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대북선제타격은 위험한 바보짓, 대화로 풀어야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11/15 [04:3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페리 전 국방장관이 3년 전 박근혜 정권 집권 초 한국에서 진행한 강연에서도 북을 우리 희망하는 대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며 북은 대화 의지가 확실하기에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주장을 한 미 양 정부는 거부했다. 그리고 북은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강국에 올라섰다. 그 페리가 다시 한국을 찾아 대화를 역설하고 있다.     © 설명글: 이창기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등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하여 담화를 나누는 페리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14일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해 "위험하고 바보스러운 결정이 될 것"이라면서 미국 핵과학자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가 제안한 이른바 '3 노(No)' 원칙을 북이 단계적으로 준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방한 중인 페리 전 장관은 이날 연세대 통일연구원 주최로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특강에서 국방장관 재직시절인 1994년 '옵션'의 하나로 검토됐던 대북 선제타격에 대해 "북의 남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우려해 당시 대통령에게 권하지 않았다"면서 "당시에는 (선제타격이) 위험한 일이었지만 바보 같은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의 핵시설이나 핵무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군사 행동은 위험할 뿐 아니라 바보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페리도 영변 시설 폭격을 제안하여 클린턴 당시 대통령도 서명했고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가 폭격 진전에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컴퓨터 모의 게임의 결과 미국이 참패한다는 결과가 나와 클린턴 대통령이 중단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결정적 이유가 당시 북이 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일본 노토반도, 알라스카, 하와이 앞바다를 타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미평화센터 김명철 소장의 주장이다. 어쨌든 페리도 클린턴 정권 국방장관시절엔 북을 전쟁으로 제압하려고 했던 강경파였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가 결정적으로 대화주의자로 돌아선 것은 이후 북을 직접 방분하여 북의 실상을 파악하면서부터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페리프로세스이다. 따라서 페리의 현재 주장은 북에 직접 들어가 북의 군사력 등, 북의 현실을 목격하고 북의 간부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에 기초한 것이어서 나름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페리 전 장관은 해법으로는 대화를 역설했다. 바로 해커 박사의 '3 NO 원칙' 즉, 북이 핵무기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 핵무기 성능을 개선하지 않으며, 핵무기와 기술의 이전을 하지 않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북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리 전 장관은 "북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보지말고 있는 그대로를 봐야 한다"면서 "북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북의 핵무기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협상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이 정권의 생존을 걸고 한국이나 일본에 대해 핵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핵무기가 완성되면)실수로 발사될 수도 있고, 테러 그룹에 팔 우려도 있다. 북과 협상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위험을 낮춰야 한다"면서 "(이것이) 완전히 만족할 수 있는 솔루션은 아니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그런 실수로 핵전쟁이 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공개하였다. 자신의 국방차관 시절 "컴퓨터에 200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으로 날아온다는 정보가 표시된다는 보고를 새벽에 받은 적이 있다"면서 "장병이 훈련자료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생긴 실수였다"며 아찔했던 상황을 소개했다.

 

또 "1989년 소련에서도 사령관이 비슷한 정보를 받았지만, 이 사령관이 컴퓨터 전문가여서 서기장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며 실수로 인한 핵위기 상황을 우려했다.

 

1994∼1997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페리 전 장관은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원래 대북 선제타격까지 주장했던 강경파였지만 북을 직접 방문한 후 1999년에는 미국 의회의 위임을 받아 대북정책의 로드맵을 담은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제시하여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방북을 성사시켰으며 클린턴 대통령 평양방문 합의까지 이끌어냈던 인물이다. 물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은 미국 지배세력들에 의해 거부되어 무산되기는 했다.

 

그는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북한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했고, 오늘날 북한의 상황은 (과거와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이번 강연에서 북 붕괴론에 대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의 붕괴를 전제하고 정책을 만들어왔는데, 실패로 판명됐다"면서 "더 이상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사실상 오바마 정부의 대북 압박에 의한 레짐체인지(체제붕괴) 정책은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페리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향후 6주간 어떤 사람이 임명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면서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국무장관으로 임명되면 희망적이지 않고 대북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거론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이 심사숙고한 대답이 아니었고, 즉석 대답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몇 달간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심각성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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