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 반대 안 하는 미국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한국의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미국 백악관의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2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다시 한번,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비핵화가 진전되는 상황이라면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일단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부의 마이클 케이비 동아태 담당 대변인도 한국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란 입장은 타협을 통해 바뀔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도 북한과 기꺼이 관여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말하는 '관여'는 곧 제재나 군사적 압박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대화'를 의미한다. 즉, 케이비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해화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으로 전에 비해 한층 유연해진 입장이다. 결국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길을 개척하기 위한 대화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입장 발표도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데이나 와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군사주권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최근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미 국방부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한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며 "주한미군 주둔 등 한미 양국의 안보 관련 사안은 두 나라가 함께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라면 주한미군철수도 고려할 수 있다는 매우 의미심장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2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국방연구국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트럼프 행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과 더 많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은 일이지만, 북한이 비핵화로 나아가는 길을 인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특사 파견은 트럼프 행정부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The more taking we can do with North Korea to ease tensions is a good thing. However, North Korea must understand that any talks must lead to a pathway that moved towards denuclearization.)"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장기적일지라도 비핵화를 목표로 대화하고 싶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상세한 협상을 진행할 의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하면서 "미국은 북과의 비핵화 대화가 설사 진행 중이라고 해도 북한에 대한 압박은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최근 미국의 한반도 관련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 대화의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미국은 적극 환영하고 있고 미국도 비핵화로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대화에도 적극 나설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대화를 진행하는 중에도 대북압박은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4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은 그대로 진행될 것임이 확실하다. 여전히 한반도 긴장고조의 불씨는 살아있는 것이다. 또 미국이 앞으로 북과 대화로 문제를 푸는데 수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루아침에 전격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지배세력들은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놓고 보았을 때 북미관계정상화는 그 충격파가 너무 커 세계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보고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미국만 손해
그렇다고 미국이 오마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처럼 그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미국 클린턴 정부가 94년 제네바합의만 잘 이행했더라면 한반도비핵화는 달성되었을 것이며 북의 수소탄 공개,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도 없었을 것이며 북미관계도 이미 정상적인 관계로 재정립되어 주한미군도 철수하고 북미평화협정도 체결되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완전히 해결되었을 것이다.
북이 그것을 다 보유하고 과시한 이후에 다시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려고 하니 미국의 입장에서는 열배, 스무 배 더 힘든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쨌든 미국에게 다시 북미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가 찾아오고 있다. 물론 북이 이미 보유한 핵억제력까지 포기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 이상의 핵억제력 공개적 강화는 막을 수는 있다고 본다. 북은 군사패권을 추구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이유도 없이 군사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략무기는 철저히 숨기고 감추어온 나라이다. 지금도 공개하지 않은 전략무기가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의 위협이 없는 한 핵무기시험이나 미사일 시험을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나라이다.
즉, 미국이 현 상태에서 한반도 핵문제를 동결시키기라도 바란다면 평창을 계기로 찾아온 이 대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도 미적거리거나 완전한 핵폐기 운운하며 과도하게 욕심을 부린다면 미국은 더욱 더 심각한 궁지에 내 몰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한반도 핵문제는 이전 정권이 해결했더라면 훨씬 쉬웠을 텐데 질질 끌다가 결국 자신이 지금 어렵게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을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 김정은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묘수
흥미있는 점은 클린턴 정부 당시엔 북미대화가 남북대화를 이끌어가는 형국이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남북대화가 북미대화의 길을 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은 미국이 북과 얼굴이라도 마주보려면 현재 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남북대화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그 남북대화를 미국이 얼마나 보장하는 지를 보고 북미대화에 대해서도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묘수로 보인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과 아무리 대화를 하려고 해도 북은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번 평창에서도 그랬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측근 중에 최 측근 김여정 특사를 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전달했지만 미국에서 펜스 부통령을 보냈음에도 북의 김영남 위원장은 미국과 논의를 진전시킬만한 담당 실무 외교관은 한 명도 대동하지 않고 왔다. 이방카 보좌관이 왔을 때 겨우 실무급 인사 한 명이 왔을 뿐이다.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미국에서 보장하라는 것이며 그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보고 북미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보장하건 파타내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파탄내면 북미대화는 문어구에 가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북의 어마무시한 군사력 과시가 지난해에 이어 줄줄이 단행될 것이다.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손발을 다 묶어놓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시켜가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참으로 묘한 수다. 이런 수를 내다보았기 때문에 신년사에서 올해 남북관계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내자며 그렇게 자신있게 평창겨울올림픽 남북교류를 전폭적으로 제의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게 남북대화를 허용해 달라고 너무 절절 매지 말고 자주적 판단으로 밀고 가도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런 저런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남북대화 못하겠다고 나가떨어지면 오히려 발을 동동 구를 나라는 미국 자신이다.
♦ 남과 북의 평화적 통일은 당연한 주권국의 권리
사실, 남측이 자주적인 주권국가라면 통일문제는 당연히 북과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풀어야 한다. 여기에 대해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다. 시비하는 것 자체가 주권침해이다. 주한미군 주둔도 마찬가지이다. 소련이 있을 때는 대소전진기지라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 오직 북의 남측 위협 때문이라는 것인데 남북정상이 만나 서로 싸우지 말자고,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자고 합의하면 당연히 필요없는 존재가 된다. 북과 평화적으로 통일하려면 당연히 미군은 내보내야 한다. 고구려가 평양에 당나라 군대를 잔뜩 주둔시켜놓고 허구헌날 합동군사훈련을 하면서 신라에게 평화적으로 통일하자고 하면 그게 대화인가 협박이지.
북은 이미 7.4남북공동성명, 6.15남북공동성명, 10.4남북선언 등을 통해 평화적 통일의 의지를 명백히 피력해왔다. 이것을 파탄내고 가로막아온 나라가 미국이다. 남북이 평화적 통일을 이루면 주한미군철수해야 되고 태평양 패권유지, 세계 제국주의 패권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 결과 지금 미국의 처지가 어떻게 되었는가. 패권유지는커녕 미국 본토가 북미전쟁으로 초토화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패권도 처참하게 무너져내리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모든 요격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사르맛 최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공개하며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타격무기 개발도 매우 위협적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우주공간 요격시험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얼마 전에 발표하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한반도에 배치한 사드 등에 대한 대응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북이 무서워 사드를 배치했는데 북은 물론 러시아 중국까지 무시무시한 무기로 미국을 위협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어떻게 미국인들이 발편잠을 잘 수 있겠는가.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미루면 미룰수록 더욱 더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런 정세를 잘 종합해보면 우리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어떤 자세와 입장으로 나서야 할 것인지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흐름을 놓고보면 북미대결전은 하루 아침에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도 알 수 있다. 특히 북이 미국과의 해결에 서두르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여전히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한반도 정세는 다시 긴장될 수 있으며 여러 우여곡절을 겪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남북경협주도 단기투자에 올인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장기투자는 긍정적일 것이다. 정세를 주관적으로 낙관하면 과도한 좌경의 우를 범할 수 있다. 또 금방 지쳐 급격히 우경으로도 빠진다. 좌우편향을 오락가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큰 흐름은 이렇듯 미국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국을 쉽게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여전히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북은 별거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미국 스스로 그 자만에 여전히 빠져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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