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418] 중국에서는 북 선전화가 소장가치 높은 그림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2/28 [06:56]  최종편집: ⓒ 자주시보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우리 민족 성원들의 절대다수는 자기가 사는 마을이나 고을은 알아도 반도라는 개념은 알지 못했고 그 모양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 뒷날 소문난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실제로 본 사람이 그때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본에 강제 합병되고 근대화 지도가 퍼지면서 반도모양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과 표현이 생겨났다. 

 

일제는 합방에 앞서 반도의 모양이 토끼 같다면서 겁 많고 무능한 토끼이기에 강대한 대일본제국이 차지해서 지켜야 한다는 설을 퍼뜨렸고 반도를 토끼로 그린 간략한 지도를 제작했다. 

그에 대응해 반일독립운동가들은 반도의 모양이 호랑이 같다면서 호랑이형태지도를 만들었고, 1980년대에 한국에서 호랑이지도들이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에 학교를 다녔던 한 조선족 문인은 1930년대 어느 잡지에서 반도를 춤추는 여인으로 그린 지도를 보았는데 벗겨진 코신이 제주도로 되었더라고 쓴 적 있다. 

반도의 여인화가 조선총독부 “문화통치”의 일환이었는지 아니면 민족주의자들의 자부심강화일환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성상이 당시의 민족 최대 과제로 나섰던 반일독립에 도움이 되지 않았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기자 님 웨일즈와 만나 긴 담화를 진행하고 《아리랑의 노래》 주인공- 김산으로 된 항일운동가 장지락은 반도가 일본을 겨눈 비수라는 표현을 썼다. 

21세기에 조선(북한)의 어떤 소년들은 조선이 미국을 겨냥한 권총이라고 말했는데 비전향장기수 한춘익 선생이 지구의를 보니 과연 백두산에서 두만강 끝으로 뻗은 조준선 상에 미국땅이 놓여있더란다. 어린이들이 참 신통한 비유를 했다는 한 선생의 수기 내용을 필자가 여러 해 전 어느 글에서 소개하고 평했었다. 

 

이처럼 반도는 보는 사람 나름에 따라 형태와 상징이 달라진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지도나 그림의 필수요소들도 달라진다. 얼마 전 평창올림픽에 나타난 반도기에 독도가 포함되었다고 일본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가. 수십 년 전에는 반도지도나 그림에 울릉도, 독도가 포함되지 않아도 별문제 없었지만 지금은 독도포함여부가 정치적 정확성의 기준으로 부상했다. 

 

2월 25일 “우리 민족끼리”사이트는 “한폭의 선전화앞에서”(림국철)라는 기사를 실었다. 

 

“무릇 작품의 견인력은 사람들에게 남기는 깊은 여운에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폭의 선전화가 나에게 준 충동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이렇게 시작한 글은 뒤이어 아래의 그림을 삽입하였다. 

 

▲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한반도 모양의 북 선전화     © 자주시보, 중국시민

 

계속하여 글은 이렇게 썼다. 

 

“간결한 표현형식으로 된 미술작품이지만 그속에 내포되여있는 사상적의미는 참말로 크다.

푸르른 하늘가를 배경으로 두 남녀어린이가 날려보내는 비둘기들이 조선반도를 형상하고 그 아래로는 미국의 북침전쟁무기들이 여지없이 부서져나가고있다.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미국의 북침핵전쟁연습소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고 후대들에게 통일된 조국,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토를 물려주려는 온 겨레의 확고부동한 의지를 뜨겁게 엿볼수 있다.

선전화를 보느라니 평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였다.

평화는 겨레의 절절한 념원이다. 하지만 이는 바란다고 하여 저절로 마련되는것이 아니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이건 반도 북반부에서 사는 사람의 감상이고, 중국에 있는 필자의 느낌은 같지 않기 마련이다. 비둘기를 활용하여 반도모양을 자연스레 그려낸 재치가 돋보였고 실제크기보다 훨씬 큰 비례로 울릉도와 독도가 인상적이었다. 21세기의 정치정확성이 보장된 작품이었다. 

 

남반부에서 사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인물과 반도모양은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구호들까지 합치면 정치정확성은 고사하고 궤변이 가득하고 야욕을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북이 말하는 통일이란 “적화통일”이다, “한반도”이지 “조선반도”가 아니다, 미국이 참여하는 군사연습은 정례적인 “한미군사연습”으로서 북의 남침야망에 대응하기 위해서이지 “북침전쟁연습”이 아니다,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겠으면 “북핵”부터 포기해야 된다... 

필자의 상상은 이 정도에서 그치는데, 남반부의 대중이 실제로 이 선전화를 보면 훨씬 거칠고 원초적인 반향들이 많이 나오리라 짐작된다. 물론 반대로 선전화를 찬양하는 반향들도 상당수 나올 것이다. 

 

근년에 대북제재가 심해지면서 북의 “외화벌이”에 대한 남의 언론보도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판이다. 북 사람들이 미술작품들로도 외화를 벌어 핵무기강화에 쓰인다는 주장들도 심심찮게 생겨나 떠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중국에서는 북 미술작품이 일정한 시장을 형성한 게 사실이다. 화가의 명성에 따라 가격차이가 심하고 같은 화가의 작품들이라도 경매에 등장할 때와 시장에서 유통될 때의 값이 많이 차이난다 한다. 그림값이 어떻게 북 사람들에게 지급되고 그런 돈이 북의 무기제조에 쓰이는지 마는지는 필자가 전혀 알지 못한다만, 조선그림의 수요에 대해서는 여러 해째 보고 들은 반향들이 있다. 지금까지는 풍경화와 풍속화 따위가 주로 유통되는데 사실 선전화를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단다. 선전화야말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풍격”을 제일 잘 나타내기 때문이란다. 단 전설에 의하면 조선의 선전화들은 일정한 양이 인쇄되어 지정장소들에 붙여진 다음 시기가 지나면 회수하여 폐기한다기에 선전화에 군침을 흘리는 사람은 많아도 실제로 소장한 사람은 거의 없단다. 

 

조선이 선전화들을 엽서로 만들어서 판다고는 알려졌는데, 엽서는 우표수집가들이나 좋아하고 또 인터넷시대에 실제사용수자도 적다. 게다가 선전화 실물보다 훨씬 작아서 시각적 충격력도 약하다. 어느 날 조선 선전화들이 중국의 미술품 시장에서 돈다면 시세가 어떨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만, 일부 한국인들이 정부차원의 “외화벌이”라고 해석할 건 분명하다, 기자들과 “소식통”들이 짭짤한 돈벌이를 하게 되면 북에 감사를 드려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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