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620] 이란 사태로부터 타이완 선거에 이르기까지
중국시민
기사입력: 2020/01/10 [10:54]  최종편집: ⓒ 자주시보

 

이라크에서 미군이 이란 군부 실세를 암살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태를 두고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많이 쓰인 말이 있다. 

 

“一流国家当棋手,二流国家当棋子,三流国家当棋盘。”

1류 국가는 장기꾼이 되고, 2류 국가는 장기쪽이 되며, 3류 국가는 장기판이 된다는 말이다. 

 

중국어에서 “棋”는 여러 가지 지능 게임을 가리키기에 장기를 바둑이나 체스로 바꾸어 이해해도 된다. 

 

한때 중동 강국이던 이라크가 다른 나라들의 각축장이 돼버린 변화를 생각하면 위의 말을 이렇게 고칠 수도 있다. 

 

1류 국가는 싸움을 벌이고, 2류 국가는 총알받이로 되고 3류 국가는 전쟁터로 된다. 

 

이란을 1류 국가로 보기는 어렵다만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싸우는 건 분명하다. 유엔 회의에 참석하려는 이란 외교부장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는 등 미국 정부가 치사하게 놀고 페이스북이 이란 관련 계정들을 폐쇄하는 식(일부는 재개했음)으로 알아서 기는 행위들도 있는 판에서 언론전은 엉뚱하게도 중국 웨이보에서 벌어졌다. 중국 주재 이란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이 본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주장들을 잇달아 펴는 것이다. 

 

▲ 중국 주재 이란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 게시물들     © 중국시민

 

이에 대해 나온 말. 

 

“세계 최대 제국주의 국가와 세계 최대 정교 합일 신권공화국이 세계 최대 사회주의 국가의 인터넷 플랫폼에서 표준 중국어로 외교 쟁투를 벌인다.” 

 

두 나라가 중국어로 글들을 발표하는 건 물론 중국 민심을 쟁취하기 위해서이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반도의 남과 북이, 혹은 한국과 일본이 웨이보에서 중국어로 다툴 수도 있으니 상상만 해도 흥미롭지 않은가. 

 

지금까지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전에 별로 인기 없던 이란 대사관의 주장이 인기 높던 미국 대사관의 주장보다 훨씬 많은 “좋아요”와 지지를 받는다. 중동사태를 보는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도 싸잡아 말을 만들어냈다. 

 

“시리아: 우리는 미군이 필요하지 않다. 

트럼프: 아니, 너희들의 유전은 미군을 필요로 한다. 

이란: 우린 미국의 뺨을 한 대 때렸다. 

트럼프: 허허,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다. 평화를 포옹하노라. 

이라크: 미군은 이라크에서 껴져라! 

트럼프: 너희들이 돈을 내면 어르신은 곧 꺼지겠다! 

한국: 형님, 가지 마시오, 우린 미군이 필요하오. 

트럼프: 돈을 내라. 내지 않으면 어르신은 곧 가겠다! 

(叙利亚:我们不需要美军。

特朗普:不,你们的油田需要。

伊朗:我们扇了美国一巴掌。

特朗普:呵呵,不疼不疼,拥抱和平。

伊拉克:美军滚出伊拉克!

特朗普:你们给钱,老子就滚!

韩国:大哥别走,我们需要美军。

特朗普:你们给钱,不给钱老子就走!)“

 

자존심 강한 한국인들에게는 아픈 풍자이지만,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방위비 문제와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한국이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한국이 풀어야 할 난제가 아닌가. 보수적인 언론들이나 네티즌들이야 트럼프를 극구 칭찬하면서 북에도 드론을 날려 북 최고지도자를 암살하길 바라지만 그런 방식이 초래할 후과는 생각도 하지 않거나 북이 반격하지 못하리라고 믿으니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무책임하거나 무능한 것보다 더 나쁜 게 뻔히 알면서 혹은 알 기회가 있으면서도 알려고 하지 않거나 사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 행위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홍콩 사태에 대해 한국 언론들의 편파적인 보도 문제점은 필자가 여러 번 지적했는데, 새해에도 별로 변화가 없이 시위대가 100만이 모였노라고 주장하면 그대로 받아쓰면서 경찰 측 주장은 거들지도 않는 식이다. 타이완 대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민진당 계열의 매체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여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보다 훨씬 앞섰다고 주장하면 한국 언론들은 30% 이상 앞섰다고 베끼면서 차이잉원의 압승을 예고하고 그것도 홍콩 사태와 대륙의 압박이 차이잉원의 재선을 도와준다고 떠드는 식이다. 그런데 타이완 현지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주장들에 의하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고, 며칠 동안 한궈위의 인기가 올라간단다. 실제로 유세 활동 현장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차이잉원 유세 현장에는 빈자리가 많지만 한궈위 유세 현장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한궈위의 승리를 예고하는 언론인들도 있는데, 아직도 민진당이 어떤 꼼수를 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변수가 생길 여지는 많음으로 필자는 한궈위의 승리를 단언하지는 못한다만 11일 토요일 투표 결과가 결코 30% 이상 격차를 보이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박빙의 차이로 승부가 갈라질 확률이 높고 자칫하면 투표 재검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필자로서는 차이잉원도 한궈위도 전혀 호감이 없고 누가 당선되든지 별 상관 없다만(중국 대륙의 실력 성장 속도와 타이완의 침체를 대조해보면 양안 관계 발전 추세가 분명하므로), 객관성을 잃은 한국 언론들이 이제 어떻게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자기 체면을 살릴지 약간 걱정스럽다. 언어능력과 시간, 정력 제한으로 하여 사람마다 외부의 상황을 직접 요해할 수는 없는 만큼, 언론의 수준이 국민의 아는 바를 결정하는데 한국 언론들이 중화권 상황을 보도하는 수준은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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