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알바이야기] 노동을 하며 바라본 ‘사람’

청년 김 씨 | 기사입력 2021/02/18 [13:17]

[청춘들의 알바이야기] 노동을 하며 바라본 ‘사람’

청년 김 씨 | 입력 : 2021/02/18 [13:17]

*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체험하는 노동과 노동자의 이야기가 앞으로 주 1회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청춘들의 알바이야기] 노동을 하며 바라본 ‘사람’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시작한 지 2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카페에서 거의 혼자 일했던 저는 8~10명 정도의 많은 사람과 알바를 해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그렇지만 낯도 많이 가리고 말수도 없는 제가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지부터가 막막했습니다. 

 

이런 걱정은 교육생으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들과 친해지고 이들 사이에 녹아드는 것을 떠나 이 청춘들의 노동 자체가 너무 멋져 보였습니다. 

 

20대 초중반이 많은 저희 매장에는 기본 1~2년 차 알바노동자들이 많이 있는데요. 정말, 정말 일을 잘합니다. 기본 1.5인의 역할을 하고 고강도 노동을 끝까지 책임집니다. 길게 늘어선 고객들에게 정해진 시간 안에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나도 나름 알바 경력자니까 금방 잘 할 수 있겠지 하던 생각은 쏙 들어가고 민폐나 되지 말아야지, 나도 빨리 숙련되게 일을 배워야지 하는 다짐만 했습니다. 

 

이 정신없는 노동 속에서 사람의 존재를 상기시켰던 것은 동료들의 ‘인사’와 ‘말투’였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고 아직 친해지지 않아 모른 척 지나갈 수 있지만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퇴근하세요?’, ‘고생하셨어요’라며 꼭 인사를 해줍니다. 스스럼없이 먼저 건네준 인사가 이 매장의 첫인상을 좋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마다 제각각 성격을 알려주는 말투는 다양했지만 전반적으로 짜증내거나 귀찮아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특히 실수했을 때 제가 무안하거나 민망하지 않게 ‘그럴 수 있죠’, ‘괜찮아요’는 말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저는 저보다 한참 어린 동료들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들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걸 느끼자 저절로 겸손해졌고, 이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수해서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뭘 해달라고하기 전에 찾아서 해야지’

‘궂은일에 싫은 내색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서로 존중하고 도와주는 분위기는 아무도 잘하라고 채근하지 않아도 스스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을 만들어 냅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일했던 카페 알바들에선 ‘야!’, ‘죽을래?’ 막말부터 CCTV로 지켜보다 일을 시키는 등 무시당하고 감시당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굳이 일을 찾아서 더 하고 싶지 않았고 손님들에게도 투덜대고 짜증 냈던 기억이 많습니다. 

 

새삼 노동자 자신이 사람으로 존중받았을 때 얼마나 높은 노동력의 상승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느껴졌습니다. 이 불합리한 운영구조에서 악착같이 버티고 일하는 것은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는 동료들, 사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저에게 힘이 되어준 한 노동자가 학업 때문에 퇴사했는데요. 그 친구가 “저 없어도 잘 굴러가죠, 뭐”라며 아쉬워하는 동료들에게 건넨 말이 생각납니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란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걸 느끼고 이미 이 사회구조에 적응 혹은 납득해버린 어린 노동자의 마음이 느껴져 참 안타깝고 씁쓸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나는 가장 밑바닥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세상의 참된 주인을 못 알아보고 자족하며 살아온 스스로가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세상에 대한 마음은 더 간절해졌습니다. 그 어떤 예속이 있더라도 결국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며 주인답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함께 노동하며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과 함께 하면 육체는 으스러져도 마음이 참 충만해집니다. 이 어린 노동자들이 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더 행복한 마음으로 노동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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