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00] 손흥민 계란 세례를 보니...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6/30 [10:1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인터넷 시대 즐거움 중의 하나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한 여러 나라의 보도와 반향들을 실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팀 승리라는 기적을 창조한 한국팀이 29일 귀국했을 때, 쐐기골을 넣온 손흥민 선수가 계란 세례를 받은데 대해 그저 놀라기만 했던 필자는 한국과 중국 네티즌들의 반향에 웃음을 연발했다. 

단순한 나무람이나 욕, 국민자질에 대한 한탄, 대신 사과하고 싶다 등등 통상적인 반향들을 내놓고 나름 특색이 있는 반향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접할 기회가 적은 중국의 반향들을 일부 전한다. 

 

계란을 던진 자는 한국의 독일축구팬일 것이다. 

도박꾼이겠지. 

도박으로 쫄딱 망해 수류탄을 살 돈도 없게 돼서 달걀을 집어 들었다. 

한국 선수들이 왜 죽기내기로 볼을 차는지(원문은 “완밍티츄(玩命踢球)”)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시아 모 대국의 축구팀이 그렇게 귀국했더라면 똥물세례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축구팀이 독일을 이기고 돌아오면, 난 당장에 무릎을 꿇겠다. 

그리고 계란을 던진 게 틀림없는 문재인 지지자들이라는 한국 모 네티즌의 단정은 “기승전문”식 단순함으로 놀라움을 선사했다.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계란 던지기가 항의방식으로 쓰인다는 걸 글과 말로만 접하던 필자가 화면으로 본 건 1987년 말 한국 대선 때였다. 당시 중국 중앙텔레비전방송(CCTV)은 저녁 7시부터 30분 진행하는 뉴스프로 “신원롄보(新闻联播)”에서 10분 동안 영국 BBC가 계약에 따라 제공하는 내용을 보도했는데, 영국인들이 좋아하나 다수 중국인들이 흥미 없는 테니스 경기 소식이 자주 끼이어 불만을 자아냈다. 한국 소식은 대개 청년학생들의 시위와 경찰의 진압이 종종 나왔기에, 그 시대를 겪은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최루탄 발사, 돌 던지기와 직결되었다. 그러다가 일인일표제로 대통령을 선거한다는 소식이 나오더니 대통령 선거유세가 가끔 보도되었는데, 영국인들이 영국인들을 위해 생산한 뉴스들이 극성을 중시해서인지 야당 3김의 거리유세는 본 기억이 없는 반면, 여당 노태우 후보가 유세 중에 날계란을 머리에 맞아 흰 자위, 노란 자위가 흘러내리니 노 후보가 말없이 닦아내는 장면이 중국 텔레비전에 나왔던 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혹시 아까운 달걀을 왜 저렇게 낭비하느냐는 의문이 강했기에 인상이 한결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필자의 집에서 닭을 키웠기에 달걀 하나 생겨나기가 사람에게도 닭에게도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았기에 아쉬움이 강했겠다. 

 

수십 년 동안 중국에서 달걀이 갈수록 흔해지는 반면 맛이 없다, 독달걀이다 등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하여 양계장에서 공업화 생산되지 않았음을 표방하는 이른바 “투지딴(土鸡蛋토달걀)”이 선호되면서 값도 훨씬 비싸다. 또한 필자가 조금 신기하게 여기는 건, 어디어디에서 조류독감이 돈다는 소식들이 나오더라도 달걀 값은 큰 파동이 별로 없는 현상이다. 

한국에서는 “닭그네”란 별명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에 직면한 2016년 말에 조류독감 유행으로 숱한 닭들이 살처분 되어 달걀이 엄청 모자랐고 외국에서 긴급수입까지 하게 되었다. 그즈음 달걀 값이 훌쩍 뛰어 주부들이 사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쳤다면서 “금란”이던가 뭐던가 “금”자가 붙여져 달걀의 “귀한 몸”으로 되었다.

 

달걀이 비싼 시기에 축구팀이 16강 탈락, 독일 승리라는 기묘한 결과를 갖고 귀국했더라면, 달걀세례를 받았을까? 혹시 누가 던진다면 저 비싼 달걀을 던진 놈은 금수저 출신일 거라는 추측이 나오지 않을까? 던진 사람들은 언론과 대중의 뭇매를 맞지 않을까? 이번에 조류독감도 돌지 않고 달걀 값도 안정된 상황에서 계란 세례가 진행되었기에 과도한 해석이 없는 게 아이러니다. 

F조에서 가장 약체였던 한국 팀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달걀세례를 받은 것과 달리, 일등을 바라고 러시아에 갔던 독일 팀에 예선 탈락하고 귀국해 숱한 언론들의 질문공세에 부딪쳤으나 달걀과 쿠션 공격은 당하지 않았다. 독일 달걀 값이 비싸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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