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화 가꿔가기24] 북의 경제제재 극복비결 다룬 소설 '사랑을 다 바쳐'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1/07 [02: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의 소설이 언급한 조류독감 

 

조류독감은 근년에 해마다 중국과 한국에서 뉴스들을 만들어낸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2016년 말 한국에서는 “닭그네”라는 별명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을 맞은 상황에서 조류독감이 돌아 숱한 닭들이 살처분 되어 달걀이 모자랐고 급기야 긴급수입까지 하게 되었다. 

 

조선(북한)은 “남조선”과 외국들에서 조류독감유행 및 물질, 인명 손실을 여러 해 꾸준히 보도해오는데 유독 내부의 조류독감 상황과 피해는 전혀 거들지 않는다. 북에서 벌어지는 극비사항마저 잘 안다고 자부하는 탈북자들도 “북 소식통”들도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 

공식보도에 없으면 문학예술작품을 찾는다. 이것이 필자가 다년간 조선을 지켜보면서 얻어낸 정보획득요령이다. 조류독감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장편소설 《사랑을 다 바쳐》(김자경 지음, 문학예술출판사 2017년 3월, 429쪽)에서만 보았다. 

 

▲ 장편소설 《사랑을 다 바쳐》     © 자주시보, 중국시민


책표지에 나오는 여자는 주인공이 오리공장 기사장 송영숙이다. 그녀가 추진하는 “우리 식 가금먹이첨가제”를 시험하던 오리 수백 마리가 죽어나가 한밤중에 오리공장 사람들이 모였다. 

 

“송영숙은 놀이장안을 둘러보다가 저켠 먹이그릇앞에 앉아있는 유상훈소장에게 다가갔다. 

《무슨 원인인것 같습니까?》 

《아직... 먹이엔 이상이 없는것 같은데...》 

박사는 머리를 기웃거렸다. 

《조류독감은 아닙니까?》 

송영숙은 긴장한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그는 박사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한켠에 몰려서 박박거리는 오리들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중 한놈을 잡아들었다. 그리고는 다리를 쥐고 거꾸로 쳐들었다. 두세놈을 같은 방법으로 쳐들며 찬찬히 살펴보았다. 

입에서 점액이 흐르는 놈은 없었다. 

송영숙은 놀이장을 오가면서 오리들의 호흡증상과 함께 변두상태며 배설물들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가금류와 철새류, 야생조류들의 호흡기증상을 비롯한 여러가지 전신증상을 나타내는 페사률이 높고 전파력이 빠른 급성전염병인 조류독감은 비루스를 보유한 철새들의 이동시기인 겨울과 봄철에 많이 나타난다. 

앓거나 죽은 가금, 야생조류를 통하여 전파되는 이 조류독감은 페사률이 보통 50~ 80프로, 지어는 100로에 이른다.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들은 우선 먹성이 떠지고 우울하며 푸른색설사를 하고 변두가 검푸른색을 띄면서 숨쉬기 가빠하고 이상한 호흡음을 내게 된다. 그리고 한곳에 웅크리고 앉아서 조는데 거꾸로 들면 입에서 점액이 흐르는것이 특징이였다. 

송영숙이 살펴보니 시험호동 안의 오리들중에서 조류독감으로 의심할 징조는 거의나 없었다. 

사실 공장에서는 겨울철에 들어서면서 조류독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수의방역사업에 큰 힘을 넣어왔다. 우선 책임적인 사람들로 24시간 감시근무를 조직하고 오리들과 날새들, 집짐승에 대한 감시와 통보체계를 구체적으로 조직하였다.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조류독감의 발생원인과 전파경로, 방지대책에 대하여 잘 알려주고 모두가 이 사업에 적극 떨쳐나서도록 하였다. 그뿐 아니라 초소원들의 역할을 높여 외부인원들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출입성원들이 소독을 하여야 통과하는 규률도 그 어느때보다 강화하였다. 또한 수입첨가제와 배합먹이에 대한 검색사업도 놓치지 않았다.”(203~ 204쪽)

 

조선에서는 가금의 공업화 생산을 특징짓기 위해서인지 “닭공장”, “오리공장” 같은 외부에서 생소한 개념을 쓴다. “놀이장”이 등장하는 걸 보면 조선의 집약식 축산은 닭이 A4지보다 작은 곳에서 붐비면서 일생을 보낸다는 한국의 집중축산과는 다른 모양이다. 글쎄 조선의 닭공장에서는 닭들이 좁은데서 붐빌지도 모른다만. 

 

 

✦ 북의 첫 가금생산기지에서 세워진 유명한 광포오리공장 

 

소설에 나오는 오리공장은 조선의 가금생산역사를 시작했고 또한 가장 유명한 가금생산기지인 광포오리공장이다. 1953년대 전쟁기간에 김일성 수상이 구상하고 정전 직후 중국에서 종자오리들을 들여다가 함경남도의 황량한 “눈물의 호수”, “감탕포” 곁에 지은 오리목장에 기초해 세워진 공장으로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다른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한다. 워낙 오리고기도 오리알도 먹지 않던 조선사람들이 맛을 제대로 즐기게 하기 위해, 김일성 주석은 오리공장에서 생산하여 올려보낸 절인 오리알들을 일일이 맛보고 단지마다 좀 짜다, 좀 싱겁다, 괜찮다 등 평가를 써서 내려보냈고, 민간에서는 “썩은 알”이라 부르고 외국에서는 “백년 묵은 오리알”이라고 불리던 “송화알(松花蛋)”을 생산하고 보급하도록 맛도 보고 그 영양가치도 직접 선전했다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육류생산에서 오리는 3킬로그램 이상 나가야 먹을 만하다고 지적하여 공장에서는 45일 만에 3킬로그램 무게의 오리를 생산해 유통망에 내보내는 체계를 세웠다 한다. 1982년에 제작, 상영된 예술영화 《노을 비낀 호수》가 조선의 첫 오리목장을 세우는 사연을 그렸는데, 그 시절 예술지도에 힘을 기울였던 김정일 조직비서와 갈라놓을 수 없다. 

 

▲ 예술영화 《노을 비낀 호수》     © 자주시보, 중국시민

 

인민배우 리익승이 열연한 주인공 진수는 전쟁시기 소대장으로 싸우다가 긴급소환되어 가금일꾼양성소로 가서 공부한 다음 고향으로 돌아가 첫 오리목장의 지배인으로 일한다. 없는 것이 많고 경험도 부족하며 훼방꾼들도 있어서 사업은 어렵다. 정성들여 기르던 오리들이 무리로 죽어나가 종자도 남기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김일성 수상이 직승기(헬기)로 종자오리알 16개를 보내오면서 더 주고 싶지만 그것뿐이니 하나도 낭비하지 않고 잘 해보라고 부탁한다. 1980년대 시점에서 진수와 옛 전우, 동료들은 그 16개의 알에서 나온 오리들이 뒷날 조선 각지에 퍼진 수많은 오리들의 조상으로 되었다면서 “전설 같은 일”들을 감회깊게 회억한다. 

 

▲ 김일성 수상의 부탁을 전하는 간부에게서 종자오리알이 담긴 상자를 받아안는 주인공     © 자주시보, 중국시민



 밑지는 공장을 이익창출기업으로 바꾸려는 노력 

 

이와 같이 사연 깊고 유명한 단위를 소설로 쓰려면 어떤 주제(조선에서는 “종자론”을 강조하면서 작품의 종자를 잘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로 어떤 소재들을 골라 어떤 인간들을 그려내야 되겠느냐는 문제가 나선다. 함경남도예술단의 극작가 김자경은 광포오리공장에서 현실체험을 하면서 잘 모르던 사실들에 충격을 받았고 새로운 가금먹이첨가제를 연구개발한 공장 일꾼들과 기술자들의 투쟁을 그리기로 작심했다. 전날 《인정의 윤리》, 《푸른 호수》, 《달리는 못살아》, 《오늘의 하루하루》 등 수십 편의 극작품들과 《우리의 벗》  《어머니의 금메달》, 《류선화》등 소설들을 창작했다는 그가 《사랑을 다 바쳐》를 탈고한 뒤 어느 한 공장 노동계급을 형상한 장편소설을 마감단계에서 다그치고 있다고 《사랑의 다 바쳐》의 “편집후기”에 밝혔으니까, 지금쯤은 책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사랑을 다 바쳐》에서 극성과 여성작가다운 세밀함이 돋보이므로 다른 작품들도 무척 기대된다. 작품집이 하루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 

요덕군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났다는 김자경 작가와 그녀의 작품들 덕분에 요덕이라는 고장의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제1장 푸른 호수, 제2장 인생의 봄시절은 흘러갔어도, 제3장 열매는 어떻게 무르익는가, 제4장 불타는 지향, 제5장 사랑의 힘으로 이뤄진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은 자기가 열렬히 사랑했던 상대자를 쉽사리 잊지 못한다. 

그러나 배반당한 심장에서는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아픔이 가셔지지 않는 법이다. 

오리공장 기사장 송영숙의 마음이 지금 그러하였다. 

방금전에 지배인과 함께 현장을 돌아보고 사무실에 들어선 송영숙은 문가에 우뚝 서며 심호흡을 하였다. 

(그를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그가 여기서 일하고있었단 말인가.) 

그것은 너무도 뜻밖의 일이였다 .정녕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였다. 

송영숙은 출입문을 닫고 창문쪽에 놓인 팔걸이의자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윽고 그는 몸가짐을 흐뜨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폭신한 의자도 그의 마음을 눅잦혀주지 못했다. 

송영숙은 한손으로 턱을 고이고앉아 책상앞쪽을 지그시 쏘아보았다. 그의 크고 정기도는 눈가에서 록록치 않은 빛이 발산되였다. 

이제는 10년전의 일이여서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졌던 일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곳에서 정의성을 만나고보니 누를길없는 묵었던 감정이 해묵은 덤불을 헤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올랐다.”(2쪽)

 

어느 한국친구는 북의 소설과 영화들이 감동을 너무 늦게 준다고 구조적 약점을 지적했는데, 《사랑을 다 바쳐》는 시작부터 미스터리를 만들면서 독자들이 빨리 읽어보도록 유도한다. 또한 “크고 정기도는 눈가에서 록록치 않은 빛이 발산되였다”같이 연극대본에서는 필요 없고 소설에서는 필수이건만 적잖은 작가 특히 통속소설작가들이 놓치는 형상묘사를 적절히 집어넣음으로써 장광설을 늘이지 않고도 주인공의 성격특징을 살려냈다.  

20대에 크지 않은 닭공장에서 지배인으로 되어 일하던 30대인 송영숙은 2009년에 큰 오리공장 기사장으로 전근하니 그 뒤의 몇 해가 소설이 다룬 시기이다. 송영숙은 부임한 첫날부터 복잡한 인간들과 만나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물론 그녀가 제일 신경 쓴 건 공장의 수익문제였다. 그녀가 익숙한 닭을 60일 간 자래워 1.5킬로그램 체중을 얻는데 비하면 오리축산은 경제적 실리가 높다는데, 오리공장은 인력과 설비, 자금 투입에 비해 생산량이 너무 적고 죽 밑져왔다. 

밑지는 문제에 대해 김일성 주석은 현지지도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 인민들에게 고기를 더 많이 먹이기 위해서는 오리를 길러야 한다고, 오리를 기르는것이 돼지를 기르는것보다 밑지는 장사라고 하는데 국가가 좀 밑지더라도 오리를 꼭 길러야 한다”(30쪽)

 

수령의 교시를 구실로 삼아 밑지는 공장을 그냥 운영할 수도 있었으나, 송영숙은 다짐한다. 

 

“《그러나... 정보산업시대인 오늘에 와서 국가가 밑지면서까지 고기생산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절대로!》”(30~ 31쪽) 

 

수지가 맞지 않는 주요원인은 먹이첨가제를 수입하는데 있다. 소설에 의하면 물자를 수출하여 첨가제를 수입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오리공장에서 나오는 부가산물로 첫 손 꼽히는 게 오리털이다. 

 

“그전에는 오리겨드랑이의 보드라운 털만 골라서 수출하였는데 지금은 꼬리나 날개쪽털이며 오염된 털까지도 다 세척해서 수출한다는것이다. 생산이 높아지면서 첨가제량이 부족하기때문이라는것이다.”(80쪽)

 

털에는 단백질이 있어 30년 경력 수의사 리병우가 종전의 화학적방법이 아니라 미생물발효법으로 털단백질을 얻어내려고 한다. 그러면 단백질먹이가 생겨난다. 헌데 오리생산이 늘어날수록 첨가제가 부족해 털을 깡그리 수출해야 되니 그 털단백질연구의 존재마저 위협을 받고 의의를 잃는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송영숙은 워낙 닭공장에서부터 “우리 식 가금먹이첨가제”를 연구했는데 연구성과를 정리한 논문이 가뜩이나 악연으로 엮였던 정의성의 혹평을 받아 부결되었다. 21세기에는 농업만이 아니라 축산과 첨가제도 녹색화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논문은 추세와 어긋나므로 오늘은 있어도 내일이 없는 논문이라는 것이었다. 

 

큰 타격을 받은 송영숙가 천연 녹색화 가금먹이 첨가제 연구에 몰두하다가 광명성제염소에서 나오는 소금밭이끼에 주목하여 큰 품을 들이던 과정에 전근되었는데, 글세 정의성이 오리공장 기술준비소 기사로 일하고 게다가 천연물질에 기초한 가금먹이첨가제를 연구하고 그것도 자신과 광명성제염소의 소금밭이끼를 주성분으로 삼는다니 기절할 지경이다. 

화학제로만 만들어진 수입첨가제는 오리생육촉진효과는 있어도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에는 부정적영향을 주게 되므로 녹색화 국산 첨가제는 필수다. 잘 아는 닭에게 먹일 첨가제를 연구했던 송영숙은 자신이 오리를 잘 모름을 자인하고는 오리에 익숙한 정의성이 빨리 첨가제를 연구해내도록 도와주려고 결심한다. 결정짓기도 어렵거니와 실행도 쉽지 않다. 자존심과 개성이 강한 정의성을 자극하지 않도록 송영숙은 적당한 시점에서 튕겨주는 등 방식으로 자신의 연구결과를 깡그리 정의성에게 알려준다. 그 사연을 모르고 그저 송영숙이 소금밭이끼에 대해 잘 안다고 이상해하던 정의성은 성적을 거둔 뒤에야 뒤늦게 진상을 알게 되어 깜짝 놀라고 부끄러워한다. 

 

 

✦ 가장 어려운 시기에 건설한 광명성제염소의 예상 밖 실리 

 

여기서 광명성제염소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 워낙 조선의 동해안은 조수차가 심해서 제염소건설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었고 함경남북도와 강원도 사람들은 서해안의 제염소들에서 실어오는 소금을 먹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열차와 자동차들이 제대로 통하지 못하다나니 소금운반도 차질이 생겨 동부 사람들은 생활에 필수적인 소금마저 먹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때에 통상관념을 깨는 동해안 제염소건설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적으로 지지”했으니 함경남도 사람들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냈다. 1996년 8월 15일에 착공해 1999년 10월 12일 총 면적 1000정보, 연간 생산능력 수만 톤의 제염소가 조업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일어난 눈물겨운 사연들은 재미동포 홍정자 선생이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란 책의 “용서하시라, 아내여”라는 꼭지로 소개한 적 있다. 

 

▲ 광명성제염소 다음으로 북 동해안에 건설한 원산제염소 

 

소금은 식용 외에 공업에도 쓰인다. 허나 제염소를 짓고 운영하던 사람들도 해마다 긁어버리던 소금밭이끼가 가금먹이첨가제에 유용하게 쓰여 광포오리공장의 경영을 흑자로 바꿀 줄은 예상할 리 없었다. 

조선이 벌린 이러저러한 공사들이 외부에서 보기에 우직하고 황당하더라도 광명성제염소가 예상 밖의 실리를 만들어냈듯이 뭔가 수익을 창출하지 않겠나 짐작해본다. 

 

 

 ✦ “수입병”에 못지 않게 경계해야 될 “수출병” 

 

《사랑을 다 바쳐》는 가금먹이첨가제 연구라는 주선을 틀어쥐고 나가면서 털단백질 추출, 자연사료 획득, 새 품종오리 개발 등등 연구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성격과 경력이 다른 남녀들을 그려 보인다. 공장에서 만든 첨가제 효능이 수입제와 엇비슷해졌으나 “기호성”은 훨씬 떨어져 오리들이 즐겨먹지 않음이 비교로 밝혀져서 먹이유인제개발이 새 과제로 나섰을 때, 송영숙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문득 닭공장에서 첨가제연구를 진행하던 어느날 우연히 읽었던 어느 한 잡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거기에는 독성이 강한 화학공장 페설물처리에 대한 짤막한 내용이 서술되여있었다. 

송영숙은 하마트면 스쳐버릴번 하였던 그 내용에 바짝 흥미를 가지였다. 

뜨리체라는 입말로 불리우는 그 페설물은 독성이 센데다가 발암성물질을 가지고있어서 땅속깊이에 매몰시켜버리지만 그것의 화학조성을 보니 그속에는 가금의 입맛을 자극시키는 베타인이라는 물질이 들어있었다.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맛과 향기를 가지고있는 베타인은 그자체가 아미노산의 한 일종인 동시에 리상적인 가금먹이첨가제였다. 

사실 먹성인자가 들어있는 천연물은 사탕무우이지만 원료원천이 고갈된 그것을 선택하는것은 국산화의 원칙에 어긋나는것이였다.

 그러나 원천이 무진장한 화학공장 페기물은... 

문제는 화합물인 먹성인자를 합성하자면 독성이 강한 그 페설물과 씨름을 해야 한다는것이다.”(275~ 276쪽)

 

송영숙은 “사회주의 수호전, 조국 수호전”에 나서는 결의로 위험한 연구에 달라붙어 위험을 겪으나 끝내 안전한 먹성인자합성에 성공한다. 

이와 같은 연구는 목숨을 내걸면 되더라도 인간관계 처리는 훨씬 어렵다. 현상유지에나 만족하는 소극적인 지배인 장병식, 공장 첫 지배인의 아들로서 기사장 자리를 넘보다가 젊은 여자가 오니 은근히 불만이 많은 생산부기사장 서정관 등 사람들은 도움보다는 방해를 많이 한다. 물론 조선 소설의 틀대로 나중에는 다 엄연한 사실 앞에서 자신을 뉘우친다. 송영숙이 얻어낸 베타인을 본 장병식의 감상을 보자. 

 

“장병식의 눈길은 베타인이 들어있는 약병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 우리 당에서는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과 건설을 주체화, 국산화할것을 요구하고있다. 

현시기 국산화를 위한 투쟁은 곧 사회주의조국수호전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이 준엄한 싸움에서 우리 일군들이 앞채를 메고 맨 앞장에 설것을 요구하고있다. 그런데 나는...) 

장병식은 지금껏 자기야말로 공장의 기업관리와 생산활동을 위해 한몸을 초불처럼 태워왔으며 기술자, 기능공들의 사업을 누구보다 잘 받들어주었다고 자부해왔었다. 

그러나 오늘 공장의 생산과 기술을 위해 자기의 소중한 모든것을 깡그리 바친 송영숙기사장의 헌신적인 태도에 자기자신을 비추어보며 소스라치듯 놀랐다. 

문득 2년전, 방역대의 혈청주사로 인한 시험호동의 무리페사때 일이 떠올랐다. 그때 송영숙은 사고의 원인을 해명하기 위해 얼굴이 까매서 뛰여다녔다. 

(하지만 나는 그때에도 모든걸 강건너 불보듯 하였지. 

부검결과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나타나면 당장에 첨가제연구를 중지시키려고 생각했었고... 하면서도 기사장이 생산문제보다 과학기술적문제에 더 관심한다고 은근히 불만까지 품었지... 

그리고 공장첨가제가 제아무리 좋다 해도 수입첨가제만이야 하겠는가고 생각하면서 수입에 의존하지 않으면 당장 현행생산을 할수 없다는 관점을 완전히 털어버리지 못하고있었다....) 

장병식지배인의 가슴은 자책으로 저려들었다. 

(사회주의경제강국건설을 위한 총공격전이 벌어지고있는 오늘 우리 일군들이 제일 경계해야 할것은 사대주의병, 수입병이다. 

그런데 나야말로 수입의존심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아니였던가...) 

장병식지배인은 정의성을 비롯한 공장의 기술자들이 공장첨가제를 완성하기 위해 애쓰는것을 보면서 지지하고 응원이나 하였을뿐이지 녀성기사장처럼 어깨를 들이밀지는 않았었다. 

장병식지배인은 자기자신에게 아픈 매를 안겼다. 

(지금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 공화국을 고립압살시키고 자립경제의 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온갖 비렬한 책동을 다하고있다. 놈들은 우리 인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로부터 주요공장설비와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래를 제한하고 금지시키는 한편 저들의 잉여상품, 질낮은 제품을 들이밀기 위해 교활한 술책을 다 쓰고있는것이다. 

그러니 수입병에 걸린 사람이야말로 민족적자존심도 없이 다른 나라사람들의 배만 불리워주는 사람이고 또한 적들의 반공화국압살정책에 편승하는 사람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장병식지배인의 마음은 자책으로 점점 더 무거워졌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창문가로 다가가 운수직장쪽을 바라보았다. 

수건을 눌러쓴 기사장의 모습을 그려보던 그는 또다시 자책에 겨워 어깨숨을 내쉬였다.”(400~ 401쪽)

 

2017년에 출판된 작품에 그려진 2010년대 초반의 공장 지배인 심리는 “사상 최강 제재”들이 잇달아 나온 뒤인 2018년 시점에서도 현실성을 띄고, 조선이 제재에 굴하지 않고 많은 성과들을 공개하는 수수께끼를 풀 답으로도 될 수 있겠다. 

 

헌데 어떤 의미에서는 수입병보다 못지 않게 경계해야 할 것이 수출병이다. 어느 조선소설에서는 대외일꾼이 따다가 준 계약을 공장 책임자가 거부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물건을 만들자면 특수한 지구(받침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회용으로 끝날 수출 때문에 그렇게 하면 공장의 입장에서는 밑진다는 것이다. 무역일꾼으로서야 건수를 따야 면목이 있고 입지가 단단해지겠는데, 거절하는 공장 책임자가 밉다. 허나 국가적 견지에서 보면 공장 책임자의 처사가 맞다. 수출을 위한 수출을 경계해야 할 뿐아니라 외국에서 일시 가격이 올라갔다고 무슨 물건들을 긁어모아 수출하는 수출바람도 경계해야 한다. 자원낭비와 환경파괴, 국력약화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제재상태에서 수출경계가 우습게 들리더라도 제재란 언제든지 풀리기 마련이니 아마 조선 내부에서도 무작정 수출에 대한 예방주사를 놓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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