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취학유예아동 보육과 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주세요.
박한균 수습기자
기사입력: 2017/05/08 [16: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6년 12월 3일 박근혜 퇴진 촉구 촛불집, 이날 전국적으로 주최측 추산 232만명이 촛불시위에 나섰다.     ©민중의소리


경기도 김포시 안승혜 시민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슴속에 새기며 국민들과 촛불을 들었다. 또한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고  박근혜가  탄핵, 구속되면서 촛불 승리를 위해 국민들과 함께 뛰어왔다. 그런 그녀에게는 절실한 소망 하나가 생겼다. 안승혜 시민은 얼마전 취학유예아동에 대한 보육 지원이 되지 않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에 글로써 마음을 더해 아이들의 차별없는 세상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선 후보들에게 아이들이 나라의 미래인 만큼 취학유예아동 보육과 교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절실함을 호소했다.

 

촛불 대선이 바로 내일(9일) 실시된다. 우리 아이들의 차별 없는 세상, 나아가 적폐청산, 정권교체를 위해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본지는 안승혜 시민의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고] 취학유예아동 보육과 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주세요.

 

함박눈이 쏟아진 그 해 겨울, 아이는 예정일보다 두 달이나 빨리 세상에 나왔다. 채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멀어지는 아이 울음소리가 몇 시간을 귓전에 맴돌았다. 그렇게 인큐베이터 안에서 20여일의 시간을 보낸 아이는 한 달만에 집에 올 수 있었다.

 

1850그람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아이는 유독 성장이 더뎠다. 만 4세가 넘도록 또래를 따라잡지 못했고 급기야 소아과에서 정밀검진을 권유받았다. 작게 태어났으니 그러려니 하고 키우던 부모의 무지 끝에 아이는 ‘저성장’, ‘성장호르몬결핍’ 판정을 받았다.

 

치료 1년차에 접어들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고 누가보아도 대여섯 살 아이들과 친구로 보였다. 대학병원에서 수차례 상담을 진행하며 취학을 유예할 수밖에 없었다.

 

취학유예확인서를 동사무소로부터 받아든 날, 벌써 1년이 넘게 매달 정기검진을 받으며 매일 밤 주사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안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열 달을 온전히 품어주지 못해서, 엄마품에 안기기도 전에 인큐베이터에서 한 달의 시간을 보내게 해서, 호르몬이 부족해서 잘 크지 못하는 너를 진작 알아보지 못해서 그저 미안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는 조금 일찍 세상에 나왔고 성장호르몬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부족할 뿐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나와 우리 아이는 국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시대니 당연히 지원될 줄 알았던 보육료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3월 보육료를 결제할 즈음이었다. 이미 누리과정을 3년 지원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 아이는 국가로부터 그 어떤 보육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덟 살이 된 아이를 아무 곳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 데리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고민이 깊어졌고 보건복지부, 교육부, 동사무소, 육아지원종합센터... 문의할 수 있는 곳은 모두 문의했지만 관계법령이 없어 아이는 월 40여 만에 달하는 보육비를 내고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아쉬운 것은 비단 돈이 아니다. 국가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면서도 이렇게 보육과 교육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고 개선할 의지가 없다. 수많은 기관에 문의를 하면서도 돌아오는 답변은 “관계법령”탓 뿐이었다. 담당 공무원들에게 전화기 너머에서 두 손 모아 빌면서 “제가 아무리 이렇게 민원을 제기해도 공무원이 전화 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제발 앞일을 위해서라도 제 의견을 장관이든, 지자체장이든 책임자에게 전달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두 달 가까이가 지났건만 전화통화를 했던 누구도 내게 피드백을 해주지 않았다.

 

조기대선이 한창이다. 대선 후보들 저마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부르짓는 후보, 만3세부터 교육의 모든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후보, 유아보육도 공교육화 하겠다는 후보, 아동수당을 약속하는 후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의 기본은 사각지대가 없어야 하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부디 5월 9일, 진정으로 국가가 대한민국의 모든 유아들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고 국가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리기를 바란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내 아이가 이런 차별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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