라 내용을 4가지로 분류하여 소개한다. 

항공모함 타격 방법. 

비행사들의 건강문제. 

비행기와 비행기재의 개조와 정비, 보수. 

인간문제. 

 

항공모함 타격방법 

 

소설에서 주인공 길영조가 제일 많이 연구한 건 항공모함 타격방법이다. 민항부문에서 자신을 데려가련다는 소식을 받은 뒤 그는 자신이 미처 실제 동작으로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우선 자료적으로라도 완성하려고 마음 먹는다. 어느 날 새벽에 아내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꽃무늬양산을 아내의 머리맡에 펼쳐놓고 탁상등을 켠다. 

 

“머리속에 수많은 적기와의 공중전투가 그려졌다. 최신형비행기를 가지고 있다고 우쭐대면서 먼거리타격을 노리는 놈들에게 버릇을 가르치려면 그에 맞는 타격방법이 연구되여야 하는것이다. 

어떻게 해야 불의에 접근하여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명중타격을 안길것인가? 제공권을 제놈들이 장악했다고 으시대는 적들에게 붉은 매의 맛이 어떤가를 보여주려면 방법이 새로와야 하는것이다. 

각이한 전투조법을 종이에 그려나가던 그는 립체전의 요구에 맞게 적항공모함도 단독으로 타격할수 있다는 방향에서 연구를 심화시켰다. 정세가 긴장해지면 항공모함을 끌어다놓고 《위협》하는것이 미제침략자들의 상투적인 수법인데 그것이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것을 명심하게 해야 하는것이다. 항공모함. 

영조는 주먹을 억세게 틀어쥐였다. 하늘에서 달려드는 적기 못지 않게 피를 끓게 하는 타격대상이였다. 

물속에는 잠수함을, 물우에는 순양함과 구축함을 비롯한 대소함선의 어마어마한 호위를 받으면서 바다의 제왕처럼 행세하지만 까버리기만 하면 단번에 백여대의 적기를 없애는것으로 된다. 

하지만 수많은 포와 백여대의 함재기를 가지고있어 철저히 준비하지 못하면 접근하지 못하고 바다에 수장될수 있다. 그러나 접근하여 약점을 효과적으로 리용하면 그 모든 《위용》을 머저리로 만들수 있다.  

함재기만 놓고보아도 수량은 백여대가 되지만 활주로는 하나뿐이니 그 무리속에 끼여들어 리착륙질서만 헝클어놓으면 혼잡이 조성되는것이다. 연유가 떨어진 함재기들은 약먹고 죽는 파리새끼처럼 저 혼자 바다에 곤두박힐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연구하던 항공모함타격방법에 단독비행을 배합하여 감쪽같이 접근하면?... 

가능하다! 생각만 해도 희열이 가슴에 넘치고 온몸에 힘이 솟는다. 

영조는 각종 비행기와 항공모함의 자료 그리고 지금까지 그를 타격하기 위해 연구되였던 전투조법을 머리속에 그려보며 학습장에 필요한 글을 적었다.”(56~ 57쪽) 

 

아내 리선경이 말을 거는 바람에 정신을 차린 길영조가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었다. 이날 “이착륙질서 교란”에 착상한 길영조는 그후 전투조법을 점점 심화시킨다. 

활주로가 하나라는 점을 이용한 전투기습격의 가능성여부는 문외한인 필자가 판단하지 못한다만, 뒷날 인민군 비행사들이 항공모함도 우리가 까겠다고 외치는 선전화들이 제작되고, 무슨 대회에 비행사들이 나와서 항공모함을 까려던 출격준비를 언급하면서 항공모함타승 자신심을 드러낸데 비춰보면 인민군 비행사들은 자신의 힘으로 항공모함전단을 타승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항공모함을 타격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미사일 공격이라고 알려졌고 “항모 킬러” 따위 별명이 붙은 미사일들도 나왔다. 조선이 연구제작하는 미사일들 중에도 당연히 지대함 그것도 항공모함을 목표로 하는 미사일들이 있을 것이다. 허나 지대함 미사일들이 아무리 발달하고 수량도 많다더라도, 전투기 비행사들로서는 항공모함을 남들이 타격하기나 바라면서 손 놓고 구경할 리 없는 법이다. 

중국은 현재 2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했는데 함재기의 이착륙훈련이 가끔 보도된다. 허나 비행사들이 단순한 이착륙만 하지 않고 그 기회에 항공모함 타격훈련도 하리라는 건 중국인민해방군의 역사와 사고방식을 좀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은 항공모함 실물을 다룰 기회가 적으나 반면에 자료수집과 컴퓨터모의환경타격훈련 등에 피타는 노력을 기울이리라는 것도 인민군 공군의 역사와 처사방식에 근거해 추정할 수 있다. 

 

비행사들의 건강을 위해 

 

소설은 “바다쪽 하늘에서 발동기소리가 들려오자 비행사 길영조의 안해 리선경은 집에서 나와 손채양을 하고 하늘을 쳐다보았다.”(3쪽)는 구절로 시작된다. 감기에 걸린 남편이 아침에 비행하겠다고 고집하면서 나갔기 때문이다. 리선경은 감기 걸렸을 땐 수직강하를 40미터만 해도 고막이 터진다면서 걱정하고, 길영조는 오늘 훈련에 수직강하가 없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달랜다. 부부의 가벼운 쟁론으로 드러나는 제도가 흥미롭다. 

 

“이윽고 집을 나서던 남편이 갑자기 되돌아섰다. 

아마도 《생활통》의 통보쪽지때문인것 같았다. 두끼나 식사를 제대로 못했고 밤에는 열이 있어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고 써놓으면 아무리 비행기를 타고싶어도 안된다는것을 너무도 잘 아는 남편이였다. 

선경은 그의 심정이 리해되여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쪽지는 제가 잘 써넣겠어요.》 

하지만 남편은 미타한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내가 쓰겠소.》 

또 고집이 시작된것이다. 

《당신은 언제부터 안해말도 믿지 않는 사람이 됐어요?》 

방안으로 따라들어가며 선경이가 볼부은 소리를 했지만 길영조는 들은체만체 책상에 마주앉아 글쪽지를 썼다. 

선경은 어처구니없어 입술을 깨물며 남편을 바라보았다. 

저럴 땐 신통히도 아들 훈이와 꼭같다. 그래서 때로는 아들과 《싸우다》 제풀에 웃어버리기도 한다. 

길영조는 쪽지를 접어 비행복바지주머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하오. 오늘은 어쩔수 없구만.》 

안해의 어깨에 두손을 올려놓고 영조는 그를 마주보며 싱긋 웃었다....  

그렇게 출근한 남편이였다. 

대체 무슨 일이 계획되여있었기에 그처럼 고집을 부렸을까?”(5쪽)

 

그러니까 결혼한 비행사들은 아내가 남편의 건강상태를 써서 “생활통”에 넣고 그 내용이 비행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는 모양이다. 미혼 비행사들은 그저 건강검진만 받는지 소설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아무튼 가족이 비행사의 비행에 그런 방식으로 관여한다는 건 무척 재미있고 효과적인 제도라고 해야겠다. 괜히 바가지를 긁는 현상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길영조는 계획했던 대렬기비행사 박일운과의 쌍기훈련을 하지 못한다. 박일운의 수준을 높여주는 것은 육체적부담이 최대에 이르는 항공모함타격방법의 연구성공여부와 직결된다. 길영조는 건강검진을 할 때 몸에 있는 열이 나타날것 같아 체온계를 겨드랑이에서 조절하면서 신경전을 벌렸고 머리를 기웃거리던 군의소장이 정상이라고 하기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는데, 훈련에 들어갈 대목에 이르러 갑자기 연대장 천룡익이 중지시킨 것이다. 정치위원 한인철도 오늘만 하고 그만둘 훈련도 아닌데 건강관리를 잘하라고 말한다. 길영조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비행훈련을 중지하라는 련대장의 명령을 받고 지휘소에서 내려올 때 계단밑에 서있다가 자기를 힐끗 곁눈질해보던 군의소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슨 일인가를 저지르고 시침을 뻑 따는 능청스러운 기색이였다. 

그렇다면?... 

근심에 잠겨 아침에 자기를 배웅해주던 안해의 얼굴이 엇갈려 눈앞에 확 살아났다. 

영조는 무릎을 쳤다. 자기가 집을 떠난 다음 선경이가 그의 건강상태를 다시 적어 《생활통》에 넣은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군의소장이 그 쪽지를 가져다 련대장에게 바친것이다. 내가 왜 그걸 타산하지 못했을가? 

혹시나 해서 통보쪽지를 직접 써서 《생활통》에 넣을것까지는 예견했는데 그뒤에 변경될수 있다는것은 고려하지 못하였다.”(12쪽)

 

결국 이날 길영조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박일운은 연습기에 올라 엄격하기로 소문난 연대장의 판정을 받는데 성적이 좋지 않다. 하여 전날 박일운이 복잡비행(구름 속 비행) 훈련준비가 다 되었다고 보고했던 길영조도 거짓말을 한 셈으로 되었다. 계획대로 우선 박일운이 손풀이를 하도록 비행했더라면 일이 그 정도로 잘못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래저래 맥이 탁 풀린 길영조는 아내가 원망스러워 집에 와서 투덜댄다. 리선경은 억울해나 자신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남편이 이렇게 믿지 못할 줄은 몰랐다면서 앞치마로 눈굽을 닦는다. 어린 아들애 길훈이도 엄마말이 진짜라고 보증해 나선다. 길영조는 쓴 입을 다신다. 

이튿날 책임비행사 최만호의 조언에 따라 군의소장을 찾아간다. 

 

“《어떻게 왔소?》 

치료실 책상앞에 앉아 무엇인가를 쓰던 군의소장이 영조가 들어서자 의자를 권하면서 물었다. 

《<항복>하러 왔습니다.》 

영조는 의자에 앉으면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항복>이라니?》 

군의소장은 안경을 벗으며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눈섭을 쭝깃하였다. 

《어제 비행훈련을 중지시킨거 있지 않습니까?》 

《엉?!》 

순간 군의소장은 손으로 책상을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벙글거리는 그의 얼굴에는 자기에 대한 만족감이 넘쳐흐르고있었다. 

《뛰는 놈 우에 나는 놈 있나는 말을 알테지?》 

군의소장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듯 입을 꾹 다물며 위엄을 돋구었다. 

《글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도 함께 압니다.》 

《옰소. 나무에서 떨어졌지. 우리 간호원동무가 가족들의 글씨까지 기억하고있는줄은 몰랐겠지?》 

《예?!》 

《무엇 때문에 통보쪽지를 안해가 쓰지 않고 남편이 썼겠는가? 이건 명백하거든. 게다가 동무의 체온은 정상이였지만 맥박은 빨랐소. 검열기(몸의 중심을 어떻게 유지하는가를 검열하는 기계)에 올라겄을 때도 긴장해하는것이 알렸거든. 그러니 결과는 명명백백했던거요. 

이 군의소장이 샬로크 홈즈 못지 않다는걸 알아야 돼!》 

배를 내밀며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는 군의소장의 얼굴음 범잡은 포수마냥 의기양양했다. 

아차! 영조는 입술을 깨물었다. 《청진기》를 집에서 찾지 말고 자기에게서 찾으라고 하던 안해의 말이 귀전을 쳤다. 

그렇다고 맥없이 물러설수가 있는가? 

영조는 짐짓 태연한 기색을 지으며 맞받아 공격을 했다. 

《한 60프로는 맞는데 40프로는 틀립니다.》 

《틀리다니? 그건 무슨 소리요?》 

자신만만해하던 군의소장이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어딘가 당황해하는것이 알렸다. 

영조는 내심 흡족하여 빙긋 미소를 지었다. 

《글은 훈이 엄마 손이 젖었기때문에 내가 썼습니다. 그러니 글씨를 가지고 비행사의 생활을 넘겨짚다가는 발목이 부러질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몸이 좀 지긋지긋했던것은 사실이구요.》 

영조는 더 말하다간 또 다른 약점이 잡힐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영조동무...》 

무엇인가 더 할 말이 있는듯 군의소장이 불렀으나 영조는 얼른 밖으로 나와버렸다.”(57~ 59쪽)

 

이 대목에서 필자는 군의소장의 관찰능력에도 감탄했지만 간호원의 정성에 감동됐다. 평범한 일터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하여 부대의 비행무사고를 위해 기여하더라도 무슨 영웅이 될 가능성은 없건만, 간호원은 숱한 비행사들의 가족들의 글씨까지 다 익혀두었다가 이상한 변화를 소장에게 보고했다. 이런 전문성이야말로 인민군의 전투력을 받쳐주는 요소가 아닐까? 

소설에는 비행사들의 건강에 대한 내용이 곳곳에 나온다. 리선경의 말에서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비행사의 건강은 곧 전투준비라고 말했음(57쪽)이 알려지고, 또 예전에는 여름에 전투근무를 서면서 비행기 좌실에 앉아있으면 엉덩이아 발이 늘 젖어 종처까지 생겼는데, 김일성 주석의 배려에 머리 위에는 직일양산이 펼쳐지고 선풍기까지 돌아간다고(60~ 61쪽) 변화가 강조된다. 

뒤에 가서 정세가 긴장되니 길영조를 비롯한 비행사들이 전투기 곁을 떠나지 않는데,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공군사령부 일꾼들을 만나 비행사달의 휴양을 중시키신 건 잘못이라면서 《휴양조직문제를 단순히 실무적으로 대하지 말고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집행하는것으로 간주하고 책임적으로 실천하애 한다고 거듭 강조》(269쪽)한다. 하여 총참모부 검열판정에서 우수한 성적을 쟁취한 3대혁명붉은기 비행3대대가 제일 먼저 가족들과 함께 휴양을 가게 되고 다른 대대 비행사들이 길영조네를 축하한다. 

 

“영조네 중대비행사들은 모두 뜻밖에 차례진 이 영광앞에서 어쩔줄 몰라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없이 서로 바라보며 벙글거리기만 했다. 지금까지 가족휴양을 여러번 갓었지만 이번 휴양은 의미가 류다른 것이였다. 

길영조는 방금전 근무를 서면서 무더위에 지친 나머지 바다물에 풍덩 뛰여들면 얼마나 좋으랴 했던 생각이 되살아났다. 

*** ***께서 어쩌면 우리 비행사들의 마음속까지 헤아려보시고 이렇듯 세심한 배려를 돌려주신단 말인가! 가슴이 뜨거워짐을 금할수 없엇다. 

그러나 영조는 모르고 있었다. 

***께서 경치좋은 곳에 래일 가게 되는 비행사휴양소와 대비도 할수 없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비행사휴양소를 일떠세우실 구상을 하고계시며 그 구상이 몇해후 우리 인민이 미제의 책동으로 력사에 류례없는 고난의 행군을 겪는 속에서도 세상사람들이 보란듯이 솟아나게 될것을 그는 물론 아직은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270쪽)

 

이밖에 겨울철 눈치기에서도 비행사들은 제외된다. 

 

“선경은 비행사가족들과 함께 눈가래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어디라없이 많은 눈이 쌓여있어 사람들은 앞선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짚으며 걸었다. 그러다보니 잠간사이에 여기저기로 전호처럼 뻗어나간 외통길이 생겼다. 활주로에서 시작된 이 외통길《전호》 는 자기 마을, 자기 구분대를 향해 곧바로 뻗어나갔다. 활주로에서 멀어질수록 《전호》들은 설피여졌다. 마침내 지휘부청사앞에 이르러서는 정문으로 뻗어나간 한가닥의 길만 남았다. 

그 길로 가족들이 터벅터벅 걸었다. 신발과 옷이 젖어 꾸둑꾸둑 언 그대로이다. 

선경이가 피곤한 몸을 이끌며 정문을 못미쳐 군인회관앞에 이르렀는데 비행사들의 출근이 시작되였다. 부대에서는 아무리 인원이 없고 긴장해도 비행사들에게는 눈치기를 시키지 않았다. 비행사들을 아끼고 돌봐주는데도 있지만 충분한 휴식은 경상적전투동원준비의 하나라는 원칙적요구가 있었다. 

가족들은 《전호》에서 물러나 생눈속에 비켜서면서 비행사들이 지나갈수 있게 외통길을 내주었다. 군관들과 초기복무사관들까지 모두 눈치기에 동원되였으니 마주오는것인 신통히 비행사들뿐이였다. 겨울용 밤색가죽비행복을 입고 한명 또는 두세명씩 걸어오는데 그칠만 하면 또 나타났다. 가족들은 비켜섰다가는 가고 그러다가는 또 비켜섰다. 

연방 꼬리를 문 비행사들때문에 몇발자국 나갈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새롭게 또 다른 길을 낼 힘도 없었다. 

끝내 그들은 더 걷기를 단념하고 생눈우에 비켜선채 노근해진 몸을 주저앉혔다. 비행사들의 출근이 끝날 때까지 휴식이나 하자는것이였다. 너나없이 몸이 땅속으로 잦아드는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입이든 손이든 놀리는것이 아낙네들이다.”(384쪽)

 

이런 대목을 보고 제설차마저 갖추지 못해서 여자들까지 동원해 눈을 친다고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비꼴 사람도 있겠으나, 비행사들을 최대한 아끼는 조치는 가치를 인정해야 되지 않겠나 싶다. 

 

비행기와 비행기재의 개조와 정비, 보수. 

 

비행사들의 건강이 전투비행을 위한 육체적 조건이라면 비행기와 비행훈련기재는 전투력 제고의 물질적 조건이다. 훈련기재개조는 앞에서 언급했던 바인데, 20여 년 뒤의 지금에 와서는 훈련기재들의 성능과 진실상황접근정도가 엄청 높아졌으리라 짐작된다. 한국 언론들은 걸핏하면 “북한 공군”이 기름 부족으로 1년 치고 얼마 훈련하지 못한다고 비꼬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한 대형군사훈련이나 원산 에어쇼 등에서 인민군 공군이 보여주는 비행능력 특히 저공비행능력은 놀라울 지경이니, 인민군 공군은 모의훈련비중이 다른 나라 공군보다 높다고 추측할 수 있겠다. 

소설이 보다 많이 다룬 건 당연히 비행기다. 길영조가 박일운을 교양하는 대목에서 비행기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다. 

 

“《동무도 우리 비행기 한대값이 얼마인지 알지?》 

《예.》 

《그렇소. 모두가 알고있소. 온 대대가 한생을 먹고도 남을 쌀값이요. 인민들이 아글타글 애를 써서 번 돈으로 마련된 귀중한 비행기들인데 그것이 열배, 스무배의 위력을 나타내게 하자면 우리가 그만큼 준비되여야 할게 아닌가. *** ***께서 우리 비행장에 찾아오시여 동무들은 한대의 적기도 조국의 푸른 하늘에서 날치지 못하게 준비되여야 한다고 직접 가르치심을 주시였는데 그 집행에 너도나도 모두 땀과 열정을 바치는거야 너무도 응당하지 않은가! 동무도 <푸에블로>호사건때 미국놈들이 우리 앞바다에 항공모함을 끌어다놓고 매일 함재기를 띄우며 얼마나 못되게 놀았는가를 알지? 다시는 그따위짓을 못하게 해야 될게 아닌가!》”(108~ 109쪽)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비행기가 고공에서 이상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길영조가 항공모함타격방법의 한 개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주도기(편대장기) 903호에 가력(속도를 증대시키는 장치)를 연결하고 초음속비행을 하다가 2만 미터 상공에서부터 기수를 대지에 돌렸는데, 따라오던 대렬기 901호가 1만 6천 미터 상공에서 “퉁”하는 무거운 소리를 낸다. 박일운은 처음 듣는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계기를 보니 발동기회전이 떨어지고 발동기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며 비행속도가 사정없이 낮아져 음속아래로 내려간다. 

 

“당황해난 일운은 다시 발동기게기를 보았다. 틀림없다. 고요하다. 발동기가 멎은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졌다. 

어떻게 한다?... 이럴 때는 비행기를 버리고 탈출하게 되여있다. 그렇다!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 방법밖에 없는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끝없이 넓고 검푸른 바다가 펼쳐져있다. 

일운의 손은 저도모르게 비행기의 사출손잡이를 잡았다. 그것을 당기면 0. 5초사이에 천개문이 튀여나가면서 자기는 의자와 함께 비행기밖으로 뿌려지는것이다. 그다음 의자는 떨어지고 락하산이 펼쳐진다. 고무배가 몸에 붙어있으니 바람만 불어넣으면 된다. 어디에 떨어질가? 망망대해에 있으니 락하산을 조종해갈만한 곳도 없다. 

《새매 318, 무슨 일인가?》 

수화기에서 문득 주도기인 영조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때야 일운은 자기가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에 대한 생각으로 주도기를 감감히 잊고있었다는것을 알았다. 결국 자기가 제대로 따르지 못하니 이상하여 묻는것이였다. 

일운은 발동기가 정지되였다고 말하려다 아직 비행기의 속도도 있고 고도도 높다는 생각이 들어 《아니다.》 하고 주도기를 안심시켰다. 

재시동을 걸어보고 사출을 결심하자. 

일운은 행동방향을 머리속에 그려보면서 비행체제를 맞추어나갔다. 

비행기의 고도는 사정없이 떨어졌다. 만메터, 9천메터, 8천메터...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던 구름이 가가워졌다. 저 구름속에 들어가면 비행기는 들출것이고 방향을 잡기도 힘들어진다. 일운은 구름을 피하면서 최대로 륙지에 접근할수 있도록 기수를 돌렸다. 그러는 사이에 속도여유도 고도여유도 없어졌다. 지휘소에 보고를 하고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길밖에 더는 없었다. 

일운은 라지오송신단추를 누르면서 《발동기정지.》하고 보고했다. 그런데 자기의 소리가 이상하게 찌르륵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지휘소에서는 대답이 없다. 그와 비행기의 속도를 조절하던 영조가 놀란 소리로 《발동기정지란 무슨 말인가?》하고 공개파장을 날렸다. 그제서야 지휘소에서는 박일운이 타고있는 901호기가 잘못된것을 알고 소동이 일어났다.  

《새매 318, 침착하라! 계기를 보면서 재시동하라!》 

지휘소의 웨침이 고막을 쳤다. 걱정속에 당황해하는것이 알린다. 

일운은 정신을 가다듬으모 침착하게 발동기계기를 다시 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계기는 발동기가 돌아가는것으로 표시되여있었다. 

발동기가 돌아가다니? 아까는 멎지 않았는가? 

일운은 후두둑 뛰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귀를 강구었다. 공기를 빨아들이는듯한 솨아- 소리가 약하게 들렸다. 가력을 넣었을 때의 큰 소음이 갑자기 끊어지니 공기의 흐름소리같은 미세한 발동기소리가 미처 들리지 않은것이였다. 다시말하여 발동기가 멎은줄 알고 당황해하다보니 계기를 똑바로 보지 못한것이 분명했다. 

발동기가 돌아간다! 됐다. 탈출할 필요가 없다. 

미칠듯한 기쁨이 온몸을 태워버릴것처럼 타올랐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러니 가력에 의해 속도가 증가될 때 그 어떤 원인에 의하여 가력이 완전차단된것이다. 

《발동기 정상이다.》 

일운은 곧 지휘소에 보고하고 다시 비행고도를 높이였다. 몇십초사이에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몸이 끈적끈적하였다. 앞서가던 주도기에서 영조가 돌아보며 손을 들어준다. 그것은 수고했다는 고무였다. 

비행기시계를 보니 기지로 돌아갈 시간이 되였다. 비행장에서 보내는 향도무전기의 전파를 따라 자동무전라침판의 바늘이 움직이고있다. 

일운은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비행장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저 멀리 비행장이 보인다. 정다운 도시도 한눈에 안겨온다.”(124~ 126쪽)

 

두 사람은 안전하게 착륙하고, 영조가 발동기정지란 무슨 소리냐고 급히 묻는다. 

 

“순간 일운은 중대장의 어개너머로 키가 큰 대대장을 보았다. 무엇인가 머리를 치는것이 있었다. 중대장의 주장으로 항공모함타격방법에 대한 견해상일치를  겨우 보고 첫 분류별동작을 비행훈련으로 실행해보았는데 이렇게 말썽이 생기였으니 이제 그 집행에서 더 복잡한 문제들이 제기될수 있다는것이였다. 그러지 않아도 전번 비행생활화판정을 받으면서 자기때문에 대대장과 중대장사이에 얼굴을 붉히며 말이 오고갔는데 다시 그런 일이 나타날수 있었다. 더우기 가력이 저절로 차단되였다는것은 비행기의 기술정비에서 결함이 있었다는것을 의미하는데 그 내용을 기술작업일지에 적어놓으면 비행사들을 위해 밤낮없이 수고하는 기술정비성원들의 노력이 《령》으로 평가되는것이다. 

그 어떤 예감이 들었는지 901호기의 비행기수가 얼굴에 불안한 기색을 짓고 일운을 주시해보고있었다. 

일운은 비행기가 고장났댔다는것을 문건으로 남겨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글로 적어놓으면 고장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퇴치하였다는것을 그아래에 적어놓기 전에는 비행기가 뜨지 못하게 되여있기때문이였다. 이것은 자기의 륜전기재를 가지고있는 자동차운전수와 달리 고정된 자기 비행기가 없고 정비가 된 임의의 비행기를 타고 훈련을 하는 추격기비행사들에게 있어서 심중한 문제였다. 축구선수의 능력에 따라 공이 다르게 움직이는것처럼 아무리 비행기정비가 완전무결하다 해도 그를 조종하는 비행사의 능력에 따라 비행기의 성능이 다르게도 나타나기때문이였다. 이제 가력이 저절로 차단되였다고 하면 즉시 검열이 조직되고 확인하기 위한 시험비행도 진행되겠는데 만약 거기서 다른 결함이 나타나지 않으면 비행사의 조종술이 낮은것으로 평가되면서 역시 햇내기는 어쩘수 없다고 할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복잡비행판정과 비행생활화판정시험에서 소문을 낸 자기가 또다시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찍게 되는것이다. 

착각이라고 하자. 그것이 제일 무난하다. 성층권에서 벌어진 일이니 얼마든지 그렇게 말할수 있다. 그 높이에서는 글을 써도 운명직전의 사람이 쓴것처럼 글씨가 찌글찌글하게 되는데 무슨 일인들 없겠는가? 유능한 비행사들에게도 생기는 생리적현상을 신입비행사가 순간적으로 범했다고 누가 나무랄 사람도 없다.  

일운이가 중대장에게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대대장 차영환이 다가서면서 같은 질문을 했다. 

《발동기정지란건 무슨 소리요?》 

《착각했습니다.》 

일운의 대답에 영조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착각? 그런데 비행기가 실질적으로 속도가 떠지지 않았소?》 

믿어지지 않는지 길영조가 따지고들었다. 

《왜서인지 손발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발동기계기도 정지된것처럼 보였습니다.》 

일운은 속으로 진땀을 흘리며 다시금 거짓말을 했다. 

《훈련 들어가기 전에 어데 아픈데는 없었소?》 

대대장은 걱정이 되는지 일운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없었습니다. ... 가슴이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이때 지휘소에서 일운이를 찾는다는 련락이 왔다. 벌서 검열료해사업이 시작되는것이다. 

일운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대대장과 함께 정류장을 떠났다. 머리를 짓숙이고있던 영조가 인차 그들의 뒤를 따랐다.”(127~ 128쪽)

 

비행사가 비행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쓰면 기술정비성원들의 노력이 “영”으로 평가된다는 대목에서 필자는 언젠가 한국 “블랙 이글”팀의 비행기가 추락하고 조종사가 사망하니, 정비사가 자살했던 일이 떠올랐다. 조종사와 정비사의 관계란 참으로 미묘하다. 

중국에서는 신형비행기 연구제작에서 반드시 공중에서 발동기를 정지시켰다가 재시동하는 시험을 진행하는데 가장 위험한 시험으로 인정되고, 또 비행부대들의 비행사들의 사적 가운데서도 “공중에서 발동기 정지(空中停车)”사고를 몇 번 성공적으로 처리하였다는 게 커다란 업적으로 꼽힌다. 규정에는 탈출하도록 되어있고 지상지휘소도 탈출을 권하지만, 중국 비행사들은 비행기를 몹시 아끼기에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비행기를 살리려고 재시동을 거듭해보는 것이다. 또한 그런 시도가 성공하여 부대에 배치된 국산신형전투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면 얻어내는 데이터의 가치를 이루다 헤아릴 수 없다 한다. 

박일운은 재시동 시도가 없이 발동기가 다시 돌아가는 바람에 얼떨떨해났고 앞뒤로 재는 것이 많다나니 거짓말을 연속 했는데, 그 때문에 복잡한 문제들이 생겨난다. 이론상에서 발동기가 돌아가면 가력이 차단될 리 없으므로 비행사와 기술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유능한 기술자들이 비행기를 뜯어보니 아무런 문제도 없고 다른 비행사들이 비행기를 몰고 날아보니 역시 정상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과학의 집합체이고 원인 없는 결과란 있을 수 없다고 믿는 길영조는 비행기의 철저한 조사를 주장한다. 총참모부의 검열을 받게 되고 문제가 점점 커진다. 전투부대의 임무도 중한데 멀쩡한 비행기 1대가 빠지니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별의별 고장을 다 고쳐봤던 능력자들도 고개를 기웃거리는 귀신 곡할 사고의 원인은 소설이 거의 끝나는 341~ 342쪽에서야 밝혀진다. 가력차단기와 개폐기를 연결한 고정선에서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두 오리의 심선이 빠져나와 비행기의 진동으로 붙었다떨어졌다 하면서 가력이 우연히 차단되었고 평소에는 비행기가 멀쩡했던 것이다. 또한 박일운이 보고했으나 지휘소가 듣지 못했던 현상도 344~ 345쪽에서 원인이 밝혀지고 대책이 취해진다. 

 

인간문제 

 

사고원인해명과정에서 숱한 사람들이 얽히고 박일운을 믿지 못해하는 분위기도 짙어진다. 그의 예전 언행에 문제점들이 많았거니와 아버지의 경력과 현재도 불신을 조장한다. 박일운과 그 일가의 사연은 소설에서 부차적인 선으로 되지만 우여곡절이 무척 흥미롭다. 

소설은 길영조가 왜 “자폭영웅”으로 될 수 있었느냐를 그의 아버지, 어머니의 경력과 결부시키면서 믿을만하게 설명하고, 또 최성국과 그의 아들 최만호, 비행부대의 연대장, 대대장 등 인물들을 생동하게 묘사하여 1990년대 초반의 인민군 공군 모습을 폭넓게 그려냈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김정은 최고영도자의 수하에서 길영조의 전우들과 아들이 전에 없이 강해진 공군을 이뤘음을 강조했다. 

 

외부에서는 인민군 공군(지금은 항공 및 반항공군)을 개념화하는 경향이 심해 비행사(조종사)들이 저마다 초저공비행의 능수이고 완전무결한 전투기계인 듯이 말하는데, 장편소설 《붉은 참매》는 피와 살이 있는 비행사들의 군상으로 각자 부족점들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강한 전투부대를 이루어 가느냐를 보여준다. 조선 문학계는 문학은 인간학이라는 지론에 따라 창작하고 평가하므로, 《붉은 참매》는 중점 중의 중점을 참된 인간들의 창조에 두었는바, 지금까지 필자가 본 공군 주제 소설들 가운데서 첫 손 꼽힌다. 어떤 목적에서든지 조선의 항공 및 반항공군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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