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300] 그 누가 한국을 잘 안다고 자부하랴?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7/25 [22:58]  최종편집: ⓒ 자주시보

 

미얀마 가족 23명이 한국에서 살게 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종과 종교 차별을 피해 난민으로서 미얀마를 탈출했다는 사람들이 “차별 없는 나라”를 찾아왔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절로 기웃거렸다. 한국이 차별 없는 나라? 외노자들 차별, 조선족 차별, “탈북자” 차별에다가 지역차별도 존재하고 임시직 또한 서러워하는 게 한국이 아닌가? 그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들을 보면서 잘 사는 한국을 동경했다는 것은 그나마 이해되었다. 헌데 가족들이 한국 드라마들을 많이 봤기에 한국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는 대목에서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한국드라마들을 보고 한국을 잘 알게 됐는지 궁금해났다. 기자들이 육하원칙을 제대로 지켰다면 구체적인 드라마제목들도 확인해보고 보도해야 맞지 않은가? 특정 방송사의 특정 드라마를 선전하여 나아가서는 특정연예인을 홍보했다는 비난이 걱정되어 미얀마인이 드라마제목을 말했는데도 한국기자가 보도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만, 종영된지 오랠 드라마들을 거든다고 해서 특별한 문제는 생길 것 같지 않다. 

 

한국드라마들을 보고 한국에 갔다가 큰 코를 다치고 실망했던 중국인들의 사례에 비춰보면, 그 미얀마 가족들의 한국생활전망이 밝지 많은 못하다. “헬조선”이나 “*포 세대”라는 말이 공연히 생겼겠는가? 

 

한국드라마 하면 2016년 초의 《태양의 후예》다음에 화제작이 별로 없다. 《도깨비》가 그나마 인기를 끌긴 했으나 《태양의 후예》만큼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고, 금년에는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한국드라마팬들조차 화제로 삼는 드라마가 없으니 한국드라마제작자들로서는 기막히지 않을까? 사드나 “금한령”과 큰 상관 없이 일단 화제로 될 만한 드라마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제법 엄혹한 현실이다. 

 

하기는 지난해 가을부터 모든 한국드라마를 찜쪄먹을, 역전을 거듭하는 활극이 한국에서 펼쳐졌다. 국정농단사태로 시작된 대통령 탄핵, 새 대통령 선거, 전 대통령 재판 등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생중계하느냐 마느냐는 쟁론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8월초부터 생중계한다는 결정이 발표되었다. 찬성자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만족시킨다고 환영하는 반면에, 반대자들은 모독으로 간주한다. 박 전 대통령이 간첩보다도 못하냐고 반발하는 사람이 있나 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시체에 칼질하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박근혜 씨가 정치적인 신분인 대통령직을 잃고 법정에 드나들 뿐, 자연인으로서는 엄연히 숨을 쉬고 밥을 먹으면서 살아있는데, 홍준표 대표가 “시체”를 운운하니 논리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박근혜 씨가 홍준표 대표를 직접 만난다면 그 유명한 레이저눈빛으로 홍 대표를 태워버리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 박근혜 재판 생중계 결정 

 

박근혜라는 인물이 “유신공주”로부터 야인으로 되었다가 정계에 뛰어든지 10여 년 만에 대통령으로 되었는데, 상당 기간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박근혜를 잘 안다고 여겼을 것이다.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은 물론 반대하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박근혜”하면 이러하니 저러하니 할 말이 많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박근혜의 진면모가 까밝혀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가. 박근혜를 잘 안다고 여기던 사람들이 알던 것은 만들어진 정치인 이미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책은 괜찮게 썼는데 말은 이상하게 하던 박근혜 씨가 이제 생중계되는 재판에서 그 애매모호함으로 유명한 “근혜체”(누군가는 본질적으로는 “순실체”라고 했다)를 재연할지 아니면 간단한 긍정과 부정만으로 일관할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변호인단이 어떤 고명한 수를 가르칠지도 아직은 아는 외인이 없다. 

 

박근혜라는 인물이 심리학적으로 언어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대단해서인지 벌써부터 재판이 궁금해나고 기대된다. 그리고 그 미얀마 가족들이 한국드라마만 보고 현실에서 벌어진 촛불시위와 탄핵, 조기대선, 그리고 수많은 논란들로 얼룩진 활극은 보지 못했다면 참 유감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세상에 괴이한 인간들이 많거늘, 뭔가를 누군가를 “안다”는 말, 더욱이는 “잘 안다”는 말을 어이 쉬이 내뱉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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