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로켓과학자들, 실패로 오장 튀틀리는 고통 이겨내며 성공
nk투데이 박명훈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1/04 [18:24]  최종편집: ⓒ 자주시보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막혀있던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인 가운데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로켓 개발을 지휘하던 비화를 생생하게 담은 실록소설 '서해의 일출'이 발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2년에 발사한 인공위성 발사체 개발 과정을 다룬 소설이지만 로켓의 핵심 원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어떤 과정을 거쳐 ICBM을 개발하게 되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 주목된다.

 

소설에는 폭발 등 실패의 순간을 비롯해 김정은 위원장과 개발을 담당한 과학자들과의 일화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선을 잡아끈다.

소설의 발표 배경에는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립한 북한의 고양된 자신감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일 마이니치신문은 해당 소설을 특종입수 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신형 ICBM인 '화성15형' 발사성공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핵무력완성의 대사업을 성취했다"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소설을 통해 북한 당국이 ICBM 발사 실패를 딛고 현재에 이른 배경을 살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문은 북한이 소설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위시해 '집념의 미사일개발을 이어간 경악의 뒷무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에서 북한의 ICBM 발사가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신문은 소설이 북한이 숨기고 싶어 하는 ‘실패’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타이밍에서 (소설을) 발표한 것은 미국 본토를 노릴 수 있는 ICBM 개발의 목표가 수립된 자신감의 발로"라는 것.

 

신문이 공개한 소설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을 소개한다.

 

북한이 지난해 발사한 ICBM 화성-15형

 

이야기는 2012년 4월 13일 아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 당국은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인공위성 '광명성3호' 1호기(장거리탄도미사일급)를 야심차게 발사했지만 불발로 끝났다.

위성은 상공 15km로 올랐지만 폭발해 공중에서 흩어졌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인 4월 15일을 앞두고 해외언론을 초청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이 단단히 구겨진 셈이다.

 

1호기 발사 불발 당시 개발을 담당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오장이 뒤틀리는 고통과 절망'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장 인공위성 개발의 중심에 있던 우주공학자 류명상의 처벌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실패경위를 조사하는 담당부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실패의 원인으로 인공위성 연구자들을 지목한 '실태자료'를 보고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물리치며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무조건 벌을 가해서야 되겠나. 그건 좀 심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소설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낙담에 빠진 연구자들의 사기를 북돋고자, 연구자들에게 스포츠와 휴식을 즐기라며 독려하는 한편 신선한 오이, 배추 등의 채소를 배급했다는 구절도 두드러진다.

한국 주류언론 등에서 '북한에서 실패는 곧 숙청'이라고 전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주축으로 국가 차원에서 연구자를 대접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인민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스포츠광' 김정은 위원장의 친근한 모습도 부각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2골을 결정하고 1골 먹힌다고 하면 2대 1이다. 우리들이 위성발사에 실패한 것은 유감이지만 1골 빼앗긴 정도다. 우리들은 이 기회에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해명해 최고의 골을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1골 먹혔다고 낙담하지 말고 준비에 만전을 기해 내일은 3골, 4골을 넣자"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후 전개되는 인공위성 개발 과정에서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타국의 기술에 의존하지 말자는 입장과, ''운반로케트'의 안전장치는 제조국의 기후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엇갈렸다.

인공위성의 몸체는 온전히 북한의 기술로 제작됐지만 독자적인 안전장치는 개발하지 못했던 상황.

 

이 과정에서 연구소 부소장인 류명상에게 "우리 기술이 뒤떨어져 있다고 말하면서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는다"는 동료들의 비판이 가해진다.

이에 대해 류명상은 "지금 세계의 우주기술은 아득하게 발전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 우주비행도 시작된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두 개의 시험위성을 발사한 것만으로 만족하고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들이 언제 우주를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는 반론을 펼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일부 과학자와 간부는 성과에 도취해 도식을 깨부수려고 하지 않는다. 보신하며 게으른 현상도 있다. 대담하게 그러한 것과 결별할 때다. 끊임없이 비약해야 성공이 찾아온다"며 류명상의 의견에 손을 든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성공은 실패에서 태어난다. 반드시 김일성 원수님 탄생 100년 안에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미제를 비롯해 적대세력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뻗대며 UN안보리에서 제재결의, 경제적 봉쇄에 분주하다. 녀석들이 무얼 해도 새로운 우주기술을 개발해야만 한다. 개가 짖는다고 떠오르는 달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은 연구소 소장으로 전격 등용된 류명상을 필두로 인공위성 개발에 나선다.

마침내 8개월 뒤인 12월 12일 개량형 위성인 '광명성3호' 2호기 발사에 성공하며 국제무대에 보란 듯이 이름을 알렸다.

1948년 12월 12일은 김일성 주석이 북한 최초의 기관단총을 발사한 군수공업기념일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아침 평양 근교의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서 발사명령서에 조인하고 발사 성공의 순간을 지켜봤다.

소설은 해가 떠오르는 '서해' 바닷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발사대를 바라보며 감개에 젖는 장면을 비춘다.

 

김정은 위원장은 말한다, "적들이 칼날을 들이대면 장검을 내고 총을 들이대면 대포로 응수하는 것이 조선의 기질"이라고.

이에 류명상은 소설 말미에서 "우리나라가 과거 이 만큼 강대한 군사력을 가진 일이 있었던가? 이제 두려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한다.

 

소설의 배경이 된 '광명성 3호' 발사체인 은하3호 로켓.

 

한편 소설은 북한에서 가장 권위 높은 문예지인 조선작가동맹중앙위원회기관지 『조선문학』 2017년 11월호에 실렸다. 저자는 리영환.

 

조선노동당이 주도하는 당사업을 중심으로 집단이 일사불란하게 일을 수행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실제발언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소설의 간행을 통해 위성(미사일) 발사의 실패와 성공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강국'으로 올라선 북한의 국제적 입지를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해의 일출'은 마이니치신문의 입수로 내용 일부가 밝혀진 상황.

현재로선 소설의 모든 내용이 공개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북한에서는 ‘광명성’을 인공위성으로 표기하지만, 관련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한 마이니치신문 석간편집위원장인 스즈키 타쿠마(鈴木琢磨) 기자는 인공위성, 미사일, ICBM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했습니다. NK투데이는 모두 인공위성으로 통일해 표기했습니다.

박명훈 객원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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