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알바이야기] 해가 뜰 때부터, 달이 질 때까지

청년 김 씨 | 기사입력 2021/03/26 [09:59]

[청춘들의 알바이야기] 해가 뜰 때부터, 달이 질 때까지

청년 김 씨 | 입력 : 2021/03/26 [09:59]

지금 일하고 있는 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기 전에 저에게 아르바이트 노동이라는 것은 활동을 하는 데에 필요한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용돈 벌이, 딱 그 정도였습니다. 길어야 일주일에 이틀 정도 일하는 것에 그쳤고, 생활과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시간과 요일을 재고 따지며 저의 상황과 입장에 일자리를 끼워 맞추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출근 시간도 아침 일찍 보다는 적당히 점심 즈음으로 구하며 아침잠을 보장하려고 개인적인 이기심을 부리기도 했고, 치열하게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보다 여유롭고 넉넉하게 활동하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아르바이트 노동을 주요한 활동의 하나로 시작하게 되면서 많은 것들이 이전과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잠은커녕 새벽잠이나 겨우 사수하기 바쁠 정도로 이른 출근 시간으로 하루의 시작이 바뀌었고, 남의 일처럼 느껴졌던 아침 출근길 풍경에 어느샌가 저도 함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을 하는 일상에 어느덧 익숙해질 무렵, 같이 일하는 선배 동료와 오후 휴식시간에 이런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몇 시에 출근했어?”

“8시 출근이요 ㅎㅎ”

“아유, 일찍 나왔네.”

“다른 분들은 7시부터 나오시는데요 뭐- 제가 이전에는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일을 해 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일해보니까 알겠어요. 아침에 이렇게 일찍 나오는 거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 정말 쉽지 않아. 여기 일하는 사람들 진짜 대단한 거야.” 

“맞아요. 저는 집이 요 근처라서 가까우니까 사실 눈뜨면 금방 오는데, 저보다 집이 훨씬 먼 분들은 아마 새벽같이 일어나시겠죠? 여기서 일하면서 느낀 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매일같이 아침 일찍 여기 나와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게 위대해 보이는 거 같아요.”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들 얼마나 부지런하게 사는지 몰라. 여기 일하면서 각자 또 다른 일도 하잖아. 그게 어디 쉬워?” 

 

여기 일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습니다. 나랑 동갑내기인 라이더 동료는 아직 대학을 다니고 있고, 졸업하면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구할 거라고 합니다. 주말에 함께 일하는 선배 동료는 이 일을 하면서 동시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고, 배우를 꿈꾸며 연기 훈련과 일을 병행하는 동료도 있습니다. 그릴에서 일하는 한 선배 동료는 오랫동안 수학 선생님을 하시다가 은퇴하시고 일손을 마냥 놓고 싶지 않아서 이 일을 시작하셨다고 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생활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게 불안정하고 힘들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은 정해진 일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생활을 꾸려가면서 평화롭고 여유롭게 매일을 보내겠지~’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이곳에서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치열하게 매일을 살아내면서 꿈을 위해서,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어디에서든 어떤 공간에서든 최선의 열정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내 본래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내 꿈은 따로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노동 따위 대충 할 것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절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억울해 하지도, 투덜대지도 않는 이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내 하루는 얼마나 꽉 차 있나?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 속에 그 답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저에게 쓴소리 하지 않지만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은 그 모습 그대로 저에게 큰 꾸짖음을 주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따라 배워야겠다고, 아침 해가 뜰 때부터 달이 질 때까지 온 힘을 다해 하루를 꾹꾹 밟아 딛으며 살아가는 이 사람들을 닮아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