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365]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곪은 종기 터트릴 것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11/22 [01: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7년 11월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트럼프 미 대통령     ©

 

시진핑 2기 체제가 확립된 후 첫 대외활동은 베트남에서 열린 국제회의 참가였다. 뒤이어 시진핑 주석은 베트남과 라오스를 방문했고 두 나라에서 꼭 같은 말을 했다. 중국- 베트남, 중국- 라오스 관계를 네 가지가 좋은 “4호(四好)”라고 정의한 것이다. 

“4호”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지, 좋은 동반자(好邻居、好朋友、好同志、好伙伴)”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사를 돌이켜보면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는 정의다. 

 

수십 년 전 중국이 베트남의 항미전쟁을 전폭 지지할 때 두 나라 관계를 가리켜 “동지 더하기 형제(同志加兄弟)”라는 말이 널리 퍼졌는데, 베트남 통일 고작 몇 해 후에 큰 싸움이 일어났고 베트남을 “샤오빠(小霸, 작은 패권주의자)”라고 불렀다. 변경에서 10여 년 싸움이 이어진 뒤 화해를 하고 육상국경과 해상국경선을 갈랐는데, 아직도 남해에서는 섬과 해역을 둘러싸고 쟁론이 남아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4가지 좋은 관계를 강조했고 중국의 전문가들은 그런 정의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평한다. 

 

1930년에 인도차이나공산당을 뿌리의 하나로 삼아 생겨난 베트남공산당은 오랜 세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하나의 통일체”로 간주했고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아우를 “인도차이나연방”을 꿈꿨으며 베트남 남북통일 후에는 노골적으로 “인도차이나연방”을 추진했다. 중요한 걸음이 바로 1978년 말의 캄보디아 침공이었다. 그러나 캄보디아 여러 정치세력들의 연합저항에 부딪쳐 고전했고 국내 경제가 피폐해졌다. 10여 년 끌다가 철군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원인은 베트남을 지지하던 소련의 몰락과 해체다. 

베트남이 팽창꿈을 버리고 내부건설에 정력을 돌려 그들 식의 개혁개방을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었다. 중간중간 다투기도 하고 싸우기도 했으나 이제 와서는 “4호”관계로 발전했다. 

단 중국 텔레비전방송국 기자의 취재를 받은 베트남 예술인이 중국어로 “시진핑 섄썽(习近平先生, 시진핑 선생)”이라고 칭하는 걸 보면 조금 기묘한 느낌이 든다. 

 

한편 라오스는 한때 공산당 최고지도자가 베트남공산당의 정치국위원이었을 지경으로 친베트남이었는데 베트남의 노선을 따르다나니 중국과의 관계가 10여 년 냉각상태에 처했었다. 허나 싸움까지는 일어나지 않았고 베트남군대와 세력의 철수 및 라오스의 자주발전과 더불어 두 나라 관계는 중국- 베트남관계보다 좀 먼저 회복되어 발전해왔다. 

 

중국의 이웃나라들 가운데서 정권이 어떻게 변하든지 줄곧 사이가 좋은 건 파키스탄(중국어표기는 바지스탄巴基斯坦)으로서 중국인들은 “바톄(巴铁)”라고 부른다. 요기서 “톄(铁, 철)”는 “톄거멀(铁哥们)”의 줄임말로서 사이가 엄청 좋은 “훌륭한 형제”, “절친”을 가리킨다. 공식적으로는 “취안톈허우펑유(全天候朋友)”라는 말을 쓰니 어떤 기상조건에서나 다 비행할 수 있는 비행사를 가리키는 말--“취안톈허우페이싱위안(全天候飞行员)“”에서 파생되었고, 날씨야 어떠하든지 언제나 친구라는 의미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이슬람교도들을 주체로 하는 나라이므로 “동지”는 당연히 붙여지지 않는다. 파키스탄과의 관계에도 “좋을 호”자를 붙인다면 좋은 친구, 좋은 이웃, 좋은 동반자, 이 3개쯤 되겠다. 

 

2011년에 중국 부주석 신분으로 쿠바를 방문했던 시진핑은 두 나라 관계를 “3호”라고 표현했으니 “좋은 동지, 좋은 형제, 좋은 친구”였다. 

이와 같이 양국관계를 가리킬 때 좋을 호자를 쓰느냐 마느냐, 호자가 몇 개 들어가고 그 의미는 무엇이냐는 상당히 오묘하다. 

 

시진핑 총서기의 특사 쑹타오(송도) 중공중앙대외연락부 부장의 조선(북한) 방문을 놓고 설설설이 난무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되었다면서 양국관계의 “최악”을 운운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중국과 소련의 무장충돌, 중국과 베트남의 장기간 전투를 보아온 중국시민으로서는 “최악”이라는 말이 우습기만 하다. 

 

중국- 베트남, 중국- 라오스의 관계사를 참조해보면 중국과 조선의 관계는 언제든지 “4호”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 단 그런 변화가 그저 두 나라에만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다. 베트남을 여러 모로 지지하던 거대한 초대패권국가 소련의 몰락과 해체로 하여 베트남이 전략적으로 수축하고 정책을 조절했는데, 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이 변하려면 “유일초대국”이라고 자랑하는 미국의 변화가 관건이다. 미국이 “세계경찰”놀이에 계속 매달리다가 어느 시점에서 곪은 종기가 터지면 큰 변화가 생겨나게 된다. 트럼프가 조선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행동은 미국의 종기가 더 커지게 할 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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