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499] 병역 난제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6/29 [13:02]  최종편집: ⓒ 자주시보

 

월드컵 독일 전에서 한국팀이 이겨 추가골을 넣은 손흥민 선수가 중국에서 보다 잘 알려지면서, 그의 병역면제 여부도 중국어로 보도되었다. 한국 선수들의 병역면제문제는 대형 체육경기 기간마다 중국에서 잠깐잠깐 화제로 되지만, 이번에는 마침 중국의 도시와 농촌 곳곳에 입대를 권장하는 플래카드들이 설치된 상황이기에 묘한 대조를 이룬다. 

요즘은 중국에서 대학입시시험성적이 발표되고 고등생, 대학생들이 졸업하거나 방학하는 기간이다. 하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선전활동이 벌어지는바, 오프라인에서 플래카드, 선전물 등이 많이 나오는 외에, 온라인에서도 여러 병종들이 각기 징병광고동영상을 제작, 발표하는 등 나름 활발하게 움직인다. 

 

한 사람이 입대하면 온 가정이 영광스럽다(一人入伍, 全家光荣). 

군에 가면 공부를 더 하고 군에 가면 인재로 된다(入伍就是深造,入伍就是成才)。 

군영에 들어가서 나라에 보답하자(投身军营, 报效国家).

 

이러한 선전 외에 고등졸업생이나 대학생이 군에 가면 돈으로 얼마, 얼마에 해당되는 혜택을 받게 된다는 등 우대정책들도 인쇄물과 사이트, 모바일 등으로 널리 알려진다. 

사실 중국에서는 뒷돈을 주면서도 군에 가려고 애쓰는 풍기(?)가 형성되었기에, 한국의 병역문제논란은 중국인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난제다. 

반대로 중국이 징병제를 내세우면서도 대다수 청년들이 군에 갈 부담을 느끼지 않는 걸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한국인들도 많다. 어떤 한국인들은 중국 인구가 14억인데 비해 군대 규모가 고작(?) 2백 수십 만이기에 완전 징병제를 실시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데, 절반쯤은 맞는 말이나 군에 가고 싶어 몸이 달아오른 중국 청년들의 처사는 해석하기 어렵다. 혹자는 군에 갔다 온 뒤의 혜택을 거들지만 그것도 충분하지 않다. 

 

워낙 중국에서 천년 쯤 내려온 전통은 좋은 사람이 군에 가지 않는 것이었다. “좋은 쇠는 못을 만들지 않고 좋은 사내는 병사로 되지 않는다(好铁不打钉, 好男不当兵)”는 속어가 생겨날 지경이었다. 하기에 봉건시대부터 비례에 따라 강제로 군에 끌어가는 전통이 면면히 이어졌으니 다섯에서 둘 뽑기, 셋에서 하나 뽑기 등으로 한 가정에 청년 다섯이 있으면 둘을 군으로 뽑고, 셋이면 하나를 뽑는다는 식이다. 정세가 어려울 때에는 둘에서 하나를 뽑기도 했다. 이런 뽑기는 호적기록에 따라 전민을 상대로 진행되었으나, 실제로는 부자 집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자기 자식 명의로 군에 가게 하는 비리도 많았다. 

 

군대와 군인에 대한 인식의 결정적인 변화는 중국공산당이 1927년 완전히 새로운 군대를 창립하면서부터 생겨났다. 1940년대 후반 해방전쟁(“제3차 국내전쟁”이라고도 한다) 기간에는 토지개혁을 통해 번신한 농민들이 다투어 참군하여 중국인민해방군의 주요성분으로 되었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1950년 10월~ 1953년 7월 항미원조 전쟁기간에는 중국인민지원군에 자원입대하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엄격히 선발했는데, 농촌에서는 사위 고르기보다 더 엄하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농촌에서 선발된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말이나 나귀를 타고 북 치고 꽹과리 두드리는 마을사람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으면서 군대로 갔다. 입대와 눈물이 직결되는 한국 풍토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이후 대륙에서는 수십 년 동안 가장 우수한 청년들이 군에 가려고 경쟁하고 누가 군에 가게 되면 동네 사람들이 새 병사의 집에 모여와 연회를 차리고 축하하고 부조금도 주는 게 풍속이었다.

 

그와 반대로 중국 국민당이 차지한 타이완(대만)에서는 수십 년 동안 전면징병제를 실시하면서 한국과 비슷한 현상들이 생겨났으니 유명 연예인들이 괴상한 병에 걸려 군에 가지 못한다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나왔고, 군에서의 가혹행위도 한국과 비슷비슷했다. 

21세기에는 중국의 사회 환경이 많이 변했는데, 군에 가기를 선호하는 대륙의 분위기는 대체로 유지되고, 병역제도를 바꾼 타이완은 군인들이 점점 약해진다는 말이 나온다. “차오메이삥(草莓兵딸기병사)”라는 별명이 붙여진 새 세대 군인들은 기온이 얼마를 초과하면 야외훈련을 하지 않는다, 팔굽혀펴기를 **개 이상 하지 못한다, 턱걸이를 몇 개밖에 하지 못한다, 행군훈련이 엉망이다 등등 대륙사람들이 보기에는 말도 되지 않는 허술함을 드러낸다. 

 

한편 1990년대 말에 중국에 돌아온 홍콩과 마카오는 “일국가, 이제도(一国两制)” 덕분에 주민들이 병역복무의무가 없다. 그런데 중국인민해방군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홍콩인, 마카오인들이 꽤나 되니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우습겠는가. 군대는 싸움을 위해 존재한다. 전쟁을 치르지 않더라도 중국인민해방군은 훈련강도가 높은데다가 홍수방지, 지진구조, 산불끄기 등등에 동원되기에 부상과 사망 위험이 높다. 그래도 군에 들어가겠노라고 법을 바꿔달라는 홍콩인들은 왜 그럴까? 군사 마니어도 끼었다만, 나라를 위해 뭔가 해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에는 “군인이 되면 3년 후회하고 군인이 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当兵后悔三年, 不当兵后悔一辈子)”라는 말이 있었는데, 병역제도가 바뀌면서 수자가 좀씩 바뀌기도 한다. 기업인이나 학자로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도 평생 제일 큰 유감이 군에 가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곤 하고, 퇴역하는 군인들이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진과 동영상들이 나돌곤 하는데, 군에 가서 청춘을 썩혔다고 여기는 한국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다. 이는 군대문화와 군인위상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월드컵 독일전 승리를 축하하던 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더는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한다. 워낙 가뜩이나 기괴망측한 병들이 병역면제 이유로 되던 차에 검측이 어려운 양심이 병역복무거부의 당당한 이유로 간주된다면 병역문제가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 이유들과 얽히어 쟁론이 한결 복잡해질 것이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군에 가야 된다, 여자들도 군대에 가야 된다! 단순히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적잖던데, 지나치게 간단한 논리는 변화를 해석하지도 변화에 적응하지도 못한다. 반도와 주변의 군사대결상태가 완화되고 나아가서는 평화가 정착되면 남반부에서 지금처럼 수십 만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는가? 저출산율로 고령화가 심해지는데 수십 만 군대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이제 어느 시점에서는 한국의 병역제도가 바뀌리라고 내다보면서, 만약 그때에도 자유한국당 같은 보수정당이 존재한다면 어떤 말들로 결사반대할까 상상하니 꽤나 흥미롭다. 혹시 징병제 개혁을 단식과 자결로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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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8/06/29 [18:11]
민주주의 사회의 신문기사는 전체의 여론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시끄러운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법이며,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다. 일정부분 상업성을 띠고 있기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된지 오래이다. 지원병만 있는 중국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가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군대는 가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이고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어느 일면에 쏠려서 어느 하나의 현상만을 보고 전체를 재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원으로만 뽑는 가장 군기가 엄정한 대한민국 해병대에 대한 지원율이 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마치 대한민국 청년들 사이에서 병역기피 풍조가 부는 듯한 뉘앙스로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대한민국을 이해하지 못해도 한참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와 전체를 구분하라. 연예인, 스포츠인 몇명이 일탈행위를 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군대제도에 뭐 큰 문제가 있는가. 중국 : 공공연히 군대갔다 오면 사회에서 모종의 혜택이 주어지고 그게 평생을 갈 것이라는 믿음, 즉 개인적 이익때문에 군대에 지원입대하고 있다면 틀린 말인가 ? 높은 자리에 가려면 군대 백그라운드가 중요하다는 믿음이 그 길로 인도하고 있다면 과연 틀린말인가 ? 대한민국처럼 군대갔다 오고나서도 하나의 혜택도 없다면, 13억 중국의 누가 과연 군대에 지원할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답이 안나온다. 수정 삭제
반도 18/06/29 [19:03]
내용은 차치하고 형식면에서, 반도라는 언어표현이 한국에서 적당한가. 이 기사는 지리학을 다루는 기사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도 반도라는 생경한 용어가 왜 등장하는가. 한국 또는 북한(북한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에서 반도라는 용어가 사용되는가 ? 대륙. 중국. 한때 The Greater China, 라고 영어로 표기하는게 유행비슷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요즘은 인도를 The Greater Greater India 라고 하는 표현을 보았다. 저자가 말한 반도가 연해주 9개자치국(아무르-유대인자치구,하바로프스크주,사하공화국,사할린주 등등 9개주 또는 자치공화국)과 철도, 가스, 전력으로 연결되고 경제가 실질적으로 통합되고 나면 과연 반도가 반도인가 ? 분명 아닐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정점에 해당할 것이다. 어쩌면 한-러 연합국가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지도를 보고나서 반도라는 표현을 사용할 지 결정하시기 바란다. 수정 삭제
괴뢰해체 18/06/30 [03:01]
한국군은 무엇을 위해 존재해 왔던가. 동족분단과 반민족범죄집단의 권력유지를 위해 존재해 왔다. 평상시 훈련, 부대이동, 병력증감,...등, 모든 사항을 미국군의 지휘와 통제,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즉, 미국의 괴뢰군이었다. 어떤 국민이 이런 괴뢰집단에 들어가 청춘을 탕진하고 싶어하겠나. 70년동안 민족의 범죄집단으로 존재해온, 이 괴뢰집단의 조속한 해체를 기대한다. 이제는 존재해야할 국방이라는 명분이 사라졌다. 민족의 범죄집단으로 70년을 존재해온, 미국의 괴뢰군을 즉시 해체하라.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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