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216] 흥정을 하지 않는 북 외교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3/31 [12:4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7년 2월 28일 말레이시아 주재 북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리동일 전 유엔 차석 대사, 그는 말레이시아 도착하자마자 기자회견까지 진행하고 바로 말레이시아와 협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북의 요구를 전면 관철시켰다.

 

3월 30일 조선(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월 13일에 발생하여 14일저녁부터 무수한 추측과 기사들을 만들어낸 김정남 사건은 상대방 영내에서 출국이 금지됐던 공민들이 귀국할 수 있게 됐고 사망자 시신은 조선으로 돌아가게 됨으로써 한 단락 마무리하게 됐다. 게다가 “쌍방은 쌍무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언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두 나라는 무사증제를 재도입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토의하기로 하였으며 쌍무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에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니까, 일찍부터 두 나라의 단교를 점치면서 은근히 기대해왔던 한국에서는 실망스러워하는 반향이 주류다. 북이 9명의 말레이시아인들을 인질로 잡아서 “벼랑끝 외교”를 펼쳤는데 “벼랑끝 외교”에 익숙하지 않은 말레이시아가 굴복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벼랑끝 외교”라는 표현을 조선은 쓰지 않는데, 설사 정말 그런 외교를 진행한다고 보더라도, 그런 외교법에 제일 익숙해야 할 미국이나 일본, 한국은 언제 무슨 고명하고 성공적인 외교사례를 만들어냈던가? 필자의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유감스럽게도 미, 일, 한의 성공사례를 알지 못한다.

 

중국에서 나서 자라다나니 중국의 외교스타일과 사례들을 많이 알고 성인이 된 뒤에는 또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아진 필자는 중국의 마오쩌둥(모택동), 저우언라이(주은래)시대에 외교에서 강조된 특징과 조선에서는 수십 년째 변함없이 보여준 특징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하면 원칙에 관해서는 흥정이 없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미리 최종선을 그어놓고 담판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번 김정남 사건에서 조선이 제일 먼저 취한 큰 동작은 전 유엔주재 부대표를 말레이시아에 파견한 것이다. 그 사람은 2월 28일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 3가지 목적을 발표했다. 억류된 조선공민(말레이시아 경찰이 구속한 유일한 조선사람 리정철)을 찾아가겠다, 시신을 찾아가겠다,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하겠다.

 

조선에 불리한 내용들이 쉼 없이 쏟아져나오던 당시 그 말을 전한 언론들은 많았어도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믿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한국언론들은 조선 대표단이 조선 대사관에 머물면서 말레이시아 관원들과 만나지도 못한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리정철이 먼저 3월 초에 풀려났고 3월 말에는 시신 송환과 두 나라 관계를 보다 발전시킬 데 대해 합의를 보았다. 2월 말에 공개한 3가지 목적들이 한 달 뒤에 모두 현실로 되었다.

 

원칙에서 양보를 하지 않는다, 최종선을 먼저 공개하고 담판을 시작한다. 이러한 방식들이 처음 국제무대에 등장할 때, 유럽에서 기원된 서방식 외교에 익숙하던 사람들은 굉장히 어색하게 느꼈고 거부감도 생겼었다. 워낙 서방식 외교란 쌍방이 비장의 카드를 깊숙이 숨기고 우선 거짓말을 하나 그럴듯한 미끼를 던져 상대방을 시탐해보다가 차차 흥정하여 소시지 자르듯이 양보하는 척 하면서 가급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는 방식이었다. 얼마나 진심을 숨기고 얼마나 상대방을 잘 속이느냐가 외교관의 능력평가기준이었고 외교담당자들도 그런 흥정에서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키신저를 비롯한 서방 외교관들이 차차 깨닫게 되었다시피 마오쩌둥, 저우언라이처럼 이런 건 흥정할 수 없다(예컨대 “하나의 중국”원칙), 우리의 목적은 이러하다고 털어놓는 외교방식이 수많은 시간과 정력낭비를 줄이면서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는데 훨씬 유리하다.

 

이번에 사건 해결을 보면서 필자가 떠올린 건 1968년의 “푸에블로호”사건이다. 1월에 조선인민군이 정보수집활동을 진행하던 미국 함정을 나포하니, 핵동력 항공모함까지 동원하여 조선을 공격할 태세를 취했던 미국은 결국 12월에 사과문을 쓰고 선원들과 1구의 시신을 인도받았다. 당시 강경대응을 포기한 미국이 내건 이유는 선원들의 생명보장과 안전귀환이었고 사과문도 안전귀환을 전제로 쓰면서 뒷날 사과문을 부인할 여지를 남겼다.

 

이번 사건의 성격은 “푸에블로호”사건과 많이 다르지만, 말레이시아가 조선에 있는 자국 공민의 안전귀환을 합의달성의 이유로 내 건 점은 1968년의 미국과 꼭 같다.
조선이 말레이시아 공민 9명의 출국을 잠시 중지시켰을 때 “인질외교”라는 표현이 생겨나면서 비난하는 언론과 네티즌들이 많았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조선의 그런 조치가 범의 등에 올라탄 말레이시아에게 무사히 내려갈 구실을 만들어줬다고 평할 수도 있다.

 

“김정남 사건”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공인하는 바이다. 공항사건자체는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더라도, 발생하고 전파된 후에는 여러 나라, 여러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사건처리가 굉장히 복잡해졌는데, 말레이시아의 처사들에, 한국과 일본의 보도들에 문제점과 의문들이 수두룩한 것 또한 숱한 사람들이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최대 패착이라면 먼저 맨 손바닥에 액체를 묻혀서 얼굴에 발랐다고 고급 경찰관이 시범동작까지 해보인 뒤, 화학무기에 속하는 극독물질 VX가 시신에서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2월 24일 VX가 언급되자 중국에서 전문가가 구체적인 근거들을 내놓으면서 강한 의문을 제기했고(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2060), 말레이시아의 VX사용주장발표와 더불어 중국의 상당수 네티즌들이 말레이시아의 주장들을 더 믿기 어렵다는 반향을 보인 건 필자가 전날 소개한 바이다. 말레이시아의 성립되기 어려운 주장을 놓고 어떤 중국 네티즌은 그거야 말로 계산된 고도의 수가 아니겠느냐고 추측했었다. 말레이시아가 일부러 커다란 허점을 보여줌으로써 사건 배후 세력들의 조종에 그대로 따르지 않는 한편 그런 세력들과 정면충돌도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사실 조선은 VX설이 공개된 다음 강경한 반론을 펼쳤다. 구체적인 표현은 생각나지 않으나, 국제적으로 공인된 실험실에 샘플을 보내서 재검증하자고 나섰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조선의 그런 주장이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평했는데, 지금까지 말레이시아 밖의 실험실에서 VX사용을 확인했다는 보도는 본 적 없다.

 

이번 사건에서 말레이시아와 조선은 모두 허점들을 보였고 또 굉장히 강경한 모습들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외교적 봉합을 했으니, 허점들을 단순한 허점 만으로 보기도 어렵다. 서로 상대방이 빠져나갈 여유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은가.

 

말레이시아인들이 귀국한 지금 시점에서는 조선의 “벼랑끝 외교”, “인질 외교”가 일시적으로 승리했지만 이제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한국보도도 나왔다. 말레이시아와 가까운 아시안 나라들이 조선에 대해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럴 수도 있다. 헌데 이 사건은 참으로 괴이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건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인들의 사형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했나 하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자국 공민이 조선 요원들에게 속아서 살인행위를 저질렀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에 강력한 항의를 제기해야 상식에 어울리지 않는가. 또한 중국과 러시아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미국마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에는 어느 편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주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건발생국인 말레이시아를 내놓고는 한국과 일본이 제일 요란스레 떠드는 판이요, 추측성보도들을 쏟아냈으니 정상적인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31일 아침 보도들을 보다가 픽 웃었다. 홍콩 펑황(봉황)TV의 사이트 펑황넷이 기사제목에 조선이 김정남의 시체를 빼앗아갔다(抢得)고 써서이다. 이런 유치한 표현 또한 정상적인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언론사의 천박함을 보여준다고 할까.

 

이 사건이 쉽게 끝나지는 않는다. 말레이시아가 철저히 수사해서 범죄자를 처벌하겠노라고 선포했나 하면, 김정남 가족들을 이용해 반조선캠페인을 벌이려는 움직임이 쉬이 잦아들리 없다. 김한솔이나 다른 인물이 인터넷이나 방송에 등장할 수도 있다. 효과가 어떠한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필자의 역사관 및 현실인식으로 가늠해보면 효과가 별로일 것 같다. 당사국들이 잘 지내자고 약속했으니 남들이 떠들어댔자 무슨 특별한 게 생기겠느냐 말이다.

 

김한솔의 미국망명설과 관련해 신생 북한전문 미국 탐사기관으로 자처한 단체 ’체신넷(chesin.net)이 2월 말 김정남의 김철 명의 외교여권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그 단체의 관계자는 3월 9일 연합뉴스와의 트위터 메신저 대화에서 김한솔이 2월 15일 모친 이혜경 등과 대만 타이베이공항으로 떠났다는 얘기를 대만 정부 소식통에게서 들었다며 이후 대만을 떠나 네덜란드로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다.

 

2월 15일이라면 사건이 보도된 이튿날이고, 한국언론이 주장한 독침설이 유력할 때이며, 말레이시아가 사건을 조선소행으로 치부하기 훨씬 전이니, 조선용의자이름들이 거론된 건 2~3일 뒤의 일이다. 김철 명의 여권 사진을 입수해 공개하는 수준이라면 체신넷이 허무맹랑한 헛소리를 칠 단체 같지 않은데, 그들이 알기로 2월 15일 벌써 김한솔이 망명(?)을 시작했다면 이상하지 않은가?

 

사건이 재탕, 삼탕... 백탕 쯤 될 때에는 한국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할까 상상해보니 웃음이 나온다.

 


트위터 페이스북
 
광고
 
하나 물어봅시다. 후라이판 17/03/31 [22:26] 수정 삭제
  그 무슨 시체 한구를, 본국으로 가져가려고 고위급외교단을 파견시키고, 상대국 국민의 출입국을 방해해 협상의 조건으로 만드는 온갖 노력을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시체도 아닌 버젓이 산 12명의 북주민이 납치당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인가요? 죽은 시체를, 산 일반주민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대체 뭡니까?
미제 괴뢰짓 하는 식민국엔 응징을.... 악귀양놈 17/04/01 [03:17] 수정 삭제
  저게 시체 한 구 가져가고 말고의 문제요? vx로 테러를 저지른 테러국으로 모함하고 경제봉쇄 하려는 문제 아니요? 저건 전쟁으로 응징해야 할 문제지 저렇게 약하게 합의하는 건 아니라고 보이는데.... 산 사람 12명? 나 같음 다 죽이고 말레이에 핵 미사일부터 쏘겠소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