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124]이제는 공부형 탈북까지!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6/10/06 [16:2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수학영재가 탈북했다고 홍콩언론이 보도했으나 정확한 내막을 밝혀지지 않았다.     © 자주시보 편집국

 

1960년대 초반, 중국과 소련이 이념문제를 놓고 논전을 벌이던 무렵, 어느 국제탁구경기에서 중국 여선수와 프랑스 여선수가 임시로 복식조를 무어서 소련 여자선수들을 이기고 1등을 따냈다. 한 외국기자가 뽑은 기사제목은


“마오쩌둥과 드골이 손을 잡고 흐루시쵸프의 귀뺨을 때렸다.”


워낙 체육은 정치와 갈라놓기 어렵고 더욱이 사회주의국가들의 체육은 최고지도자들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에, 당시 국제정세를 파악한 기초에서 뽑은 기사제목은 재치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경제도 정치와 갈라놓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지만, 뭐나 다 정치와 결부시키면 좀 곤난하다. 몇 달 전 한국의 어느 언론은 조선(북한)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중국과 합작하여 에너지난 타결책으로 태양에너지산업에 매달린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았다. 중국 회사와 조선 기업의 계약서까지 입수하여 사진을 곁들였으니까, 엉터리 소식통 기사는 아니지만, 꼭 그렇게 해석해야 맛이냐는 의문이 들었다. 태양에너지 산업은 세계 많은 나라들이 권장하는 바이고 중국에서도 근년에 엄청난 장성세를 보이는데, 조선의 에너지난에 끌어붙여야 되느냐는 게 첫째 의문이고, 다음으로는 중국 한낱 지방의 기업(조선족이 경영하던데)이 조선의 업체와 맺은 계약을 조선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과 결부시키는 게 격에 어울리냐가 두 번째 의문이었다.


한국 일부 언론들의 북 최고지도자 강박증이 예전부터 도를 넘은 걸 아는 필자로서도 요즘의 보도방식에는 고개가 저어지곤 한다. 5일 한국 대형신문들이 보도하고 일본 정부가 부인한 북 간부의 일본 망명신청설도 김정은 건강 챙기던 최측근이 탈북했다는 식으로 제목을 뽑았던데, 일단 그 설을 대부분 믿어주더라도 김정은 위원장을 본 적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기어이 김정은 위원장과 연결시키는 게 옳을까? 인터넷 낚시 글도 아니고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언론사들이 그렇게 제목을 뽑는 거야 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고무찬양죄에 걸리지 않겠나 싶다. 걸핏하면 “김정은”을 곱씹으니 뒤집어보면 “김정은 띄우기”와 “김정은 각인시키기”로서 한국의 이른바 “잠룡”들보다도 더 많이 기사를 내주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김정은 위원장과 결부시키지 않는 북 관련기사들도 나온다. 수학영재가 어쩌고어쩌고 하던 기사들이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 올림픽수학대회(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받았다는 사람의 탈북이 한 물 간 양상을 보이자, 곧 북의 어느 아버지가 남에 가서 실컷 공부하라면서 아들을 떠밀어보냈다는 탈북보도가 생산되었다. 탈북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난민으로 그리려고 애쓰던 때가 언젠데 작년 부턴가 엘리트층의 더 잘 살자는 탈북러시가 벌어진다는 보도들이 심심찮게 나오더니, 이제 와서는 공부형 탈북까지 언급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호소한지 여러 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창조경제성과가 보이지 않는데, 머리 좋은 사람들이 창조적 해석에 몰리어 그런가?


탈북수기들을 보면 머리가 어떻게 좋고 공부를 어떻게 잘했으며 능력이 어떻게 뛰어났는데 출신성분 따위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일종 틀이라고 할 지경이다. 홍콩을 통해서 탈북했다는 수학영재는 국제경기에 몇 번 참가해서 번마다 은메달을 받았다니까, 내부에서 어떻게 불이익을 받았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엄격히 실력으로 겨루는 국제경기가 아닌가. 잠깐 의문이 생긴다. 필자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예전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선수가 망명하거나 국적을 옮기면 몇 해(3년?) 지난 뒤에 새 나라를 대표하여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했었고, 세계 최강 선수로 꼽힌 사람들이 가끔 특혜를 누리는 경우가 있었다. 국제올림픽수학경기위원회(국제수학올림피아드경기위원회)는 어떤 규정을 세웠는지 모르겠는데, 이 아무개라는 그 “수학영재”가 한국을 대표해 출전할 수 있느냐 마느냐도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한국의 법에 따르면 조선 사람들도 한국 국민으로 친다니까 한국식 해석이 먹혀들 수도 있겠다만, 한국의 오리지널 자국산 수학영재들이 경기참가자격을 내주겠는가가 의문이다. 단 이제 다음 번 국제올림픽수학경기가 다가오면 “북한 테러위험”을 운운하면서 이 아무개의 참가여부를 놓고 추측성보도들이 양산되리라는 건 발바닥으로 생각해도 짐작이 간다.


필자가 거듭 거들다시피, 남북관계와 얽혀지는 보도들에서는 참으로 묘한 일치들이 자주 일어난다. 북의 수학영재, 미래의 엘리트가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보도가 나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 한국에 그 많던 수학영재들이 다 어디로 갔느냐고 꼬집는 기사가 나왔으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누군가 대학 수학과에 진학하면 취업부터 걱정하고, 어렵사리 박사과정까지 마친 고급 수학두뇌들은 우선 교수자리부터 생각하는데, 교수자리는 한정돼 있다고, 수학을 필요로 하는 산업계로 진출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가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수학전공자의 비중은 고작 0.03%.

“나머지 수학박사의 3분의 1이나 되는 대다수는 미취업 상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교육 시장에서 활동한다. 대학 입시과정에서 수학의 위상이 높아 억대연봉이 보장되는 학원강사로 수학박사들이 몰리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수학영제들의 상당수가 대학시험합격자들을 생산(듣기 좋게 말하면 양성)하는 사교육 시장에서 돈벌이를 한다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다람쥐 체바퀴 굴리기가 연상된다. 돈은 벌더라도 보람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탈북 수학영재”의 나이가 18살이라는데 박사를 마치더라도 교수 자리 따위를 갖기는 어렵겠다. 혹시 가진다면 요즘 이슈로 떠오른 우병우 장남의 코너링 실력 식으로 특혜논란거리로 되지 않을까?


그리고 외국유학생들의 대학등록비가 한국학생들보다 싸다고 한때 논란이 일어났다고 기억되는데, 외국유학생들을 대량 유치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대학들의 처사가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헌데 공부형 탈북자들이 이러저런 우대를 받는 다면 순한국산 학생들이 어떻게 대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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