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 위해 돼지 한마리 잡은 탈북자 최영식 씨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12/29 [04: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최영식 탈북자와 김련희 북녘동포 , 두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북녘에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 최영식 씨가 정은농원에서 돼지 한마리를 통째로 사와 삶아낸 고기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 최영식 씨가 밤새 소를 빚고 내장에 눌러담아 만들어낸 함경도 순대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27일 충북 음성 소수영 자주시보 후원인 집에서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원래 소수영 씨 어머니 범민련 유금수 선생도 원로 선생들의 건강을 위해 집에서 이렇게 고기를 잡아 큰 잔치를  자주 열었는데 이제 소수영 씨가 대를 이어 그렇게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최영식 씨라는 탈북자가 돼지 한 마리를 잡아와서 그 충북 음성 소수영 씨 집에서 장기수 선생들과 원로 투사들을 모시고 잔치를 열게 되었다.

 

야외 가마솥에서는 돼지 한 마리가 통째로 삶아지며 구수한 향내를 풍겨 온 동네 강아지들을 폴짝폴짝 뛰게 만들고 방 안에서는 통통한 순대와 갓 삶은 돼지고기를 접시에 굵직굵직 썰어내는 최영식 씨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거실 가득 모여 앉은 낙성대 만남의 집 장기수 선생들과 남녘의 원로투사들이 이를 안주 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와 막걸리를 나누며 "무슨 고기가 이렇게 부드럽고 찰진가!, 비린내가 하나도 나지 않고 어찌 이리 향긋한가!" 다들 고기가 참 맛있다며 그렇게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소수영 씨와 김련희 씨 두 여성은 김치, 동치미를 그릇 가득 연신 내오고 마지막에 뜨끈한 국물에 숭숭 썰은 고기를 듬뿍 넣은 국밥을 새우젖과 함께 내왔다. 먹어본 돼지국밥 중에 최고였다.

함경도 순대 맛은 "아 이게 원조구나" 단번에 느껴지는 맛이었다. 얼마나 순대가 맛있었던지 원로 선생 들 중에 싸달라는 사람도 많았다.

 

이 행복한 미소를 위해 26일 최영식 탈북자와 문이범, 소수영 씨 등 자주시보 후원인은 차를 몰고 무안 유기농 돼지목장 정은농원에 갔다왔다.

 

최영식 씨는 돼지고기를 삶는 한 편 원로 선생들에게 함경도 순대맛을 보여드리겠다며 밤새 순대 속을 비벼만들고 돼지 내장에 꼭꼭 눌러담아 순대까지 만들어냈다.

 

▲ 최영식 탈북자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첫 눈에 딱 봐도 진실되어 보이는 최영식 씨는 고난의 행군 시절 남측으로 넘어온 탈북자다. 탈북에 대해 자세한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조국과 고향 사람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통일을 위해 일하다 모진 옥고를 치른 장기수 선생들과 남녘에서 오랜 동안 통일운동을 해온 원로 선생들에게 따뜻한 돼지국밥이라도 한 그릇 대접하려고 자비를 들여 돼지 한마리를 통째로 잡아 삶았다고 말했다.

자주시보에도 귀중한 후원금을 쥐어주었다.

 

그도 탈북하여 지금 어렵게 살고 있지만 꼭 북녘 고향에 다시 찾아가 고향사람들과 조국에 사죄도 하고 일가친척들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어서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영식 씨는 인터넷에 자신이 경험한 북의 실상을 소개하는 글을 썼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살이를 겪기도 했고 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여권조차 나오지 않는 등 심각한 차별을 견디며 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탈북자들에게 집도 주고 정착금도 많이 주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돈 600만원 나오는데 그 중 300만원은 브로커에게 떼이고 꼴랑 300만원 받는다. 문제는 사회에 나와도 취직이 어렵고 차별도 심해 말로 할 수 없이 어렵게 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관련 공중파 뉴스보도도 여러번 나왔다. 브로커들이 남녘에 가자고 꼬득일 때는 집도 주고 돈도 1억원씩 주네 어쩌네 했었는데 들어오자마자 돈은 커녕 온갖 강요와 감시 속에서 사생활 자유도 유린당한 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정부 당국의 탈북 동포들에 대한 처우와 인권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왜 다른 민족의 다문화 가족들에게는 그렇게 많은 지원을 해주면서 같은 혈육인 동포들은 이렇게 대하는가. 반북체제 선전에 이용만 해먹고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남녘에 와 북을 헐뜯는데 고분고분 따르는 탈북자들은 그래도 방송 출연시켜 돈 몇푼 쥐어주고 진실을 말하면 온갖 탄압과 감시를 자행하는 지금의 탈북동포 관리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정부의 전향적인 탈북자 정책 재검토가 절실하다. 좋기로는 아예 데려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그렇게 어렵게 살면서도 적지 않은 돈을 내어 원로선생들을 위해 이런 따뜻한 자리를 마련한 최영식 북녘동포의 마음이 더욱 뜨겁게 와닿았다.

 

최영식 동포는 하루라도 빨리 통일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그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모든 것이 부족한 몸이지만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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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과 .. 16/12/29 [13:07] 수정 삭제
  순박함이 살아있는 함경도출신 전형같은 사람이고 작금에 남한출신 며루치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품성..
무엇보다 먹는 것을 베푸는 데는 악이 없습니다 잘하셨습니다 16/12/31 [22:20] 수정 삭제
  그것도 남한에서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면서도 민족의 양심과 심장줄을 놓치않으려고 한 평생을 송두리째 악마들이 운영하는 감옥에서 다 보내버린 우리 어르신들에게 그리도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니 내 배가 다부릅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남한이라는 동네가 만만치 않은 동네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몸과 맘 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오면 그땐 제가 소 한마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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