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67] 쿠바 지도자의 직위 표기로부터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11/06 [11:2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11월 5일부터 북을 방문 중인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평의회 의장. 5일 회담에 앞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의장     ©자주시보

 

이틀째 쿠바 지도자의 조선(북한) 방문 소식들을 접한다. 중국에서는 지난달에 이미 쿠바 지도자의 러시아, 조선, 중국, 베트남, 라오스 순방 및 유럽 일부 국가 수도 경유가 예고되었으므로 방문 자체는 놀라울 것 없고 조선과 쿠바의 수십 년 관계로 하여 방문 일정과 환대 정도도 당연한 일이었다. 단 남과 북의 보도들은 생각들을 좀 자아내었다. 

나라 이름을 북에서는 “꾸바”, 남에서는 “쿠바”로, 사람이름을 북에서는 “미겔 마리오 디아스 까넬 베르무데스”로 남에서는 “미겔 디아스카넬”로 표기하는 표기법의 차이는 오래 전부터 보고 듣던 차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쿠바 지도자의 직위를 북에서는 “국가리사회 위원장”으로 남에서는 “국가 평의회 의장”으로 소개한 차이는 처음 알게 되면서 정권기관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나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에서는 쿠바 지도자의 다른 직위를 “내각수상”이라고 소개했는데, 필자가 본 남의 보도에서는 그 직위가 빠져서 남에서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조선은 “내각 수상”이라는 개념을 곧잘 쓴다. 소련의 정부 수반도 “내각 수상”이라고 표기해왔는데, 중국에서는 소련 정무 책임자를 “뿌장후이이주시(部长会议主席부장회의주석)”이라고 표기한다. 차이가 너무 크기에 조선과 중국에서 소련을 다룬 자료들을 보다가는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쿠바의 직제는 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미겔 디아스카넬의 정부 수반 직위를 중국에서는 “부장회의 주석”이라고 표기하는데, 그 사람의 국가 원수 직위는 “궈우워이위안후이 주시(国务委员会主席국무위원회 주석)”이라고 적는다. 중국의 조선어 보도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표기한다. 

하나의 직위를 놓고 “국가리사회 위원장”, “국가 평의회 의장”, “국무위원회 주석”이라는 세 가지 표기를 보고 듣게 되는 중국 조선족들로서는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다행히도 큰 차이가 없는 표기들이 다수다. 미국에서 외교를 담당하는 관직 명칭이다. 지난 10월 한국의 모 언론은 “미국 국무부” 혹은 “국무원”이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미국의 그 부서를 국무부로 번역하는 건 한자문화권의 용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저자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미국인들이 요청하지도 않은 국무원이란 번역어를 사용함으로 인해, 한미 간의 국제사무까지도 마치 미국 국내사무로 취급되는 것 같은 인상을 우리 스스로 만들 여지가 없지 않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 국무총리의 카운터파트인 것 같은 느낌을 줄 여지도 없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의 경솔한 언행을 문제 삼기 전에, 해방 직후의 친미세력이 다져놓은 우리 내부의 숭미적 요소부터 먼저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댓글로 북한에서는 뭐라고 표기하는지 모르겠다고 궁금해 한 네티즌이 있던데, 북에서는 “국무성”이라 표기하고 책임자를 “국무장관”이라고 적는다. 여기에는 “숭미적 요소”가 들어간 것 같지 않다. 일본어로는 “고꾸무 쨔오간(國務長官국무장관)”, 우리 글 표기와 뜻이 꼭 같다. 중국어로는 “궈우칭(国务卿국무경)”이라고 적으니 뜻은 마찬가지다. 한자 “경(卿)”이 옛날에 갖던 뜻은 지금의 장관급과 비슷하니까. 

중국에서 “国务卿”표기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많아도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은 필자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미국 대통령이 들어있는 건축물 중국어 명칭에 대한 불만은 많이 나왔어도. 

우리 글로 “백악관”이라고 표기하는 그 건축물을 중국어로는 “바이궁(白宮백궁)”이라고 적는다. 19세기 청나라 때부터 전해온 번역명칭이다. 미국 숭배자들은 “궁”이란 황제국이나 군주국에서나 쓰이는 단어이기에 민주국가인 미국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개명을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공감을 자아내지 못해 아무런 변화도 없다. 만약 민주적인 냄새를 풍기기 위해 집 “옥(屋)”자를 써서 이라는 뜻으로 “바이우(白屋백옥, 흰 집)”이라고 표기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흰 집들과 헷갈리기 십상이다. “바이궁(白宮)”은 착각을 일으킬 리가 없는 고유명사로 된지 오래므로 이후에도 고쳐질 가능성이 드물다. 

 

만약 남에서 숭미적 요소를 없앤다고 미국 “국무장관”도 굳이 “외교부장”이거나 “외교장관”으로 바꾼다면 오히려 북과의 이질감을 더 늘이는 결과나 만들지 않을까? 자나친 해석과 과민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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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다 18/11/08 [00:49]
한국은 회사의 대표를 사장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총경리라고 하는데, 한국의 사장하고는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같은 것 같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총결리라고 하면 한국의 사장하고 같을 수 있으나 일반기업의 총경리는 한국으로 치면 상무나 전무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 중국시민 당신은 한국의 호칭제도가 잘못되었다고 할 것인가. 쓰잘데기 없는 것을 갖고 글을 쓰는 것을 보면 정말 시간이 많이 남아도나보다. 한국인은 우리가 어떻게 부르는 호칭을 다른 국가에서 달리 호칭하면 그것을 유의하게 쳐다본다. 다른 나라는 이렇게 호칭하는구나, 하고 생각할뿐이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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