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03] 정보부족과 과잉, 그리고 한국 언론식 사전추측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7/04 [12:58]  최종편집: ⓒ 자주시보

 

고대 자료나 역사소설들을 보노라면 자연재해로 일어난 봉기와 민란들이 많다. 동양에서는 자연재해를 나쁜 정치에 대한 하늘의 징벌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반란은 하늘의 뜻을 받드는 행위로 인정받아 뭇사람의 호응을 끌어내곤 했다. 넓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해가 아니더라도 작은 지방이 겪은 큰물, 가물, 병충해로 살지 못하겠다, 뒤엎어보자 하고 일어난 민란들도 적지 않다. 옛날에는 교통이 불편하고 물자와 정보교류가 원활하지 않았기에, 군은 물론 훨씬 작은 마을의 재앙도 절망과 죽음, 분노, 반발을 끌어내기 쉬웠다. 

 

요즘은 앉은 자리에서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 지어 별나라에서 생기는 변화도 늘 접한다. 세찬 비바람을 겪더라도 정치나 천벌과 결부시키기보다는 지구의 어느 어느 곳에서 생겨난 무엇 무엇이 어떠, 어떻게 옮겨와서 그렇게 됐다고 내막을 잘 안다. 무서운 태풍도 생겨날 때부터 다가왔다가 지나가기까지 수시로 변화가 보도된다. 만약 태풍 진로가 바뀌어 미리 준비한 대응조치들이 소용없게 되어 조금 허전하더라도 옛날처럼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이나 쉬던 것보다는 훨씬 낫다. 

옛날 사람들이 정보를 너무 몰라 막막했다면, 현대인들은 정보들을 너무 많이 알아 지나치게 초조해나기 쉽다. 태풍이 거주지역을 지나가지 않더라도 언론들이 맨날 “태풍, 태풍”하면 덩달아 불안해나는 게 인간심리다. 

진로가 그나마 분명한 태풍과 달리 불확실성이 많은 인간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면 불안조성이 한결 심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던 시절 한국으로 가는 친구를 전송하는 모임에서 한 사람이 얼마 전 조선(북한)이 시험 발사한 방사포를 거들면서 위험한 곳에 왜 가느냐고 나무랐다. 마침 군사마니아가 있어 조선의 방사포 사정거리는 얼마, 얼마인데 친구가 가는 곳은 군사분계선에서 멀리 떨어졌기에 방사포에 당할 걱정은 없다고 설명해주었고, 자리에 앉은 모두가 웃고 말았다. 한국 언론들의 위력(?)을 필자가 그때처럼 실감한 경우는 없었다. 

 

북 관련 기사들에서 한국 언론들이 “동기 분석”에 매달리는 건 필자가 여러 번 지적한 바인데, 진실과 십만 팔천 리 떨어진 동기분석보다 못지않게 반감을 자아내는 게 사전 추측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5일~ 7일 평양방문을 놓고도 오만가지 추측이 나왔다. 전의 2차례 방북은 모두 사후에 공개되었기에 뒷북을 쳤던 유감을 덜려는지 이번에 예고된 방문은 실컷 씹으려는 것 같다. 

폼페이오가 어떤 방안을 갖고 어떻게 하리라는 추측을 해대는 기자나 언론사들은 사후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런 추측기사들을 접한 사람들은 쉬이 잊지 못하고, 예보 혹은 추측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북한의 변덕” 따위를 떠들기 쉽다. 인간의 기억이란 편집된다지 않는가.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 근거 미약한 추측들에 매달리는 이유도 나름 충분할 텐데, 만약 북한 불신 조성이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단 댓글들을 훑어보면 젊은 층들에게는 먹혀들지 않는 모양이다. 보수언론들의 미래가 밝을까? 어두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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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은 구더기 밥 18/07/04 [22:28]
오랜만에 제대로 등장한 한반도 비핵화 보도. 익명의 외교해결사 이야기다.

북미가 비핵화 실무 협상 창구를 정보채널에서 외교채널로 전환함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측 상대역도 기존의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서 리용호 외무상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한 "외교 해결사(diplomatic troubleshooter)"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더 네이션은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 외교 해결사에 대해 "한반도(Korea)에 오랜 연줄"이 있고 "서울에서 미국과 한반도 관리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는" 인물로만 설명하고 "그의 신분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 인용했다.

이 매체는 이 외교해결사의 말을 빌려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의 이행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북한 뿐 아니라) 남한과 남한 내 많은 미군 기지를 포함하는 검증체제를 뜻한다"고 보도했다.

외교해결사는 "비무장지대(DMZ) 양쪽에 있는 핵물질을 다 같이 다루는 합의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합의를 지킬) 의무란 게 없다"며 미국이 지난 1991년 남한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수했으나 "북한 입장에선 이를 검증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동북아지역 미국의 핵무장 군함과 군용기를 포함한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문제에 관한 합의도 만들자고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북미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미국의 생각을 강조한 데 대해 김 위원장도 호응했다고 '외교해결사'는 말하고 "북한 측이 새로운 안보보장에 기반한 완전히 새로운 관계(arrangement)에 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지금까지 50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한 영국의 글린 포드 전 유럽의회 의원은 지난달 말 제주포럼에서 "솔직히, 김 위원장은 핵무기와 핵억지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는 거래를 추구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일시적이 아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안전보장(CVIS.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security guarantees)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의 길을 가도록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 더 이상 가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에 확신시키는 일부 "선행 조치들"을 취하는 것이라고 포드 전 의원은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활동에 대한 검증을 할 경우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핵 냄새를 맡는" 대기분석 특수정찰기 WC-135 등을 통한 계측·기호정보(MASINT. 매신트) 수집이 예상된다고 더 네이션은 말했다.

국방정보국(DIA)과 공군기술응용센터(AFTAC)가 수집하는 매신트는 적외선열화상, 음향신호, 지진자료 등의 정보를 공중과 지상에서 감지 장치들을 이용해 입수하는 것으로, 비밀 무기 시험과 핵폭발 시험 등의 '냄새'를 맡는 방법이다. 지난해 9월 북한의 제6차 핵시험 때 미국은 WC-135W를 처음으로 동해상에 투입했었다.

미국은 WC-135가 너무 노후하고 2대 뿐인 점을 고려해 C-130 허큘리스 수송기에 대당 500만 달러(56억 원)짜리 대기중 방사성 물질 등을 포집하는 장비를 설치해 보강 운용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12일 디펜스 뉴스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라는 김 위원장의 약속을 공개하면서 그 시험장은 미국이 "열 감지를 통해" 이미 파악하고 있는 곳이라고 밝힌 것은 대북 검증에 사용될 미국의 최고비밀급 정보 역량을 누설한 셈이었다고 더 네이션은 지적했다.

이 매체는 최근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활동에 관한 정보와 평가를 언론에 유출하고 이를 토대로 언론과 전문가들이 북한의 기만 의도, 비핵화 의지 결여 등을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 "이라크 침공을 앞뒀을 때 언론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의 이 매체는 "아직 북한의 핵신고 단계까지도 이르지 못한 이 시점에선 위반할 구체적인 합의도 없는 상황"이라는 '외교해결사'의 말을 전하면서 북미 협상 탈선 등을 위해 "북미간 대화의 실제 상황에 관해 의도적으로 여론을 기만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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