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05] 기무사의 위수령 검토, 이거 실화냐?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7/06 [15:5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작년 말까지만 해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 조미(북미)관계가 금년에 들어와 급전환하면서 평창올림픽의 북 대표단 참가, 남북정상회담들, 조미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이 이어지면서 “이게 실화냐?”는 말이 많이 나왔다. 꼬집어보니 아프기에 진짜임을 믿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큰 그림이 그려지고 틀이 잡힌 다음 실무단계에 들어가면서 남북, 조미 관련소식들은 충격력이 훨씬 떨어졌다. 

 

반대로 한국에서 충격적 소식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이거 실화냐?”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 의미는 위의 같은 말과 다르다. 

워낙 7월 초의 뉴스스타는 태풍이었고 정치인들도 재해방지에 언행초점을 맞췄는데 태풍 진로가 바뀌는 바람에 뉴스들을 더 만들어내지 못했다. 뒤이어 아시아나 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뉴스제조기로 되어 회장 일가의 수준을 드러내다가, 곧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이 터졌다. 또한 기무사가 세월호 침몰 당일 세월호를 운영하는 회사와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기사를 접할 때 필자는 1970년대에 이름을 날렸던 여인 정인숙이 연상되었다. 그 시절 내로라하는 정객 치고 정인숙과 관계를 맺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더니, 그놈의 세월호에는 국정원도 끼이고 기무사도 끼였다니 말이다. 정인숙의 아들 아버지가 누구냐는 DNA검사가 보급된 21세기에마저 밝혀지지 않았는데, 세월호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는 드러날까 의문이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과 세월호에 대한 유별난 관심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압권은 2017년 초봄 헌재의 대통령탄핵기각에 대비해 위수령 발동을 구상하고 계엄군 편성안까지 짜놓았다는 서류였다. 혹시 이후에 더욱 놀라운 자료들이 나올지도 모르나, 일단 지금까지는 최고의 충격력을 갖는다. 

21세기에 무슨 쿠데타냐고 기무사의 착상을 시대착오적이라면서 한심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는데, 쿠데타는 일종 정치, 군사 현상으로서 쉬이 근절되지 않는다. 실제로 21세기에도 쿠데타가 심심찮게 일어났고 한국에서는 쿠데타 찬양론도 나왔었다. 10여 년 전 태국에서 탁신 총리를 반대하는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한국 일부 언론들이 “올 것이 왔다”면서 탁신을 맹비난하고, 태국 시민들이 쿠데타 군인들을 환영했다는 기사들을 내보냈었다. 지난해 짐바브웨에서 정계변동이 일어날 때에는 한국 보수언론들이 쿠데타라고 떠들면서 김일성을 흉내 내던 무가베의 몰락을 운운했는데, 실제 행동자들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강조했고 결과 무가베는 명예롭게 물러나서 초고급대우를 받게 되었으니 보통 의미에서의 쿠데타가 아님은 분명했다. 

진짜 쿠데타가 일어나면 찬양하고 쿠데타가 아니더라도 쿠데타로 묘사하며,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으면 전두환, 김종필 같은 쿠데타 주모자들을 찬미함으로써 은근슬쩍 새로운 쿠데타를 부추겨 온 게 한국 일부 언론과 보수인사들이었다. 필자도 중국에서 전두환의 탱크 출동을 운운하면서 숭배해마지 않는 한국인을 만났으니까, 한국에서 쿠데타에 매력을 느끼는 세력들이 존재함은 분명하다. 

더욱이 기무사는 그 전신인 보안사의 수장이었던 전두환이 쿠데타로 집권했고, 그 덕분에 대통령을 2명이나 배출했으니 쿠데타의 효능을 미신하지 않는다면 그게 도리어 이상하겠다. 

언론에 소개된 기무사의 위수령, 계엄령 발동 방안과 군대 활용 방안, 발포 계획 등을 접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 언론에 공개된 기무사의 자료     © 자주시보,중국시민

 

5· 18 발포명령자가 누구냐는 38년 뒤의 지금도 미스터리인데 만약 2017년 봄에 위수령, 계엄령이 발동되고 시위자들에게 군이 발포했더라면 적어도 최초의 뿌리는 찾을 수 있겠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어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기무사의 예상대로 폭력적으로 변할 경우, 한국군이 개입한다 해서 유혈진압이 가능했을까? 5·18전에는 워낙 정세가 불안했고 전두환을 비롯한 위정자들이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시위에 대비해 군에서 진압훈련을 진행했음은 잘 알려진 바이다. 나무로 진압봉을 만들어 휘둘렀다 따위 증언들이 많다. 군의 광주 진입을 앞두고 세뇌교육을 시켜 “폭도 진압”의 명분을 세운 것도 밝혀졌다. 정보교류수단이 부족하던 당시에는 그런 밀봉식 교육과 증오감 고취가 가능했다. 헌데 국정농단 사건은 2016년 가을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촛불시위들의 평화성도 여러 언론에 보도된 건 물론 스마튼폰 따위를 통해 뭇사람에게 공유되었으니 군인들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촛불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탱크를 포함한 병력의 출동 명령이 내린다면 군이 그대로 움직일까? 장교들은 혹시 보수경향이 심해 명령에 따르더라도, 병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진압의 일선에 나서게 되는 젊은 병사들이 전날 묻지 마 진압에 나섰던 공수부대나 백골단처럼 움직일 수 있을까? 촛불시위들에서는 경찰들도 얼마나 평화로웠던가. 여러 가지 상황에 비춰보면, 기무사의 방안대로 위수령, 계엄령이 발동되고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 친위 쿠데타가 일어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군과 백성들의 불가사의한 소통과 융합으로 웃음거리 쿠데타의 본보기(?)를 만들 확률이 높다. 

아이러니한 것은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통과되어 촛불시위가 평화로운 축제를 이어가고, 그 위수령, 계엄령들이 결국 문서에 그쳤기 때문에 오히려 뒷날 전설로 부풀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실패한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한 관용 심지어 숭배가 한국에서는 드문 현상이 아니다. 하기에 봉건왕조시대에 역적으로 처형된 사람들에 대한 재조명이 역사계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외에, 소설, 영화, 드라마들도 실패한 사건, 무산된 계획들을 즐겨 다룬다. 그 뒤에는 역사의 가정에 대한 미련이 깔려있다.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통일되었으리라는 식의 주장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비밀리에 추진한 계획이 성사되어 김정은 정권이 뒤집혔을 텐데 유감스럽다는 논리다. 무능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박근혜에 대해서도 그런 가정과 숭배가 존재하거늘, 역사에서 솜씨를 보일 기회가 없었던 준정치군인들이야 더구나 맘껏 미화할 대상이 아닌가. 

2017년 3월 당시의 기무사 사령관과 참모장 및 국방장관 등이 주요인물로 나와 애국충정에 들끓는 영웅으로 그려지고, 생쥐새끼 같은 배신자의 밀고로 정보가 새나가고, 법을 유린하는 헌재의 판결로 박근혜 대통령께서 탄핵되는 비극이 벌어져 만고의 한을 남겼다는 식의 영화나 드라마, 소설들이 나오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현재로서는 소설의 가능성이 높다. 영화나 드라마는 그 따위로 찍겠다면 출연할 배우들이 있겠느냐부터 의문스럽고, 흥행실패는 불 보듯 뻔하니 투자도 촬영도 발행도 불투명하니까, 한국의 출판자유를 활용하여 작은 출판사에서 소설을 내놓는 게 훨씬 현실적이 아니겠는가.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사랑방
최근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