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되어 버린 처녀, 장사꾼, 노인의 3대 거짓말
김정웅/ 청년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6/07/03 [06:56]  최종편집: ⓒ 자주시보

 

‘한국 3대 거짓말’이라는 농담이 있었다. 처녀의 “난 시집 안 갈거야.”, 장사꾼의 “이거 밑지고 파는 거야.”, 노인들의 “빨리 죽어야지.” 말은 그렇게 할지라도, 결과적으론 말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는 게 웃음 포인트였을 테다. 그런데 2016년의 한국에선 이 농담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한국 사회 무한경쟁의 지옥도 속에서, 경쟁 밖으로 밀려난 청년과 자영업자, 노인들이 하는 저 말들을 꼭 거짓말이라고만 할 수는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  드라마 ‘스타일’   사진 출처 - SBS

 

 

처녀의 거짓말 : 대학을 다니다 알게 된 누나 한 명이 있다. 내가 누나를 처음 알게 된 신입생 시절,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가까웠던 누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은 절대 결혼을 하지 않겠노라고 종종 선언하곤 했다. 나는 그 선언을 참 특이한 것으로 여겼다. 심지어 누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할 것이라고 넘겨짚기까지 했었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누나는 정말로 결혼을 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누나의 생각은 한결 같았다. 그런데 누나를 바라보는 나와 이 사회의 시선은 많이 달라졌다.

 

‘결혼을 포기한 청년’이라는 말. 너무나 익숙해져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는 말이다. 평범한 청년인 나도 요즘 결혼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 아니 과연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부쩍 많이 든다. 결혼을 못하는 청년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3포, 5포, 7포를 넘어 N포세대가 된 지금의 청년들. 청년 실업, 높은 집값, 낮은 소득수준같이 어렵고 다각적인 원인이 얽혀 있다. 확실한 것은 모두 돈에 물려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좋은 수저를 물지 못한 청년들은 이제 진심으로 결혼을 포기하고 있는 중이다.

 

장사꾼의 거짓말 : 우리집은 횟집을 한다. 따로 사람을 쓰지 않고 부모님께서 운영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음식 팔아서 남는 게 없다는 말씀을 버릇처럼 하신다. 그때마다 매출액에서 재료비, 임대료, 수도세, 전기세 등을 뺀 순익을 계산해 말씀해주시곤 한다. 들을 때마다 위태위태한 우리집 가계 수입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요즘 요식업 트렌드가 무한리필이라 좋은 집이 많으니 그런 식당 한 번 가보시라고 지나가듯 말씀을 드렸다. “다들 그렇게 싸게 팔면 우리 가게는 뭘 먹고 사니.”라는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자영업 창업 대비 폐업률 85%.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이 망한다는 얘기다. 장사도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안정적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은퇴자들은 영세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급이 무한정 늘어나니 경쟁은 심화된다. 가격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영세상인은 물건을 밑지고 팔며 ‘인건비 따먹기’로 근근이 생계를 버텨나가고 있는 것이다

 

노인의 거짓말 : 몇 년 전 군 생활을 마친 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가 자신이 겪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대형마트 경비 아르바이트를 하며 순찰을 돌던 도중 화장실에서 목을 맨 노인의 시신을 발견했었다는 것이다. 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와서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인근에서도 종종 이런 일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주었다. 공포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만 알았는데, 그 정도 일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종종’ 있곤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빨리 죽을 거라는 노인의 농담이 현실이 된 것은 가장 비참하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노인 자살률 OECD 1위, 10만 명 중 116.2명, 선진국 노인 자살률보다 무려 20배가 높다. 왜 노인들이 세상을 등지려 하는가는 쉽게 단언할 수 없는 문제다. 한 가지 단서를 빈곤에서 찾을 수 있겠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50%, 이 또한 선진국 중 단연 1위다. 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한 푼 없는 빈털터리가 되는 날엔 자신을 모욕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이 나라 노인들은 이 땅에서 자신을 모욕해가며 살아가는 일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것인가. 그리하여 삶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것인가.

 

청년 문제, 영세상인 문제, 노인 문제. 예전 농담이 지금의 우리 사회 병폐들을 담고 있다. 세 문제는 모두 하나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가난’. 가난이 저들에게 결혼을, 생계를, 삶을 포기하도록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3대 거짓말’ 농담을 듣고도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경쟁에서 밀려나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보호를 아끼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 농담에도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을 기다.

 

이 글은 [인권연대] 청춘시대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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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투쟁이 일어나지않고는 no답인 대한민국이 될것이다. 이수다 16/07/05 [16:37] 수정 삭제
  대한민국 정치가 변하지않는한 앞으로는 장가 가고십으도 가지못하는, 시집 가고십어도 생활고에 허득일까 두려워서 못가는, 애를 놓고십어도 생활고로 애도 키우기 힘들어서.노년에 오래 살고십어도 가진것 없어 자살하는 수가 현제의 몇배 50% 이상을 돌파할수도 있는 위험을 가지고있다 하루빨리 나라의 정치를 바꾸어야한다. 그렇이 안으면 몇몇 정권잡이들과 몇몇 나라 해택을받으면서 기업하는 대기업들외에는 세계 최하위 생활권으로 될것이다. 남한에는 당장이라도 국민 투쟁으로 정권을 교체하여 후과를 막아야한다 .
문제의 핵심은 딴 데 있지요 무식한이 16/07/07 [11:09] 수정 삭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등 전 분야에 발전은 어려운 게 현실인 듯합니다. 우리가 표현할 수 없는 높은 장벽을 알고 있지요. 입이 있어도,귀가 있어도, 눈이 있어도 어쩌지 못하는 그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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