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술로 보는 북 이모저모] 등대지기가 참된 애국자?
nk투데이 김혜민기자
기사입력: 2017/08/22 [13:1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우리나라 바다에는 섬이 많다.

 

이 섬들 중 유명한 섬들도 많지만, 또 그만큼 이름없는 섬들도 많다.

 

이 무명의 섬들에는 이따금 등대가 자리잡고 있어 머나먼 항해를 떠난 배들의 나침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 영화 '등대'는 자그마한 섬의 등대를 지키는 한 등대지기의 삶을 다룬 영화이다.

 

 

1. 영화의 줄거리

 

영화 '등대'는 한 젊은이가 나이든 등대지기에게 질문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바이, 한 평생 등대지기를 했다죠?"

 

"왜 부럽나?"

 

"부럽기야 뭐. 이 섬은 지도에도 없는데. 혹시 아바이는 우리나라 인구통계에서도 빠진 건 아니에요?"

 

"허허, 원 녀석두."

 

이때 한 군함이 등대에 수기 신호를 보내고 그 젊은이가 해석한다.

 

수기신호를 보내는 장면. Youtube 캡처.

 

"왼손잡이, 나는 파견원이오. 반갑소. 요새 흰머리가 더 많아졌겠구려. (아바이에게) 아, 이거 무슨 신호가 이래요?"

 

한편 그 군함에서는 과거 파견원이었던 해군 장교가 젊은 중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 등대를 무심히 보지 말라구. 저기 큰 혁명가가 있네."

 

"정치원입니까?"

 

"아니, 등대지기야."

 

"큰 혁명가가 설마 등대에야…"

 

"왜 믿어지지 않아? 진짜 혁명가란 '내가 여기 있소.' 이렇게 소리치지 않아."

 

'진짜 혁명가' 등대지기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일제시대에 태어난 왼손잡이 천득은 오갈 데 없는 고아였다.

 

갈 곳 없던 천득이가 의지했던 곳은 바로 아버지 친구의 집이었다.

 

그 집에서는 천득이를 따뜻하게 보살펴주셨고 천득이는 그 의리를 다하기 위해 아들 봉구를 대신해 '뼈도 굳기 전' 어린 나이에 한 돌섬의 등대지기로 간다.

 

일본 관광객들이 어린 천득의 등을 밟고 배에서 내린다. Youtube 캡처.

 

돌로 가득한 '말섬'에서 천득은 일본 감시인의 갖은 횡포를 겪으며 10년동안이나 등대를 지킨다.

 

천득이 어른이 되서도 일본인들이 천득의 등을 밟는다. Youtube 캡처.

 

해방을 맞이하고 천득은 배를 타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육지로 오게 된다.

 

천득은 10년 만에 맡은 육지냄새,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에 신이 나 옷도 깔끔히 입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닌다.

 

섬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다보니 신발도 안 신고 시내를 가려는 천득. 이 때 천득을 보살펴준 여인이 자신의 아들 대신 10년이나 섬에 간 천득에게 신발을 직접 신겨주고 있다. Youtube 캡처.

 

누추한 차림으로 이발소에 들어간 천득은 머리를 깎던 도중 공산당 파견원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이발소 사장의 말에 자리를 양보하고 서 있는다.

 

누추한 차림으로 이발소에 온 천득. 공산당 파견원에게 자리를 비켜주는데…Youtube 캡처.

 

이내 천득을 발견한 공산당 파견원은 다시 천득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천득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모습을 본 파견원은 다시 천득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Youtube 캡처.

 

천득이 말섬의 등대지기였다는 말에 반가운 공산당 파견원은 조선인민혁명군이 귀국하던 중 말섬의 불빛을 가장 먼저 보았다고 이야기해준다.

 

당시 김일성 주석이 "개선하는 혁명군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첫 인민"이라면서 기회가 생기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등대지기에게 첫 인사를 전하자고 언급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서 파견원은 "이제 등대도 내 나라 내 등대요. 우리도 이 나라 이 땅의 주인이 되었소."라면서 열심히 잘 살아보자고 제안하고 천득은 '등대가 바로 조국의 불빛'이라는 말에 감동을 받는다.

 

한편 천득이가 말섬에서 나오자 관리소에서는 말섬에 갈 등대지기가 없어 고심한다.

 

천득은 파견원의 말을 되새기면서 결혼을 약속한 섬월이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말섬으로 나간다.

 

말섬에 가보니 과거 일제 밀정들이 등대의 전등을 빼돌리고 있다.

 

이것을 막아 등대를 지켜낸 천득은 징용에서 돌아오는 동포들이 등댓불을 향해 만세를 외치는 모습 등을 보며 삶의 보람을 느낀다.

 

어느날 육지로 나온 천득이 옷감을 산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이제 천득이가 정신을 차리고 섬에서 나와 섬월이와 결혼을 하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옷감은 등대에 꽂을 국가 깃발을 위해 구입한 천이었다.

 

천득이는 섬월이에게 등대에 달아야 한다면서 국가 깃발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천득이가 예장감을 샀다고 생각했던 섬월은 처음에 실망하지만 이내 천득의 애국심과 책임감에 감동을 받고 섬에 들어가 살 결심을 한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천득은 평생을 바쳐 말섬의 등대를 지켜낸다.

 

천득은 나이가 들고 어느 바람이 몹시 불던 날 귀국하는 배가 있다는 소식에 급하게 불꺼진 전등을 수리하다 중태에 빠지고 만다.

 

날씨가 사나워 배가 오갈 수 없는 바다 상황에서 섬에 고립된 천득은 안타까워하는 가족들 곁에서 위급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말섬의 모습. Youtube 캡처.

 

 

2. 영화의 메시지

 

북한에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해나가는 사람을 다룬 영화가 많다.

 

이 영화 역시 누가 알아주든말든 '조국의 불빛'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등대지기의 숨은 소행을 다루고 있다.

 

"그럼, 아바이가 저 등대섬을 지킨지 30년이 넘지 않았습니까?"

 

"그렇소. 30년 세월이 지나갔소. 세월의 사나운 빗바람에 깎이여 섬바위의 모양조차 낯설어지는데, 등대장(등대지기)은 여전히 한모습으로 서있거든. 그는 한생을 하루와 같이 변함이 없었소. 아들, 딸 역시도 그 사람의 신념을 꺾지 못했지."

 

육지에서는 나이든 천득을 매번 소환하지만 천득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난 이 등탑 밑에 뼈를 묻겠네. 하기야 눅에 찬 소금바람이 좋아서 동서팔방 가로막힌 섬에서 사는 거야 아니지.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흙냄새를 맡으며 살고 싶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주인공은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 이 섬을 지키는데 자신의 기쁨과 보람이 있다면서 육지의 좋은 자리를 한사코 마다한다.

 

이런 천득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북한에서는 1980년대 '숨은영웅 따라배우기 운동'이 전개되면서 '숨은 영웅'과 관련된 영화가 많이 출시되었다.

 

일상생활에서 누가 보건말건 평가에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에게 '숨은 영웅', '숨은 공로자' 칭호가 내려졌고 '숨은영웅 따라배우기 운동'은 80년대 주된 대중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숨은영웅 따라배우기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은 결혼도 하지 않고 14년동안 새로운 품종의 볍씨를 개발한 식물학 박사 백설희였다.

 

1979년 백설희 박사에게 '노력영웅' 칭호가 내려진 후 이듬해인 1980년 그녀를 소재로 한 영화 '열네번째 겨울'이 제작되기도 했다.

 

1983년에 제작된 '등대' 역시 한평생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온 천득을 '진정한 애국자', '참된 혁명가'로 묘사하는 '숨은영웅 따라배우기 운동'의 일환에서 제작된 영화로 풀이된다.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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