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162] 알파고, 미국대선 그리고...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1/12 [18:5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알파고의 바둑은 아자 황 박사가 대신 두었다.  
▲ 세인들이 이세돌의 신의 한 수라고 평하는 78수, 이 절묘한 돌 때문에 알파고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요행을 바라는 무리한 수를 두기도 했다. 결국 알파고는 돌을 던지고야 말았다. 알파고를 상대로 한 지금까지 유일한 사람의 승리였다.     ©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진화한 마스터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인류바둑고수 60명을 연패시킨 뒤 여러 날 지났으나 아직도 논의가 분분하다. 한국에서는 처음에 결국 승자는 지난해 3월 알파고에게 1패를 안겨준 이세돌 9단이라고, 인류의 마지막 승리일지도 모른다면서 이세돌 9단이야말로 승자이고 영웅이라는 평이 나오더니, 김진호라는 빅 데이터 전문가가 나서서 작년에 알파고가 일부려 져줬을 것이라는 추측을 발표했다.

 

대결 전 이세돌의 압승을 예견하는 분위기가 이뤄졌을 때 알파고의 전승을 예언했다는 김진호 씨는 구글이 전승하면 인류에게 주는 충격이 너무 크고 다른 나라 다른 기사와의 다음 대국을 만들기도 어렵기에 일부러 져줬을 것이라면서 알파고가 진 4국과 허점이 드러난 5국을 근거로 삼았다. 구글은 회사니까 상업 이해판단에 따라 그렇게 움직일 수도 있겠다만, 알파고가 고른 수가 아닌 수를 대신 돌을 놓는 아자 황 박사가 두었다면 알파고가 발견하지 못할 리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 모 언론사의 단독보도로 12일 널리 알려진 주장은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못하고 또 어딘가 불쾌감을 자아낸다.

 

우연의 일치랄까, 비슷한 시기인 11일 밤 중국의 네워이핑(聂卫平) 9단이 모 텔레비전 방송국의 대담프로에서 인공지능과의 대국을 얘기하다가 이세돌의 1승 원인을 거들었다. 그에 의하면 알파고가 그때 다운되었는데 전기가 끊어졌다나. 그는 또 구글의 고위층들이 중국기원을 방문했을 때 2016년 3월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알파고의 주요기계를 내놓고도 1, 000대의 컴퓨터가 보조운산을 하였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다운설도 그때 들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확실한 건 인간기사와 인공지능의 대결은 굉장히 공평하지 않은 대결이라는 점이다. 인간기사는 홀로 나선데 반해, 인공지능의 뒤에 뭣들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니까.

 

일방적인 승리를 예견하다가 뒤집혀진 결과가 나오면 이러저런 해석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선도 그러하다. 힐러리의 승리를 점친 사람들이 다수였는데, 트럼프가 이기니 별 소리가 다 나오다가 이제 와서는 러시아의 해킹을 상당히 중요한 이유로 삼으려는 소리도 꽤나 세지 않은가. 미국은 정보기관들까지 총동원하여 러시아의 해킹을 확실시하고, 대선결과를 잘못 예측해 망신살이 뻗쳤던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에게 불리한 정보들을 러시아가 확보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들까지 열심히 떠들고 있다. 재작년에 대선을 겨냥한 활동들이 진행돼서부터 트럼프가 공화당 내부에서마저 열세에 처했다가 조금씩 이겨나간 건 세상이 다 아는 바이건만, 미국 언론들의 주장만 본다면 러시아는 몇 해 전부터 트럼프의 대권장악가능성을 점치고 움직인 것 같다. 이거야 너무나도 대단한 예지능력이 아닌가.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 여름에 소상품생산중심지로 소문난 중국 저쟝성 원저우(温州)시의 어느 회사 사장은 미국에서 주문한 트럼프 탈이 힐러리 탈보다 몇 배 많은 걸 근거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었다. 그때 그 주장이 나오니 웃음거리로 삼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11월에 결과가 나오니 원저우에서 미국 대선 결과를 점칠 수 있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가 떠돌았다. 탈이 별거 아닌 것 같으나 트럼프 탈 주문이 많다는 건 그만큼 민의토대가 단단함을 보여주니 원저우 지수로 미국 대선결과를 알아보는 게 결코 허황한 노릇은 아니리라.

 

중국어에는 “쑤부치(输不起)”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는 똑같은 뜻을 가진 말이 없는데, 실패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풀어써야 될 것이다. 우리말에 이런 표현은 없으나 실제로 이런 언행은 드물지 않다. 전날 일본이 브라질과 올림픽 주최권을 다투다가 지니까 브라질이 뇌물 따위 부정방식으로 주최권을 따냈다고 주장한 걸 가리켜 “쑤부치”라고 표현했다. 지면 갖은 구실을 내걸고 이러쿵저러쿵하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반대말로는 “쑤더치(输得起)”이니 지면 깨끗이 승복한다는 뜻이다. 대선결과를 힐러리는 그럭저럭 받아들였으니 “쑤더치”한 셈인데, 오바마와 민주당, 정보기관, 언론들의 언행은 전형적인 “쑤부치”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대선결과가 나와서부터 권력을 인계하기까지 2개월가량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트럼프에게 숱한 문제를 남겨주었다. 속된 말로는 똥을 싸질러댔다. 미국의 선거제도에 문제점이 많은 건 숱한 사람들이 아는 바인데, 고친다면 결과가 나와서부터 인계하기까지의 기일을 단축하는 것도 개혁내용에 들어가야겠다.

 

▲ 이 사진은 2016년 11월 10일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자의 신분으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첫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 앞에서 악수하는 장면이다.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의 표정은 굳어져 있는데, 그것만 봐도 두 사람이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두 사람의 껄끄러운 첫 만남은 고립주의의 대변자인 트럼프가 오바마의 세계주의를 버리고, 고립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정책을 준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오바마의 퇴임을 놓고 필자가 굉장히 부정적으로 대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지나칠 지경으로 찬양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특히 한국에서 직무정지당한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하면서 오바마를 부러워하고 칭찬하던데, 정치가란 무슨 말을 했느냐보다도 무슨 일을 했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8년 쯤 전에 오바마는 “변화”를 내걸고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선거구호로 지지층을 집결하여 미국 사상 첫 흑인대통령으로 되었다. 게다가 아무 일도 하기 전에 임기 첫 해에 덜컥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런데 그가 평화를 위해 한 일이 무언가? 중동을 비롯하여 세상에는 불안정지역들이 더 늘어났고, 그의 임기 8년 동안 미국이 폭격하거나 군사개입한 나라들이 좀 적은가? 그는 또 “핵이 없는 세계”라는 그럴 듯한 구호도 웨쳤다. 그런데 미국의 핵무기가 줄어들었는가? 세계의 핵무기가 줄어들었는가? 미국 내부를 보더라도 뭐가 적극적으로 변한 게 있는가? 사회가 더 안전해졌는가? 경제가 발전했는가? 총격사건들이 줄어들었는가? 종족모순이 심화됐는가? 약화됐는가? 따져보면 이렇다 할 일을 한 게 없는 정객이 막말을 잘 하고 미지수가 많은 트럼프의 당선 덕분에 인기가 올라가니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필자는 트럼프가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단언하지는 않는다. 단 엘리트 의식이 강한 힐러리가 미국의 현상과 기존정책을 유지하면서 버틸 가능성에 반해, 트럼프는 적어도 미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또 고쳐보려고 노력하련다는 걸 높이 사는 것이다. 트럼프야말로 미국의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내다보는 것이다. 미국이 그의 호언대로 다시 위대해지겠는지 아니면 폭삭 망해버리겠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만, 오바마나 힐러리처럼 억지로 “세계경찰”놀이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

 

알파고나 마스터 등 구글의 인공지능 특징은 자아학습능력이 있고 실패를 통해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라 한다. 이런 능력을 문제의 분석과 예측에 써먹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한국에 배치한 사드가 조선(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지? 조선과의 전쟁을 벌이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길 수 있는지(전에 컴퓨터모의전쟁에서는 모두 진다고 나왔다 한다) 등등.

 

구글이 인공지능의 방향을 돌려 이런데 써먹으면서, 사드의 미사일요격이 불가능하다, 조선과의 전쟁결과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따위 결론을 내놓는다면, 한국에서는 구글이 좌파, 빨갱이기업이라고 매도하면서 격렬시위를 벌일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이런 예언에는 별다른 예측능력이 필요 없다. 쟁론에서 이기지 못하겠으면 그 누구에게든지 좌파, 빨갱이, 종북 딱지를 붙여버렸고 붙여버리는 과거와 현실이 보여주니까.


트위터 페이스북
 
광고
 

선거 동안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게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실명인증' 후 게시물을 등록하셔야 합니다. 실명확인이 되지 않은 선거관련 지지 혹은 반대 게시물은 선관위의 요청 또는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본 실명확인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2017.04.17~2017.05.08)에만 제공됩니다.
일반 의견은 실명 인증을 하지 않아도 됨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