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411] 청와대 여민관 족자, 춘풍추상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2/12 [11: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지난 2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을 다잡자”면서 각 비서관실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고 쓰인 액자를 선물했다. 명나라 서적 《채근담(菜根谭)》의 글귀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待人春風)”에서 나온 말로 “남을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가을서리처럼 엄정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장에 고 신영복 선생의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글이 걸렸는데 ‘글자 밑에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하기는 춘풍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같이 엄격해야 합니다’라는 한글설명이 쓰여졌다. 

 

▲ 청와대 여민관에 걸린 글     © 청와대 사진기자단 사진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직자의 기본자세가 춘풍추상과 같은 것으로 자신에겐 추상과 같이하고, 국민에겐 봄바람처럼 따듯하게 대해야 한다. 이는 검찰·감사원, 청와대 모두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한다. 

 

워낙 《채근담》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별 영향력이 없다가 1980년대 일본에서 처세지침서로 되어 유행된다고 알려지면서 중국에서도 꽤나 퍼졌다. 

400여 년 전에 나온 책의 글귀를 인용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될 것 없는데, 신영복이란 인물의 글씨여서 조금 주목을 끈다. 며칠 지나도록 글을 쓴 사람의 수감경력을 갖고 물고 늘어지는 야당정객, 보수언론이 없는 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평창올림픽이라는 큰 이슈가 있어서 그런가?  

 

그보다 좀 앞서 타이완(대만)에서는 문자 그대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글귀 때문에 논란이 벌어졌다. 

 

 

타이완섬 남부에 있는 타이난시(台南市대남시)의 중산중학교(中山中学校) 문 곁에 “당당정정한 중국인이 되자(成一个堂堂正正的中国人)”는 구호가 새겨져있는데, 시의원 리원쩡(李文正리문정)과 의원선거 후보 리치슝(李启维리계웅)이 4일 그 구호가 “쟝제스(장개석) 위권시대(蒋介石威权时代)” 유류물이라면서 없애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리원정은 쟝제스의 통치가 숱한 타이완인들의 “악몽”인데 지금은 21세기이고 타이완이 “민주화”를 실현했는데도 학교에 아직도 “독재 유독(独裁遗毒)”이 남아있는 건 실로 아이러니라고, “독재보수세력”이 아직도 학교의 상공에서 선회하는 판에 무슨 “구조전환정의(转型正义)”를 얘기하겠느냐고 공격했다. 

 

그에 대해 교장 린궈빈(林国斌림국빈)의 대응은 이건 역사의 산물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 말을 리원정이 우려하는 사상과 연결시키지 않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제 학부형회 및 교우회와 처치방법을 토론하고 조절할 것이고 동시에 교육국에 보고하여 리원정의 주장을 심중히 토론할 것이다 등이었다. 

 

타이완의 어떤 네티즌들은 해당기사에 “선거가 다가오니 별의별 수가 다 나왔다(选举到了 什么招都出来了)”,“당당정정한 **인이 되자는 게 그처럼 우습다면 이상하지. 그래 우물쭈물하는 **인이 되자는 건가?(当一个堂堂正正的XX人有这么好笑?那奇怪了,难道要当一个畏畏缩缩的XX人)” 등 댓글을 달았다. 

 

중국 대륙의 네티즌들은 욕과 비판 외에 지지한다, 통일은 너희들에게 의거한다, 힘을 내라 등등 댓글들도 달았다. 타이완독립파가 “중국인”신분을 부정하고 조상을 부정하는 언행을 많이 할수록 민심을 많이 잃게 되고 따라서 통일에도 이롭다는 논리다. 

 

한 네티즌은 이 일은 민진당이 선거에 능한 정당일 뿐 다른 방면에서는 아무런 공적도 없음을 다시금 설명한다(这件事再次说明民进党是个擅长选举的政党,在其他方面毫无建树)고 비평했다. 

 

민진당은 워낙 거리의 반대파로부터 시작한 당으로서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별별 기상천외한 꼼수들을 다 부린다. 선거성적도 확실히 상당히 좋다. “백색테러”로 일컬여지는 군사독재로 수십 년 집권했던 국민당은 여당체질에서 아직까지도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고 엘리트의식이 강해 민중을 불러일으키는데 약하며 내분이 심해 근년의 선거전들에서 연패했거니와 이제 재기할 가망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는 국민당 같은 백년 정당이 없고 심지어 민진당의 30여 년 역사에 비길 정당도 없다. 당의 뿌리를 캐면서 여당체질을 따지면 자유한국당이 국민당과 조금 비슷했는데 지난해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졸지에 야당이 된 다음 아직까지도 야당의 정체성을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 

 

민진당과 비슷한 정당이 한국에는 없다. 막말을 잘하고 색깔을 열심히 칠하는 정객들은 있어도 선거에서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는 정당은 하나도 없다. 최근에 생겨난 미래당은 심지어 “미래당”을 약칭으로 쓸 수 없다는 결정에 부딪쳤다. 이름마저 제대로 짖지 못하는 게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혹자는 “새누리당”을 그나마 몇 해 굴려갔던 “선거의 여왕”을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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