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의 치유하는 삶] 14. 잠이 보약

황선 | 기사입력 2020/05/15 [09:59]

[황선의 치유하는 삶] 14. 잠이 보약

황선 | 입력 : 2020/05/15 [09:59]

 

일상에서 특별히 사고가 없었음에도 몸의 상태가 급격히 하락하는 날은 십중팔구 나쁜 음식을 먹었거나, 잠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저의 경우, 언젠가부터 잠이 모자라면 종일 각종 알레르기 반응이 발호합니다.

구강내와 콧속 귓속이 가렵고 재채기에 콧물까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마는데, 비염 발작은 특히 비호흡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호흡기와 뇌 주변의 세포에 산소공급을 저해합니다. 종일 두통이 일고 물속에 있는 듯 멍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2, 30대에는 하룻밤 지새는 정도는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룻밤 잠의 질이 일주일간 컨디션을 좌우하는 일이 되고 맙니다.

 

저는 유독 잠귀가 밝고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분명히 자고있는 중인데, 눈이 오나 보다... 비가 오네... 하는 생각을 하고 거의 정확히 그것을 맞출 정도로 과민한 편입니다.

집회 등 행사 자리에서 낭독해야 할 시의 알맹이가 잡히지 않아 고민하다가 많은 경우 꿈속에서 까지 생각을 거듭하다가 답을 찾기도 합니다.

요즘도 모두의 알람 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데, 아이방 진동은 물론이고 윗집의 진동 소리까지 새벽 잠결에 감지하고 일어나 진원지를 찾는 짓까지 하곤 합니다.

그렇다고 잠을 싫어하거나 자는 시간을 아까워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나 깊고 청결한 잠을 갈망합니다. 특히 아무 생각도 없이 잠들고 싶어서 몸부림을 치는 편입니다.

사실 너무 화가 날 때 잠으로 도피하는 것만큼 안전한 피난은 없다는 생각도 종종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잠을 경계로 죽고 싶을 만큼 어려웠던 고민의 타래가 헐거워져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인식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는 벅찬 고민이 생기면 기면발작처럼 픽 쓰러져 몇 시간이고 자다가 어리둥절하며 깨는 일이 가능했는데, 나이 들어 잠에 기대고 싶을 때면, 그놈의 잠이 저만큼 도망을 치곤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풍욕을 하루 여섯 번에서 세 번으로 줄이고 매일 맞던 주사약도 경구복용 정도로 전환하면서 1년 만에 소소하게 활동을 시작했는데, 치유에만 집중할 땐 그리워만 보이던 많은 일이 뜻밖의 상황이 되고,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돌아앉아 있던 많은 고민이 벼락처럼 쏟아져 하루 세 번의 풍욕 시간을 지키는 것마저 호사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중 가장 난감한 것은 치유 중 제법 회복시켰다고 믿었던 수면의 질이 난장판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채식과 비움을 통해 몸의 정화는 했지만, 정신적 수양은 가끔 억지로 하는 명상과 호흡으로는 택도 없는 상태였던 것이지요.

 

전에 자율신경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자율신경계는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생활습관 교정으로 망가진 자율신경계를 상당히 회복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자연의 시간표에 맞게 사는 것, 잘 때 자고 깰 때 깨어야 한다는 것, 비호흡에 복식호흡을 통해 호흡을 조절하라는 것 등 말씀을 드렸지만, 요즘 저의 상태를 분석하다 보니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집착을 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왜 이렇게 안 좋은 일 만을 침대까지 끌 고가 몸부림치는지, 종종 ‘ 생각하지 마, 생각하지 마’ 중얼거리며 잠을 청하는지...

그나마 진전이 됐다면 이제는 그 생각할수록 생각나는 슬픈 생각들이 아니라, 그 현상이 무엇때문인지에 집중하기 위해 다소 강제로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천성이 유독 예민하고 소심하다는 말로 눙칠 수 없는 조울감과 홧증, 끊기지 않고 반복되는 생각의 실타래는 알고 보면 자기에 대한 집착의 산물입니다.

언젠가 진정하지 못하고 생각하기 싫은 생각이 계속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고 하니 남편이 툭 던집니다. ‘당신 뜻대로 안 되니까 그렇지.’

기분은 나쁘지만, 말은 바른 말이었습니다.

결국 숙면조차 취할 수 없는 신경증이란 것은 맘대로 되지 않는 일과 사람에 대한 섭섭함의 다른 말이고 자기애의 과잉이 초래한 증상인 것입니다.

 

그러니 돈도 안 들고 효과도 만점인 보약, 즉 ‘단잠’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과잉상태인 자기애와 자기연민을 덜어내야 합니다.

자기 안의 풀리지 않은 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경우엔 심신이 피폐해지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이나 모두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사색하고 탐구하느라 잠 시간을 빼앗긴 경우, 특히 그런 이타적 고민의 해결방안을 찾았을 경우엔 어려운 수학 문제의 증명을 해낸 듯 그 성취감과 보람으로 인해 모자란 잠의 여파가 크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기중심적 계산을 비워야 더 크고 담대한 생각이 뿌리내릴 수 있으며, 사소한 일신의 문제에 묶여 필요 이상 끙끙거리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단잠을 이루기 위한 또 다른 여건은 마음을 비운 것처럼 속을 비우는 것입니다. 야식으로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잠자리에 들면 몸은 밤 새 그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일을 해야 하지만, 공복 상태로 잠자리에 들면 소화가 아니라 재생을 위한 일을 합니다. 다행히 자는 동안엔 공복감도 느끼지 못합니다. 공복감도 느끼지 않고 별 힘을 쓰지도 않으면서 지방을 비롯한 찌꺼기를 연소합니다. 세상에 가장 편안한 디톡스가 바로 잠입니다.

그리고 단잠을 자는 동안 몸은 피로를 푸는 의미 이상으로 치유됩니다. 몸을 회복하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잠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자연의 시계를 좋아하는 자율신경계를 거스르지 않으려면 낮에는 최대한 깨어있어야 합니다. 특별히 무더운 날이 아니라면 낮잠이란 ‘시간을 훔치는 도둑’일 뿐입니다. 혹시 자더라도 20분 정도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잠시 쪽잠을 자는 것이 자율신경을 교란시키지 않습니다. 밤의 길이가 긴 겨울에는 하지 경 보다 더 긴 잠을 잡니다. 겨울이면 동면에 드는 포유류들이 많듯 겨울은 잠의 시간입니다. 말하자면 비우고 치유해 재생의 계절인 봄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긴 어둠과 추위를 이기기 위해 긴 잠을 자며 지방을 태우고 치료를 합니다. 그 긴 잠은 엄마 곰들에겐 수태 기간이기도 합니다. 기초체온이 높아 추위를 견디게 하지요.

창조성이 남다른 사람은 계절의 변화나 밤낮에 적응하는 한편 그것을 지배하는 방법을 터득해 왔으나, 그럼에도 다른 포유류처럼 겨울은 좀 더 긴 잠, 그리고 단식에 가장 효과적인 계절입니다. 몸에 종양 같은 나쁜 것이 자주 생기는 경우 겨울에 하는 단식은 어느 계절보다 효과가 큽니다. 맹렬하게 태워버리기 좋습니다.

 

하여튼 몸맘의 비움과 평화로운 잠은 치유와 회복에 필수적입니다.

식탐이든 뭐든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 사람은 결코 꾸준히 실행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저도 늘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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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민족 2020/05/15 [13:40] 수정 | 삭제
  •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선지자 2020/05/15 [12:16] 수정 | 삭제
  • 정말 교훈적이고 귀한 건강말씀...최곱니다.!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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