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395] 국정원 개혁, 취지는 좋은데 시행은 복잡할 듯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1/15 [00:5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국정원이 국민의 세금과 기관원들을 동원하여 불법선거를 자행했다는 증거들이 마구 터져나왔으며 청와대에 국민세금을 불법자금까지 상납해오다가 덜미가 잡혀 많은 수장들이 감옥에 구속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휴일에도 뭔가 큼직한 뉴스가 생겨나곤 한다. 1월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부의 권력기관 고강도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많은 날들 중 하필 일요일을 고른 데도 뭔가 깊은 뜻이 담겼겠다만, 그런 거야 해외에 사는 사람이 알아맞출 수 없는 법이고, 일단 국정원의 수사권 조정 등 내용에 이끌렸다. 

 

문 정부 출범 전후부터 한다한다 소문나던 국가정보원 개혁이 드디어 현실화되는 판이다. 

국정원은 대북· 해외업무에 전념하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데, 지난 해 말에 대외정보원이던가는 새 이름이 언론들에 언급될 때, 그렇게 이름을 지으면 영어 약칭이 IS로 되어 악명 높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와 같아진다던 우려도 나왔었다. 1960년대 초반 생겨난지 50여 년 만에 이름을 3개 가졌던 정보기관이 이번에는 이름만 아니라 실질도 크게 변한단다. 국내정치와 대공수사 파트를 없앤다니 말이다. 

세계 각국의 역사에서 이런 식의 개혁이 있었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대내· 대외 수사권을 다 가지고 간첩잡기 기능까지 갖췄던 권력기관으로 필자가 아는 건 구소련의 KGB와 중국의 공안부였다. 소련 해체 후 KGB의 기구와 역할이 분할되어 러시아의 새로운 강력기관들로 탈바꿈한 건 사회의 대격변에 따른 수동적인 변화였으니, 지금 한국에서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주동적인 개혁과는 많이 다르다. 

 

중국의 공안부는 30여 년 동안 대내 치안과 간첩잡기를 겸했는데 공안청, 공안국 내부에 정치보위부, 정치보위과 등이 설치되어 뒤의 업무를 맡았다. 특별히 세분하지 않고 형사사건과 정치사건, 간첩사건 등이 생겨나면 유능한 경찰들이 모여서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3년에 국가안전부가 신설되면서 공안부문의 정치보위부서들과 다른 계통의 다른 부서들이 모여서 새로운 권력기관이 생겨났고, 주로 대외업무를 맡았다. 중국공민은 중국 대륙 외의 정부, 기관, 단체 등과 특별한 연계가 없는 한, 국가안전부문의 관심대상으로 되지 않는다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국정원이 새로운 이름을 가지면 중국의 권력기관들 중 국가안전부와 제일 비슷할 것 같다. 

 

당년의 중국과 정반대로 현재의 한국은 특수권능을 가졌던 특별한 기관에서 일부 기능을 이관하는데, 개혁방안 보도를 보면 경찰에 가칭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대공수사권을 행사하리라는 정도로 알 수 있을 뿐, 그 신설된 부처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는지는 모른다. 

워낙 10만 이상이라는 경찰들 가운데서 사람들을 뽑아 새 부서에 들여보내는지 아니면 국정원에서 국내정치와 대공수사를 맡았던 사람들이 경찰로 자리를 옮기는지? 후자라면 적폐가 유지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겠고 전자라면 전문성 부족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겠다. 

 

그리고 국정원은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한국 각지에 지부를 설치했다 한다. 개명 후의 새 기관이 대북· 해외 정보만 맡는다고 할 때, 한국 내부 곳곳에 지부가 필요하겠느냐는 질의를 피하기 어렵겠다. 지방도시들에 대북· 해외 정보가 있댔자 얼마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면 뭐라고 대답하고 해석하겠는지 벌써부터 궁금해난다. 글쎄 국제도시들에서야 지부들의 필요성이 뭇사람을 납득하겠다만 전반적으로는 지부 축소가 불가피하겠다. 축소된다면 지부들을 떠난 사람들이 대북· 해외 담당 부서로 옮길까? 지방의 경찰부문으로 옮길까? 국정원 본부에서 일해온 사람들보다 문제가 훨씬 복잡해지지 않을까 싶다. 

 

국정원이 대내정치, 대공수사권을 내놓게 된다는 소문이 나돌 때부터 필자는 관련부서에서 몇 년 지어 몇 십년 일한 사람들이 전설 속의 대북· 해외 파트로 옮겨갔댔자 새로운 업무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서양속담에 “늙은 개는 새 재주를 배우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나이를 먹으면 배우고 싶어도 배워내지 못하는 게 새 재주고, 갖추고 싶어도 갖출 수 없는 게 새 능력이다. 국정원 개혁이 필연적으로 대규모 인사조정을 만드는데, 김대중 정부 시기의 변화를 놓고 뒷날 별 소리가 다 나왔던 걸 감안하면 이번에도 인사조정 당시와 후에 “인사대참사”, “쳐내기” 등등 말이 많을 것 같다.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에게로 흘러들어간 사건 때문에 전직 국정원장들이 구속 등 수모를 당할 때, 어느 언론 대담프로에서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의 수장이 30여 명이었는데 그중에서 절반 정도 감옥에 들어가는 등 뒤가 좋지 못했다기에 필자는 깜짝 놀랐다. 해외에서 사라진 김형욱도 재수 없는 절반 정도에 끼었던지 기억나지 않는다만, 60년 미만의 역사에 부장, 원장이 30여 명이었다면 임직기간이 평균 2년 미만이다. 게다가 정보업무와 거리가 먼 일들을 하다가 급작스레 수장이 된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시기의 원세훈 국정원장이다. 문외한이 한국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된다는 게 암만해도 신기하고, 나름 전문학습을 통해 전문기술, 전문능력을 장악한 정보관들이 문외한의 지시를 따를 때 거부감이 없었느냐도 의문이다. 잘못된 지시라고 느꼈지만 명령이어서 따랐다는 따위 구차한 변명들이 뒷날 가끔 나오기는 해도, 어느 용기 있는 사람이 명령집행을 거부했다는 전설은 들어보지 못했다. 필자가 과문해서일 수도 있다만. 

 

한국의 정보기관이 이제 어떤 이름을 갖느냐, 어떤 업무들에 주력하느냐보다도 어찌 보면 더 중요할 수 있는 게 기관 수장의 임기다. 5년 대통령 임기 내에 정보기관 수장이 두셋 씩 바뀌는 구조로는 무슨 강력하고 유능한 기관을 바라기 어렵다. 대수술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는 물론 비밀사항이겠으나, 사후의 기관 수장의 임기로 미뤄볼 수는 있다. 

 

필자는 일단 상하이에서 이른바 미녀를 놓고 외교관과 정보기관 사람들이 다퉈서 뉴스거리로 되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중국 공안국의 도장을 엉터리로 위조했다가 드러난 등등 중국에서 국정원이 만들어냈던 한심한 웃음거리들이나 더 생겨나지 말기를 기대해본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