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까지 갈 수 있다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5/09/05 [21:28]  최종편집: ⓒ 자주시보
 
지난 8월 25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된 남북 고위급접촉은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을 평가하고 각 항이 갖는 의미, 그리고 향후 전망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북한의 주도적 공세 속에 채택된 공동보도문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은 심각하고도 긴박한 군사적 대격돌 속에서 타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잠수함 출항 등 전에 없던 새로운 군사적 조치들을 취했으며 미국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전쟁연습을 중단하는 등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이번 고위급접촉이 단순한 협상이 아닌 치열한 군사적 대격돌의 일환이었음을 보여준다. 즉, 이번 접촉의 본질은 북미 사이의 군사적 대결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보여준 북한의 주도적 공세가 협상 타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 고위급접촉이 북한의 주도적 공세 속에서 타결되었음은 접촉의 당사자인 남과 북의 반응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공동보도문 내용을 애써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동보도문 발표 직후 김관진 안보실장은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 행위에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정작 공동보도문 내용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 행위’를 인정하거나 ‘사과’나 ‘재발방지’를 언급한 부분은 없다. 

‘유감’이라는 단어를 정부가 ‘사과’로 해석하는 바람에 한때 국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유감’이 올라갈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유감’을 ‘사과’로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아전인수다. 아니라면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수 차례에 걸쳐 북한에게 ‘유감’을 표명한 것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역시 김관진 실장의 발언을 두고 “합의 결과에 대한 왜곡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세력 내에서조차 이번 합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공동합의문에 대해 “사과도 없고 반성문도 없다”며 혹평했다. 이동복 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는 “북의 구체적 재발 방지에 대한 명시가 없기 때문에 치명적 취약점이 있다”며 “100을 목표로 했을 때 절반인 50에서 멈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효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 박사는 “승리니 어쩌니 하는 낯 뜨거운 표현은 남한이라도 좀 삼가자. 그냥 이럴 수밖에 없었던 자조적인 현실을 담담히 수용하자”고 평가했다.

북한의 평가는 상당히 다르다.

이번 고위급접촉에 참석했던 김양건 비서는 지난 27일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처럼 북과 남이 원인모를 사건으로 요동치는 사태에 말려들어 정세를 악화시키고 극단으로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고 발언하였다.

이는 파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사건을 ‘원인모를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자신들과는 무관함을 주장하는 것으로 공동보도문 내용과 일치한다.

역시 고위급접촉에 참석했던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서 상대 쪽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며 더 강한 톤으로 말했다. ‘근거 없는 사건’이 지뢰폭발사건을 의미하는지, 포격전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한국에서 조작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고위급접촉 결과를 두고 ‘충고’하는 투의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8월 28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사실 공동보도문은 합의문이나 공동성명, 공동선언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형식을 떠나서 치열한 군사적 대격돌 결과로 나왔다는 점에서나, 실제 내용에서나 이번 공동보도문은 향후 한반도 전반을 규정하는 문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접촉은 고위급 정치회담(?)

 

공동보도문의 조항을 하나씩 따져보자.

1항.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자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번 남북 고위급의 만남을 ‘회담’이라고 하지 않고 ‘접촉’이라고 굳이 표현한 것은 공식적 성격을 축소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1항에서 ‘당국자 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므로 앞으로 남북 사이에는 공식적인 고위급 회담이 진행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1항에서 향후 회담 개최 합의 내용을 다뤘을까?

보통 향후 회담 계획은 마지막 항에 넣는 게 관례다. 정전협정도 부칙을 제외한 마지막 항인 60항에서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기로 하였고, 6.15남북공동선언도 마지막 5항에서 “빠른 시일 안에 당국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6자회담 9.19공동성명도 마지막 6항에서 “제5차 6자회담을 11월초 북경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일자에 개최”하기로 하였다.

게다가 애초에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이 긴급히 진행된 이유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충돌 방지 관련 내용이 1항에 들어가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관련 내용은 2항부터 등장한다.

이렇게 보면 이번 접촉의 목적을 단순히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포괄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번 접촉에 군 관계자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뿐 아니라 홍용표 통일부장관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의 ‘정치회담’ 성격이 더욱 분명해진다.

2항.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가장 논란이 된 2항은 북한이 한국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위로’를 전한 것 이상으로 분석하기 힘들다. 다만 그동안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온 지뢰폭발 사건을 언급함으로써 고위급 접촉 타결을 가능케 하였으므로 북한이 남측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논리라면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표명해 5.24조치를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논란이 된 ‘북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에서 볼 때는 사과’인 게 바로 ‘유감 표명’인 셈이 됐다.

 

 

3, 4항에 숨겨진 두 가지 미스터리

 

3항.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로 중단하기로 하였다.”

4항.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3, 4항은 남북이 각기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조치를 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는 왜 한국이 취할 조치는 조건과 시한이 정해져 있는데, 북한의 조치에는 조건과 시한이 없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확성기 방송 중단과 준전시상태 해제는 격이 다른데 어떻게 이 둘을 맞교환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첫째 의문에 대해서는 8월 26일자 <오마이뉴스> 보도 ‘정부 발표에 빠진 세 글자 남과 북의 해석이 달라진다’에서 자세히 분석하였다.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한국 정부 발표와 달리 북한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4항이 “북측은 동시에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로 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이 조치를 취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도 조치를 취한다. 따라서 북한의 조치에도 시한은 있는 셈이다. 다만 ‘동시에’라는 표현이 들어감으로 인해 북한의 조치는 조건부가 되어버렸다. 즉 한국이 조치를 취하면 그에 따라 북한도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한국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거나, 재개하면 북한도 준전시상태를 해제하지 않거나, 다시 선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3항에 있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되었다. 이처럼 ‘동시에’라는 표현은 한국에 불리한 표현이기에 한국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슬그머니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의문은 어떤가?

포격전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자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한국군은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북한의 준전시상태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6단계 작전명령 가운데 두 번째로, 전쟁 직전 상황에서 전시체계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준전시상태가 선포되면 우리의 예비군에 해당하는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이 진지에서 24시간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북한은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 1983년 버마 아웅산 폭파 사건 때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또 1983년, 1993년 팀스피리트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적이 있다.

‘진돗개’는 한국군의 단계별 경보 조치다. 평시에는 ‘진돗개 셋’ 상태인데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다. 워치콘은 한미 정보당국이 발령하는 것으로 정보감시 태세다. 그러나 이를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와 같은 격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의 준전시상태와 같은 것은 한미연합사에서 발령하는 전투준비태세(데프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데프콘 3단계가 준전시상태인데 이 때 한미연합사로 작전통제권이 넘어간다. 한미연합사는 1976년과 1983년 두 차례 데프콘 3단계를 선포한 적이 있다.

다른 경보로 ‘충무’가 있는데 이는 한국 대통령이 선포하며 민간 차원의 전쟁준비태세에 해당한다. 준전시상태에 해당하는 것은 ‘충무 3종’으로 공무원이 비상소집된다.

그런데 이번에 한미당국은 데프콘 단계를 격상하거나, 충무사태를 선포하지도 않았다. 즉 북한의 준전시상태 해제와 맞바꿀 게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다만 당시가 UFG 전쟁연습 기간이었으므로 이 둘을 맞바꿀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북-미 사이에 협상할 내용이므로 남북고위급 접촉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었다.

이렇게 볼 때 4항은 북한의 양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무력충돌 가능성이 줄어드는데 사회적 부담이 큰 준전시상태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결코 손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 데프콘 3을 발령해 정부 행정이 중단되고 전국의 예비군이 소집돼 부대에 집결한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자. 협상이 잘 돼서 긴장상태가 해소됐는데도 일상 행정 업무를 재개하지 않고 예비군도 계속 붙들고 있으면 사회적 비용지출도 심각하거니와 정부에 대한 비난도 빗발칠 것이다.

한 마디로 협상이 잘되면 공동보도문에 문구로 넣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히 준전시상태는 해제될 것이었다. 그런데 왜 한국은 확성기 방송 중단의 대가로 준전시상태를 요구했으며, 이를 공동보도문에 박아 넣은 것일까? 북한의 준전시상태 유지가 북한이 아닌 한국과 미국에게 부담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극우인사로 알려진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는 “준전시상태로 돌입해 있는 북한의 전쟁협박에 우리가 굴복했다”면서 “차라리 항복문서이며, 조공문서라 불러야 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향후 한반도 전반을 규정하는 중요한 합의

 

5항.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6항.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5, 6항은 인도적 문제, 민간교류 문제로 남북이 이전부터 계속 주장해온, 그리고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1단계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6항인데 특정 분야를 언급하지 않고 그냥 ‘다양한’ 분야라고 표현하였다.

1990년 남북합의서는 제16조에서 “과학 기술, 교육, 문학 예술, 보건, 체육, 환경과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및 출판물을 비롯한 출판 보도 등 여러 분야”라고 명시했고,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도 4항에서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라고 명시했으며, 2007년 10.4선언 역시 “역사,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라고 명시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민생, 환경, 문화를 ‘3대 소통로’로 제시하고 있기에 고위급접촉에서 한국측은 위 3가지를 특정할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 때 북한은 분야를 특정하지 말고 모든 분야에 대해 열어놓고 교류를 확대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5.24조치 해제가 필수적인데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의문이다. 5.24조치를 해제하려면 천안함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가장 무난하게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2010년 서해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남측 군인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수준으로 밝히고 이에 따라 5.24조치를 해제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한국 군부가 이 정도에서 인정할지는 의문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5.24조치를 언급하지 않고 자연스레 민간교류를 확대해 사실상 5.24조치를 무력화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언제든 5.24조치를 내세워 민간교류를 차단할 수 있으므로 결국 정부의 입맛에 따른 선별적 교류가 될 소지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공동보도문은 정치, 군사, 사회 등 전반 영역을 다뤘다는 점, 당장의 과제와 함께 장기적 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 형식을 떠나 상당히 무게감 있는 합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첨예한 군사적 격돌의 결과로 나왔으며 언제든지 준전시상태로 돌아갈 명분이 담긴 만큼 남북대결적 행동이 지속된다면 이를 타격할 수 있는 합의로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이번 공동보도문은 향후 한반도 전반을 규정하는 중요한 합의라고 할 수 있다.

 

 

공동보도문은 북한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

 

북한이 이번 고위급접촉과 공동보도문을 통해 달성하려는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번 사태 자체가 북한과 미국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대격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북한은 미국을 염두에 두고 이번 협상을 진행했을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입장은 ‘전략적 인내’와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한과 전면전을 피하고 협상도 하지 않으며 현상유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북미대결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전쟁도, 협상도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긴장상태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면서 동북아에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지 않고, 한국과 일본에 값비싼 무기도 계속 강매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중시정책’을 통해 북한을 끝내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경제봉쇄를 통해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동시에 미군 역량을 동북아에 집결해 전쟁준비를 완비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 상, 그리고 세계패권전략에 따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구상이다.

일단 미국은 한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전면전을 피하고자 한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몇 년 동안은 미국이 스스로 북미관계를 특별히 변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은 조건이다.

물론 미국의 이런 입장에 대해 북한이 동의할 리 없다.

북한이 공동보도문을 통해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3항의 ‘동시에’란 표현에 들어있다. 남북대결을 추구한다면 군사적 대결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고,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하든, 아니면 전쟁을 하든 미국은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도 아니고 전쟁도 아닌 어정쩡한 긴장고조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 군사적 긴장이 재현되면 즉각 준전시상태에 들어가고 각종 군사대응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의도를 공동보도문에도 녹여냈다. 만약 앞으로 한국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거나, 미군이 군사적 행동을 한다면 언제든 북한은 준전시상태에 다시 진입할 것이다.

이는 마치 1993년 3월 12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북미 고위급회담을 통해 6월 11일에 탈퇴를 보류한 상황과 비슷하다. NPT는 탈퇴 의사를 밝혀도 3개월 후에 탈퇴가 되므로 정확히 탈퇴 실효 하루 전에 북미는 극적인 협상 타결이 하였다.

그러나 북미 사이에 다시 군사적 대결이 고조되자 북한은 2003년 1월 10일에 다시금 NPT 탈퇴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10년 전에 탈퇴를 선언한 후 선언을 일시 보류한 상황이었으므로 2003년 NPT 탈퇴는 즉각 발효되었다. 이제 북한은 NPT 밖에서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당시 군사적 대결을 하지 않고, 그래서 북한이 NPT에서 탈퇴하지 않았으면 북한이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경제건설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추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까지 갈 수 있다

 

고위급접촉 합의 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이번 합의 자체가 군사적 대격돌의 결과로 나온 것이므로 대결국면보다는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있으므로 당분간 남북 적십자 사이의 대화가 진행될 것이며, 이산가족 상봉 후에는 당국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남북대화 재개를 명분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내년 대선까지 위기관리를 해야 하므로 북미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올해 10월 10일 북한이 조선노동당창건 70돌을 계기로 인공위성을 발사하거나 무력시위를 할 수 있으므로 지금 대화가 절실할 것이다.

최근 시드니 사일러 미국측 6자회담 특사가 물러난 후 뉴욕채널의 미국측 파트너가 공석 상태다. 사일러 특사는 지난 1월 북한이 뉴욕채널을 통해 핵활동 일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일시 중단을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단박에 거절한 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미국이 사일러 특사의 후임으로 누구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뉴욕채널이 다시 가동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대화와 대결이 순환하던 상황은 과거에도 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역사는 큰 주기를 가지고도 반복하지만, 중단기적으로도 반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은 아니다. 비슷한 부분도 있고, 변화한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대결 후 대화국면이라는 지금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북한이 핵무기와 운반수단, 즉 차량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하고 이를 계속해서 증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무인기와 전자전 등 다방면에 걸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북한은 공개적으로 앞으로 전쟁이 나면 전선은 한반도가 아니라 미국 본토에 형성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이는 미국에게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다. 지난 5월 해리 해리스 신임 태평양사령관이 자신의 작전 구역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을 꼽았던 사례나, 7월 조지프 던포드 차기 합참의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 중국에 이어 북한을 위협국가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의 전략무기 증강으로 인해 미국은 갈수록 북한과의 전면전을 추진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면전을 했을 때 북한보다 미국이 잃을 게 훨씬 많다는 점에서 전면전 ‘추진’이 아니라 거꾸로 ‘방지’가 미국의 화두로 떠올랐다. 2013년 3~4월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은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과거에는 미국이 북한에 전면전 위협을 가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전면전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된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위신이 현저히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중심 경제체제의 위기는 재론할 여지도 없고 정치·외교력도 예전만 못하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지 말 것을 경고했음에도 동맹국들이 대부분 AIIB에 참여하였다. 

 

 

군사력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아프간, 이라크전에서 입은 트라우마를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는지 아직도 시리아 등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중해에서, 동해에서 합동해상훈련을 하며 미국의 주요 전략요충지들을 농락하고 있지만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있다. 사실 시리아, 우크라이나의 상황만 봐도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위신이 추락하면서 도래한 대화국면이기에 이번 대화국면은 대결과 대결 사이의 일시적 소강국면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이번 대화국면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일단 하반기 남북 당국 회담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가는 ‘소통로’가 될 것이다. 8월 23일자 <연합뉴스> 보도 “북한, 남북관계 ‘대통로 열기 위한 방안’도 제시한 듯”은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논의했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작년 10월 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에게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제안했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올해 초 신년사에서 “조국해방 70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고 하면서 정상회담까지 언급한 것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온갖 악재로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남북 고위급접촉으로 지지율을 대폭 올렸으니 정상회담도 추진해 진보의 통일담론을 선점해 볼 만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게다가 아직 임기도 2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이를 일정정도 이행할 여유도 갖추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DMZ 평화공원과 경원선 복원 등을 합의하고 이를 통해 노벨평화상을 꿈꾸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북미대화 역시 미국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하지만 결국 북한과의 전면전을 막기 위한 방법은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를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갈수록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북한과 하루빨리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발상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국제관계 역사에서 국익을 위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경우는 흔하다.

 

 

혼란과 갈등이 예상되는 한국 정치

 

대화국면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한반도 정세가 순풍에 돛 단 듯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동보도문 발표 이틀 만에 국방부가 ‘참수작전계획’을 공개한 것이나, 대북 선제공격 계획이 포함된 새로운 작전계획 공개도 이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중동의 IS를 연상시키는 ‘참수작전계획’ 공개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참수 계획뿐 아니라 지난 6월 한미 양국군이 ‘작계 5027’을 대체하는 새로운 ‘작전계획 5015’를 만들어 양국 합참의장 간에 서명을 마쳤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8.25 합의(공동보도문)가 나온 직후에 이런 사안들이 공개된 것은 북한을 자극하려는 의도성이 있다고 본다”고 진단하면서 “가만히 놔두면 안 되는 사안이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빨리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전단 살포 움직임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8월 31일 “9월 3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이후, 9일 북한의 공화국 창건일 전에 대북전단 50만 장을 풍선 20~30개에 나눠 북쪽으로 날려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반북 삐라풍선

 

 

이처럼 모처럼 마련된 대화국면을 파괴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예상되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않으면 또다시 한반도에 전시상태가 조성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면전은 민족의 파멸이므로 ‘철부지 불장난’은 확실히 막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내 정치적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과 정면대결을 회피하면서 한반도,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게다가 전쟁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8월 23일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 공해상에서 양국 해군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 훈련에 돌입하면서 미군을 위협했다. 시기적으로 우연일 수도 있지만 북한의 무력시위에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보태는 모양새가 되었다. UFG 전쟁연습을 중단한 미군 입장에서는 뼈아픈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속에서 그동안 미국의 후원 아래 국내에서 권력을 누려온 친미보수세력 내에서 혼란과 갈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의 힘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조차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겠다는 ‘안미경중’이란 신조어를 만들고 있다. 물론 이 틈바구니에서 튀어보겠다며 미국에 가서 큰절을 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같은 인물도 있다. 친미보수세력의 갈등이 증대될수록 한국 정치의 지각변동은 가까워질 것이다.

이번 고위급접촉 공동보도문 발표로 한반도에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 눈앞에 다가온 대격변을 주도적으로 맞이하자. <끝>


* 이 원고는 인터넷 통일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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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리노 15/09/06 [07:04]
전쟁국면까지 치닫는 중차대한 남북관계를 정체도 모를 탈북자들이 (돈받고)삐라설치며 긴장을 불러오고 여기에 장단맞추는 언론,정부,군등 일부극단세력의 불장난이 국민을 심히 불안케하는 현실이다. 정부는 쓰레기들을 처리하고 대북태세를 수정하여 국민불안을 없애..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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