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탈북자를 만나다③]이들에게 우리나라는 어디일까
nk투데이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15/03/01 [10:25]  최종편집: ⓒ 자주시보

 

한국 내 탈북자가 27000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들의 생활여건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어느덧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한국 내 북한 사람들. 이들 탈북자의 생활과 고민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들은 정부의 감시 아래 있어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탈북자들의 실명과 구체적인 인적사항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이들은 대다수 <고난의 행군> 시기, 그러니까 1994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탈북했다. 중국에서 십여 년 정도 체류하다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한국에 들어온 이들이 많았다. 

 

“조선족들 동네에서 살았는데 중국 경찰들도 그렇게 집요하게 잡아들이거나 하지는 않아요. 한번씩 단속이 뜨는데 조선족들이 찾아와서 단속 떴으니 피하라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별 일 없어요. 동네에서 인심을 잃은 사람들이 잡혀서 북한으로 송환되는 거지.”

 

이들 가운데는 흥미롭게도 해외 파견 근로자도 있었다. 러시아 벌목공으로 3년 동안 근무했다고 한다. 90년대 후반 언론에서 러시아 벌목공으로 일한 북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몇 차례 다뤘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 탈북자의 말은 전혀 달랐다. 

 

“벌목공이라고 해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 다 기계로 하는데 뭐. 북한에서는 해외에 돈 벌기 위해 나가는 걸 다들 부러워해. 나갔다가 기간 채우고 북한에 돌아갔다가도 또 나가고 싶어서 안달일 정도야. 한번 나가서 번 돈이면 북한에서 꽤 잘 살 수 있는 수준이지.”

 

최근 일부 언론에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월급을 북한 정부가 모두 가져간다고 보도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니, 한국에서도 사장이 외부로 직원들 파견 보내면 벌어온 돈 일부를 가져가잖아. 똑같은 거지. 당연히 수입의 일부는 정부에서 가져가지만 월급을 전부 가져간다고? 그러면 뭣 때문에 다들 해외 파견 나가려고 안달이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까? 

 

“남자들은 일용직 많이 뛰지. 일요일도 없어. 오늘 오랜만에 작업이 없어서 나올 수 있었네.”

 

“저는 애들 봐주는 돌보미 서비스 일을 해요. 애들이 저 없으면 난리가 나요.”

 

탈북자들은 보통 한 동네에 모여 산다고 한다. 임대아파트 단지에 많게는 2천 명씩도 산다. 그래도 한 자리에 자주 모이지는 못한다고 한다. 

 

“탈북자들 위한 양로원 같은 게 있으면 자주 볼 수 있어서 좋겠어요.”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도 있는데 우리를 위해서 한 게 뭐가 있어?”

 

“난 이만갑 폐지하겠다고 공약 내 논 사람 있으면 찍어 줄 꺼야.”

 

“아예 자네가 출마하지 그래. 말도 잘 하는구먼. 허허.”

 

북한에는 토론문화가 발달했다더니 다들 언변이 대단하긴 하다. 말을 한 번 시작하면 방언 터지듯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금 민감하지만 정치 얘기를 꺼냈다. 혹시 지지하는 정당이 있을까? 역시 조심스러운 답변이 나온다.

 

“그런 거 없어. 잘 몰라.”

 

“난 박근혜 찍었어. 여자가 대통령 한 번 해봐야지.”

 

“난 안 찍었어. 통일을 해야 할 거 아냐. 통일정책은 민주당이 더 낫더라고.”

 

“그래봐야 통일이 되겠어? 언제 통일이 되겠어?”

 

“그래도 통일은 해야지. 그래야 가족들 만날 거 아냐.”

 

술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몇 사람이 이제 그만 들어가야겠다고 한다. 술자리를 정리할 때가 됐다. 술자리를 끝내면서 문득 한국의 평범한 아주머니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2차로 노래방에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한 시간만 부르고 가잔다.

 

“<심장에 남는 사람> 한 번 부르고 가야지!”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던 사람들이 다들 노래방에 들어간다. 탈북자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놀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한다. 어렵게 모였으니 신나게 놀아보자는 분위기다.

 

“자, 북한 대 한국 노래대결을 하겠습니다!”

 

순식간에 한국 대표로 노래를 불러야 할 처지가 됐다. 다행히 노래방 기계가 고장이 났는지 100점이 나왔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다들 가수 출신인지 노래를 빼어나게 잘 부른다. 게다가 최신 유행가요도 많이 알고 있다. 

 

탈북자 입에서 <북한 대 한국>이란 표현이 자연스레 나온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북한팀 시합 구경 간 후배 얘기가 떠올랐다. 자기 뒤에서 “우리나라 이겨라”라는 응원소리를 듣고 북한 선수단이 있는 줄 알고 뒤돌아봤더니 탈북자로 추정되는 가족이 있었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북한을 두고 <우리나라>라고 부르더란다. 탈북자에게 우리나라는 한국일까 북한일까?

 

 

한 시간만 부른다더니 누군가 한 시간을 추가했다. 모두가 앞에 나와 춤을 추면서 신나게 논다. 마지막 곡은 예정대로 바이브의 <심장에 남는 사람>이었다. 모두가 함께 불렀다. 노래가 모두 끝나고 아쉬움 속에 헤어졌다. 다시 연락하고 만나자는 약속만 남긴 채.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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