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화 가꿔가기14] 북 주유소 관련 소설이 암시하는 원유제재 결과
-중편소설 《우승기》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9/17 [02:57]  최종편집: ⓒ 자주시보

 

미국시간으로 9월 11일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통과한 2375호 결의의 새로운 내용 중 주목 받은 것은 조선(북한)에 들어가는 원유제한이었다. 그보다 앞선 제재는 조선의 석탄수출을 금지하였는데 이제는 원유인입을 제한하겠단다. 전부터 떠들던 사항이라 조선 지도부가 미리 예상했고 대응방도도 연구했겠다만, 그 제재를 불러온 제6차 핵시험 뒤 조선의 일상모습은 어떠할까? 한국언론들이 이른바 대북소식통의 명의로 기사들을 내놓으나 신빙성은 높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평양주재 기자 우챵(吴强)과 청따위(程大雨)가 12일 《참고소식(参考消息)》에 발표한 기사는 나름 가치를 갖는다. 

 

“엄한 제재에 직면해 ‘폭풍의 눈’에 처한 평양거리는 오히려 이러하다(面对严厉制裁,处于"风暴眼"的平壤街头却是这样的)”는 제목의 기사는 “‘시험성공’을 성대히 경축(隆重庆祝“试验成功)”, “경제의 압력항거능력이 증가(经济抗压能力增加)”, “국가안전을 중시하는 민중(民众重视国家安全)” 등 소제목으로 나뉘었는데, 그에 의하면 평양의 일상생활은 별다른 변화가 없고 식당과 상점들도 전처럼 영업하며 고객들도 적지 않단다. 

필자가 주목한 내용은 다음 부분이다. 

 

“기자의 관찰에 의하면 외국인전용 주요소 몇 개는 기본상 정상적으로 운영했고, 현지차량주요소 한두 개만 문을 닫았다. 평양의 전력공급도 최근에 빈번한 정전현상이 없었다. 조선의 전력공급은 석탄에 의거하는데, 석탄수출금지는 객관적으로 전력공급원자재를 충분하게 해주었다. 조선민중의 생활수준이 아주 낮아 의, 식 외에는 거의 다른 소비가 없으므로 제재가 민중의 생활에 대한 영향은 아주 제한되었다. 일부 상대적으로 고급한 소비 장소가 문을 닫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현지 중국자본회사의 소개에 의하면 의류, 자동차의 주문과 판매량이 선명히 줄어들기 시작한단다. 평양에는 중국 자동차판매회사가 20개 있는데 판매량이 내려간 다음 (장사를)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조선 측은 제제 때문에 외화수입이 줄어들고 정부부서의 구매력도 내려간다. 의류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상반년의 주문을 가공하고, 가을 주문서는 원자재 공급이 부족하다. 

석탄수출금지로 하여 석탄가격이 떨어져 백성들의 금년 겨울나이는 응당 비교적 충분한 석탄이 공급될 것이다. 

(记者看到几个专供外国人的加油站基本运营正常,只有一两家给当地车辆加油的关闭。平壤电力供应最近也没有频繁断电现象。由于朝供电靠煤炭,煤炭禁运客观充实了供电原料。由于朝民众生活水平很低,除了衣食以外几乎没有其他消费,制裁对民众生活影响十分有限。一些相对高级的消费场所即便关闭,也不会对大多数人的生活产生影响。

据这里的中资公司介绍,服装汽车的订单和销售量开始明显缩水。在平壤的中国汽车销售公司有20家,销售量下降后更难做了。朝方由于制裁,外汇收入下降,政府部门购买力也下降。做服装的都在做上半年的订单,秋季订单原料缺少供应。

由于煤炭出口禁运,煤炭价格下跌,老百姓今年过冬应该有比较充足的煤炭供应。)”

 

지난해부터 필자는 여러 편의 글에서 석탄수출금지나 수산물수출금지가 적어도 당분간은 조선 백성들에게 이롭다고 썼는데, 중국기자들의 관찰과 판단도 필자와 마찬가지다. 

이제 원유공급의 제한이 조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른다. 단 조선이 별 문제 없이 버텨나간다면 미국과 한국, 일본이 중국, 러시아의 제재불이행을 원망할 건 분명하다. 그리고 만일 조선이 유전확보를 공포하고 개발을 시작한다면, 유엔제재자체가 무의미해지겠다. 

 

이후의 일들은 이후에 보기로 하고, 오늘은 연유가 소재로 나오는 조선의 중편소설 《우승기》(김대성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17년 1월 출판, 221쪽, 사진)를 살펴보기로 하자. 

 

▲ 북녘 중편 소설 '우승기'     © 자주시보, 중국시민

 

 금년 1월에 나온 새 책인데, 이와 같은 새 작품을 소개할 때는 갈등에 시달리곤 한다. 출판된지 오랜 작품이라면 뭐나 써도 괜찮으나, 새 책은 내용을 너무 많이 거들면 아직 보지 못한 이들의 즐거움을 빼앗아버리기 때문이다. 하기에 필자가 흥미진진하게 본 부분들을 되도록 피해가면서 일을 중심으로 일부 내용을 뽑아내느라 꽤나 애를 썼다. 

 

조선의 작가들은 텃밭이 있는 경우가 적잖다. 필자가 전날 “통일문화 만들어가며”에서 소개했던 소설가 림재성은 철도부문에서 오랫동안 일했기에 철도가 텃밭이어서 몇 해 사이에 장편소설을 여러 권 내놓았다. 역시 “통일문화 만들어가며”에서 소개했던 소설가 백보흠은 탐사대원 출신으로서 탐사와 관계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김대성의 경우에는 해군경력을 가졌으므로 해군과 관계되는 작품들을 적잖이 썼으니 큰 작품으로는 “푸에블로호”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나포》가 있다. 주인공 박철호의 원형은 6. 15시대에 숱한 한국인들이 대동강변에 세워둔 “푸에블로호”에서 직접 만나봤던 해군군관이다. 

 

중편소설 《우승기》는 주무대가 조선에서 모범으로 꼽히는 한 연유공급소이다. 얼핏 보면 해군과 관계가 없다. 그런데 김대성은 여전히 텃밭을 충분히 활용했으니 해군에서 갓 제대한 림해룡의 시각으로 연유공급소를 관찰하면서 차차 공급소와 그 소장 정웅도를 알도록 엮었다. 하여 독자들은 해군심리를 아직도 갖고 있는 림해룡과 함께 주무대와 주인공을 요해하게 된다. 

 

소설은 평양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주체사상탑으로부터 시작된다. 김일성 주석의 70돌 생일을 맞이하는 1982년 4월에 준공된 이 “기념비식 건물”을 본 내외 사람들은 아주 많으나 누가 세웠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소설은 김정일 조직비서의 의도에 따라 1980년 4월중순까지 전국의 각급 당조직이 우수한 당원들을 선출하여 당원돌격대에 보냈는데, 그 돌격대가 주체사상탑을 세웠고 후에는 혁명사적지건설지도국으로 강화발전되었다고 알려준다. 간부의 말에 의하면 이 지도국이 “혁명사적지들에 대기념비들을 일떠세우는 단위”인데, 개선문, 당창건기념탑,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탐, 단군릉 등이 모두 지도국의 걸작이다. 

 

평양에서 나서 자란 림해룡은 군사복무를 마친 다음 귀향하여 혁명사적지건설지도국에 배치된다. 해군이지만 함선을 타고 바다에 나간 게 아니라 지휘용승용차와 유조차를 몰았던 그는 지도국 산하 수십 개 단위에서 제일 좋은 곳이라는 송봉연유공급소의 유조차 운전사로 가게 된다. 

노동과장(인사과장)은 배치장을 주면서 크게 선심이나 쓰듯이 말한다. 

 

“거긴 연유를 쥐고있는데다가 비단에 꽃이라구 후방토대도 그쯘하오. 그러니 명절공급이란게 따로 없소. 매달 고기와 기초식품, 버섯과 꿀을 비롯한 후방물자를 종업원들에게 정상적으로 공급해주고있소. 일을 잘하라구. 건달을 부리다가 범같은 소장동무의 눈밖에 나면 다요.... 그러면 나도 어쩔수가 없소. 거기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거던.”(13쪽) 

 

림해룡의 어머니 서금화는 광복거리의 한 내포국집 경영자로서 아주 유능하고 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외아들이 어느 간부의 승용차나 몰기를 바랐으나, 림해룡은 “제일 어렵고 힘든 곳”으로 가서 뭔가 성적을 따내기를 바란다. 하여 연유공곱소에야 제대군인이 가서 무슨 할 일이 있겠는가고 시답지 않게 여기는데, 노동과장은 거기가 바로 제일 어렵고 힘든 곳이라고, 먹을 알이 있으니까 거기에 보내달라고 졸라대다가 정작 보내주면 한 달도 못 견디고 물러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건 어째서이냐고 해룡이 물으니, 과장은 가서 겪어보면 알게 될 거라고 대꾸한다. 하여 해룡은 배치장을 받아쥐고 고개를 기웃거리며 노동과를 나선다. 

 

이런 묘사를 통해 근년에 조선에서는 먹을 알이 있는 단위에 가서 덕을 보려는 사람들이 꽤나 됨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거듭 느낀 바이지만 땀을 흘리기는 싫어하면서도 좋은 처우를 바라는 사람들이 건너뛰기를 잘하고 나아가서는 변절도 서슴지 않는다. 

 

림해룡은 숱한 의문을 품은 채 연유공급소로 간다. 연유공급소 하면 위에서 주는 연유를 받아서 저장하다가 지령에 따라 내주면 되는 그저 그러루한 곳으로 알기 마련인데, 송봉연유공급소는 모든 게 상상을 초월한다. 평지에서는 70통이 넘는 꿀벌을 치고 보조건물 2층의 온실식 돼지우리에서는 100마리 이상 돼지를 먹이며 된 연유창 지붕에서는 수많은 닭과 게사니, 오리, 칠면조를 기른다. 청사 2층에서는 버섯도 재배한다. 얼마나 교묘하게 배치했는지 연유창인지 양봉장인지 목장인지 가늠을 할 수 없다. 일이 아주 많으나 모두 총 13명 종업원이 본업 외에 해낸다. 백장미란 처녀의 말대로는 “노상 팽이돌듯 해야” 한다. 

 

“겸직을 합니다. 회계부원은 집징승먹이를 분쇄하여 출고하고 공급부원은 한증탕과 화구를 보면서 인공부화기로 오리알이나 닭알을 깨우지요. 접수실처녀들은 돼지사양관리를 합니다.”(33~ 34쪽) 

 

그리고 유조차운전사의 일도 쉽지 않다. 첫 임무로 해룡은 송도원국제야영소의 개건에 필요한 기름을 싣고 원산으로 달려간다. 거기에서 군사복무를 했으므로 길을 잘 알기에 무사히 수송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와 소장과 동료들의 기쁨을 자아낸다. 헌데 차가 낡아서 상태가 시원치 않으므로 품을 들여서 수리를 해야 되는데, 일과 수리, 원가가 모순을 만들고 이 문제가 소설의 뒷부분까지 이어진다. 운전사들은 닭, 오리 등 가금을  할 일이 많고 복잡하나 해룡은 재미있고 신난다. 그는 입직초기에 택시사업소로 옮기라는 어머니의 권고를 듣자 펄쩍 뛴다. 

 

“《예?! 큰 일이 나겠어요. 그러지 않아도 소장동지랑 모두들 나를 지켜보고있는데...》 

《어째서?》 

《거기서 일하기가 헐치 않기 때문이지요. 먹을알이 있을가 해서 찾아왔다가 얼마 못 가서 물러선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수벌처럼 빈둥거리며 먹기만 하려는 사람들은 며칠만 함께 일해보면 벌써 알린다는거예요. 

모두들 나를 금새를 달아보는 눈길로 주시하더군요. 

이들에게 제대군인의 본때를 보여줘야지. 

나는 즉시 작업복을 빌려입고 돼지우리뒤에 고여있는 배설물을 퍼내기 시작했지요. 그걸 퍼내여 탄재와 섞어서 두엄을 만들었습니다.》 

서금화는 어마지두 놀랐다. 

너무도 고이 자란 아들이다. 해롱은 군대에 나가기 전까지 집일엔 거의나 손을 대지 않앗다. 

제 손으로 간단한 빨래나 바느질도 해보지 못했고 오물통도 한번 들고나가지 않았다. 무엇이나 다 서금화가 해주었다. 그러기에 아들은 자립성이 부족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어머니의 얼굴만 쳐다보았고 어머니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었다. 

《오리사와 게사니우리도 멀끔하게 쓸어내고 그것도 섞어서 두엄을 만들어 곁에 있는 농장남새분조에 넘겨주었지요. 대신 농장원들이 베여들인 풀을 열마대나 넘겨받아 오리와 게사니에게 주었습니다. 이렇게 청소를 하는 동시에 먹이문제를 쉽게 해결했더니 모두들 놀라서 입을 딱 벌리더군요.》 

해룡은 자랑스럽게 말했다.”(35~ 36쪽) 

 

연유공급소는 연유창의 지붕을 수평으로 만들고 석비레를 두껍게 깔아서 다짐하여 평지나 다름없는바, 거기에 닭, 오리, 게사니들을 풀어놓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연유탱크주입구들이 볼록볼록 나와있는데, 가금들이 건드려도 끄떡없도록 보호장치를 해놓았다. 지붕에서 가금들은 풀을 비롯한 자연사료를 먹으면서 뛰놀기에 살충제달걀이나 스트레스달걀이 나올리 없다. 지붕에 홈이 파이면 석비레를 메꿔주면 된다. 게사니들이 자꾸만 석비레를 뚜져먹는데 거기에 알껍질의 주성분인 칼슘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돼지에게 뜨물을 끓여 먹이는 게 아니라 자체로 생산한 배합먹이를 그저 물에 추겨서 먹이기에 석탄을 쓰지 않는다. 이는 초기에 뜨물먹이기로 고생하다가 “뜨물소장”이란 별명을 얻은 소장이 경공업대학을 졸업한 한 발효전문가가 결혼 후에 집에 들어가 가정일에 파묻힌 걸 알아내고 여러 번 찾아가 설복하여 공급소 식당에 입직시켜, 그녀가 연구한 누룩잡이방법으로 발효먹이를 자체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은 인원으로 많은 돼지를 기르기 어렵다. 

림해룡은 연유공급소가 마음에 드나 서금화는 불만이 태산 같다. 아들을 잘 차려입히고 손전화기(휴대폰)도 갖춰주며 좋은 처녀에게 장가들게 하려는 일념에 붙타던 그녀는 지나간 일을 떠올린다. 한때 건설지도국에서 연유공급을 담당한 책임부원으로 일했던 그녀는 10여 년 전 연유공급소의 신임 소장 정웅도와 충돌을 빚었다. 정웅도는 그녀가 내린 지령대로 연유를 내주는 게 아니라, 자동차들의 운행거리와 적재량, 운행회수를 일일이 따져보면서 연유공급량을 평균 20%나 줄이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이었다. 운전사들은 모두 불만이 대단했다. 자신이 일을 잘 해왔다고 자부하던 서금화는 몹시 불만스러워 공급소에 모인 숱한 운전사들 앞에서 정웅도를 질책했다. 

 

“《동문 내가 녀자라고 업신여기는거예요? 그만하면 연유공급소일은 괜찮게 돼왔어요. 운전사동무들에게 물어보라요.》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높아졌다. 

《지금껏 조용하던 연유공급소에서 왜 소리가 나는가? 어디 대답해보라요.》 

《…》 

《소장동무, 명심하세요. 사업에는 준칙이 있고 질서라는게 있어요. 연유공급소의 사명이 뭐예요? 임무가 뭔가 말이예요? 건설지도룩의 지령대로 연유를 공급해주는거예요. 소장동무에겐 운전사들을 통제할 권한이 없어요. 운전사들에게 공연히 이러니저러니 까박을 붙이면서 제 욕심을 차리면 안돼요. 운전사들이 얼마나 수고를 하나요. 운전사동무들의 수고에 비하면 말은 바른대로 여기서야 놀고먹는셈이지요.》”(49쪽) 

 

서금화는 인수원이었던 정웅도가 급작스레 소장으로 승진했으나 아직 일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고 여겼지만, 원래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위한 건설사업 중 5월 1일 경기장 건설에 동원되어 운수경쟁에서 대형트럭을 몰고다니면서 우승기를 독차지했던 유능한 운전사 정웅도는 연유공급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헤쳤고 뜻을 꺾지 않는다. 남편의 병과 사망 때문에 한동안 일하지 않던 서금화가 연유공급소에서 일하는 중늙은이 박두칠을 만났을 때 상대방은 이렇게 푸념한다. 

 

“이젠 우에서 연유를 송봉에 쏴주는데 소장은 그걸 제것처럼 끼고앉아서 얼마나 재세를 하며 린색하게 구는지 운전사들이 혀를 차지요. 정웅도래 운전을 하던 사람이니 차문세에 밝지요. 운전사들이 지령서를 내밀면 수송거리와 수송량을 꼬치꼬치 따져보구 연유를 평균 30프로씩이나 자르지요. 앞으론 40프로를 자르겠다니…”(80~ 81쪽) 

 

박두칠은 정웅도가 한때 일을 잘해서 “달리는 황소”라고 소문이 났었으나 이젠 황소의 등에 붙어서 기생하는 쇠파리로 됐다고 풍자한다. 

서금화는 기가 막혀 송봉으로 이사한 연유공급소로 찾아간다. 아직 이설 중이라 어수선하지 그지없다. 종업원들과 땅을 파던 정웅도를 만났으나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장소는 창고보다도 못한 이른바 사무실 겸 숙소인 단층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선 서금화는 얼굴을 찡그렸다. 수평으로 처리한 지붕이 변변치 않아서 비가 새다나니 방안은 습기가 차서 눅눅하고 벽지엔 얼룩이 졌다. 

《소장동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내가 그새 나와 보지 못해서 안됐어요. 그런데 이게 뭐예요? 심심산골 막바지에 있는 농촌집도 이렇게까지 한심하진 않을거예요.》 

정웅도는 마깝지 않은지 미간을 찌프렸다. 

《연유공급질서를 세우는데 신경을 쓰다나니 사무실과 숙소를 꾸리는 일엔 미처 손을 대지 못하고있소.》

《그러게 내가 뭐랬어요. 소장동문 연유공급에 신경을 쓰지 말고 전적으로 연유창이설에 전심전력하라고 했지요. 그런데 어째서 직권을 람용하며 일을 복잡하게 만드나요?》

정웅도는 그 무슨 실태료해를 운운하며 같잖은 훈시질을 하는 그 녀자가 뇌꼴스러웠지만 자신을 애써 다잡으며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난 직권을 람용한게 아니라 직능대로 일을 하자는거요. 지금 우리가 계획에 따라 배정받는 연유의 량은 적지 않소. 그런데 공급은 보채는 아이에게 젖을 먼저 먹이는 식으로 하다나니 다음달의 게획분을 받기 전에 바닥이 나군 하지. 그래서 어쩔수 없이 다른데 다서 꿔다 쓰거나 사다 쓰고있소. 이 상태를…》

서금화는 신경질을 부렸다. 

《소장동무! 그게 바로 직권람용이예요. 꿔다쓰든 사다쓰든 그게 어디 동무가 상관할 일이예요? 동무넨 그저 사고없이 연유를 보관하고있다가 지령대로 내주란 말이예요. 그게 연유공급소의 임무이고 소장인 동무가 할일이예요.》

《아니, 난 그렇게 할수 없소.》

정웅도는 단호히 언명했다. 

《내 전번에도 말했지만 연유는 벼락맞은 소고기가 아니요. 나라의 귀중한 전략물자요. 한방울이라도 절약해야 하오》

서금화는 더 승이 나서 눈을 부릅뜨고 악청을 돋구었다. 

《동문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예요? 그러니 내가 연유를 탐오랑비했다는거예요? 이거 생사람 잡겠네. 그럼 언제 어디서 그랬는지 증거를 내놓으라요, 증거를!》

정웅도는 태연히 응대했다. 

《탐오한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랑비한건 사실이요. 운수기재당 연유소비실태를 정확히 료해한데 기초하여 꼭 필요한 량을 공급해주면 우린 계획분을 가지고 얼마든지 맡겨진 일을 해내면서도 예비를 조성할수 있소, 예비를!》

서금화는 픽 웃었다. 

《예비요? 흥, 말은 그럴듯한데 그걸 조성해서 어쩌자는거예요?》

비꼬는 그 질문이 너무도 야비했다. 

정웅도는 아연하고 억이 막혀서 대답이 나가지 않았다. 

《운전사들이 소장동무를 두고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소파리라구 해요. 창피하지도 않아요? 어쩌면 그런 뒤소리까지 나돌게 해요?》

서금화는 말문이 막힌 상대방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공격을 들이댔다. 

《사업엔 체계와 질서가 있어요. 그걸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는 사람의 속심이야 뻔하지 않나요. 구실은 그럴듯하지만 다 제욕심을 차리기 위한거예요. 그런걸 보고 탐오행위라고 하는거예요.》

정웅도의 얼굴은 급기야 벌겋게 달아올랐다. 면도자리가 난 볼편이 푸들푸들 떨렸다. 하지만 입을 꽉 다물고 아무런 항변도 변명도 하지 않았다.“(82~ 84쪽) 

 

정웅도는 여전히 자기의 신념에 따라 일을 해나가다가 무고를 당해 법기관의 조사를 받기도 한다. 허나 결국에는 그가 절약한 연유를 어디에 썼느냐가 밝혀졌고 세운 체계의 정확성이 증명되어 지도국의 인정을 받았다. 또한 당비서 백봉익 앞에서 약속한 전망도대로 공급소를 멋지게 꾸렸고(건물지붕을 수평으로 처리하여 그 위에 벌통을 놓고 벌을 치고, 닭과 오리를 기른다) 부업도 발전시켜 공급소를 숱한 사람들이 참관 오는 모범 단위로 만들었다. 현재 내각사무국 당윈원회에서 일하는 백봉익이 옛 부하를 찾아와 연유공급소의 새로운 모습을 살펴본 다음 감탄한다. 전반 사업의 컴퓨터 조종을 기획하는 정웅도는 아직 멀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10년 전 약속은 기본적으로 지켰다고,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고, 다 엮으면 장편소설이라도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고생한 보람이 있잖소. 여기에 와본 사람들의 반영이 대단히 좋더구만.》

백봉익은 참관자들의 반영을 상기해보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여기에 와보면 책임일군이 어떻게 머리를 쓰고 이악하게 달라붙는가에 따라 그 단위의 사업성과가 이루어진다는걸 알수 있다고 했다. 이 연유공급소는 우리 식의 새로운 경영전략을 세우고 집행하는 사업의 선두에 선 단위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는것이였다. 이 단위의 경험은 무엇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조선말이 아니라는 위대한 장군님의 명언을 되새겨보게 해준다는 반영도 있었다. 

훌륭한 일군이 훌륭한 단위를 만든다. 현시기 당에서 바라는 일군을 여기에 와서 보았다. 연유공급소 소장동무처럼 하면 막돌도 보석으로 빛나게 되며 사회주의강국건설이 앞당겨지고 인민들의 생활은 더 풍성하고 윤택해지게 될것이다. 

백봉인은 이런 반영들이 과찬이 아니라 응당한 평가이고 민심이라는걸 현지에 직접 와보고 깨달았다. 

연유공급소는 비생산단위였다. 우에서 주는 연유를 받아다가 보관해두고 공급해주는게 임무이다나니 공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을 효과적으로 리용하려고 본업과 부업을 결합시키고 종업원들이 두가지, 세가지 일을 겸하게 사업을 짜고들었고 철저히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적용하였다. 당에서 바라는대로 과학기술을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종업원들의 기술기능수준을 부단히 높여 그에 의거하여 건설도 하고 축산도 하고 온실남새와 버섯을 재배하고 꿀벌까지 치고 있었다. 

하기에 이곳에 와보면 제 손으로 행복을 창조한다는게 바로 이런것이구나! 하는 경탄이 절로 나오고 우리도 얼마든지 이렇게 할수 있다는 신심이 생겨나고 의욕이 북받치는것이였다.“(174~ 175쪽) 

 

백봉익은 정웅도가 현시기 당에서 바라는 대로 기업활동을 주동적으로, 창발적으로 한다면서 경험토론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당황해난 정웅도는 아직 그럴 만한 자격이 없고 글재간도 없다고 몸을 사린다. 백봉익은 결심을 품고 나서게 된 동기를 말하고, 고생한 것, 창발적으로 전개한 것, 과학기술적으로 새롭게 시도한 것 등을 그대로 이야기하라고 이건 당조직에서 주는 과업이니 한 주일 정도 시간을 주겠다고 말한다. 

 

“그러니 준비를 잘하오. 중앙에서 조직한 강연연단에 나선다는건 성, 중앙기관 일군들만이 아니라 온 나라 인민들 앞에 나선다는걸 의미하오.“(176쪽) 

 

하여 정웅도는 이제 전국을 상대로 경험을 발표하게 되는데. 소설에는 그 부분이 나오지 않는다. 

필자가 일과 관계되는 부분들을 골라서 소개했지만, 소설은 사실 청춘남녀의 교제와 사랑, 중년남녀들의 깨우침, 사람들이 휴일에 승마구락부로 가는 여유로움, 일부 사람들이 집을 요란스레 꾸리고 사는 현상 등 아주 풍부한 내용을 담았다. 볼 재미가 있고 요즘 조선사람들의 관심사들과 맥박을 가늠할 수도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개인의 영달을 노려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보람 있게 살고 일하도록 노력하는 정웅도의 인간상이 인상적이다. 

시키지 않은 일을 찾아서 만들어서 하는 조선식 연유공급소를 그린 소설이 무슨 소식통의 주장보다 훨씬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보는 이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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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정상인 17/09/17 [07:27] 수정 삭제
  분명히 이 책을 몇년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혹시 재판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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