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436] 이명박근혜의 잠버릇(?) 그리고 최순실 자서전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4/03 [11:31]  최종편집: ⓒ 자주시보

 

지난 달 말 한국 검찰이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 진실을 밝혔다. 명색 대통령이 평일 오전에 잠을 자고 있었다고 숱한 사람들이 기막혀할 때, 필자는 쉬이 웃지도 욕하지도 못했다. 자신이 밤을 새우고 점심때까지 자던 날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잠버릇으로는 정객이 될 자격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후 한국에서 최대의 샐리러맨 신화로 알려졌던 이명박 신화를 벗기려는 언론들이 나타나 요즘 진실(?) 알리기가 무척 활발하다. 그 부류 기사들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관련된 이명박의 신화들이 과대포장되었거나 거짓임을 알리려고 노력하는데, 필자는 사소한 것만 기억난다. 역시 잠이다. 이명박 자서전 《신화는 없다》는 필자가 서점에서 돈을 주고 한 10권미만의 한국책 중 하나로서 언젠가 무척 열심히 읽었다. 당년에는 고려대학 출신들의 제일 자랑스러운 동문 2명 중 하나였고(다른 1명은 축구스타 차범근) 부정적 이미지가 거의 없던 이명박이었기에 그의 글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게 사실이었다. 이명박은 책에서 자신이 하루에 몇 시간 밖에 자지 않는다고 자랑했고 또 아무리 늦은 밤에라도 업무에 관련된 전화가 오면 “카랑라캉한 목소리”로 받아서 지시한 다음 다시 잠들었다고 소개했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이 긴 편인 필자는 《신화는 없다》를 본 다음 서너 시간만 자보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참패로 끝났다. 필자의 잠버릇으로는 뛰어난 기업인이 될 자격이 없는가 자괴감까지 들었다! 한편 “카랑카랑한 목소리”란 표현을 중국 조선족들은 쓰지 않기에 어떤 소리일까 오랫동안 궁금했었다. 여러 해 지나 2007년 대선에서 텔레비전에 나온 이명박 후보의 실제 소리를 듣고 픽 웃고 말았다. 우리가 비린 내 나는 새된 소리라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이명박이란 인물에 대한 호감이 비호감으로 바뀐 계기가  목소리였다고 기억된다. 

 

서울시를 하느님께 헌정한다는 말로 논란을 불러오기는 했으나, 서울시장을 할 때까지는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는데, 팔자에 없는 대통령을 하느라고 수십 년 쌓아온 이미지를 죄다 구기고 이제는 구치소에서 조사와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으니 이명박이란 인물이 역사에는 웃음거리로 남을 것 같다. 

구치소나 감옥은 신화를 깨는 장소라고 한다. 숱한 신도들을 열광시켰던 교주들이 그 소문난 신통력들을 보여주는 사례가 전혀 없고, 한때 우쭐거렸던 관료, 장성, 회장님들도 볼품  없는 모습들을 드러냈다 한다. 박근혜와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잠자기 시간은 그들 자신의 주장에 의하면 양극단인데, 지금 수감상태에서는 몇 시간씩 꿈나라에서 보내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사람이 늙으면 잠이 없어지는 게 관례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젊은 시절의 서너 시간보다 더 적게 자야 정상이겠다만, 정상과는 정반대되는 언행들을 하도 많이 한 인물이라 잠자는 시간도 반대방향으로 변하지 않을까? 

 

필자의 이명박 자서전은 쓴 돈이 아까워 아직까지 버리지는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린 《신화는 없다》가 꽤나 될 것 같다. 또한 중국에서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고 한국 청와대가 열심히 홍보했던 박근혜 자서전의 중국어판들을 샀던 사람들이 지난해부터 내버리지 않았겠나 짐작해본다. 좀 이상한 일이지만 중국에도 열광적인 박근혜 지지자들이 있는지 아니면 한국의 박정희- 박근혜 신도들이 중국 사이트들에서 활동하는지 박근혜와 관련된 기사들이 나올 때면 그녀의 불상함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저주하는 댓글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런 댓글을 쓴 사람들은 아마 박근혜 자서전을 신주단지처럼 모실지도 모르겠다. 

 

정치인들은 대개 선거를 위해 자서전을 만들고(본인이 썼는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만든다고 표현한다) 출판기념회를 연다. 선거에서 이긴 정객의 책은 승리 덕에 꽤 팔리기도 하지만 진 사람들의 책들은 선거가 끝남과 더불어 존재가치를 잃는다 한다. 

정치인이 아니건만 이른바 거물정치인들보다 더 큰 권세를 갖고 국정을 농단했다고 알려진 최순실 씨가 자서전을 쓰고 있다 한다. 지난해 말 변호사의 권고로 쓰기 시작해 이제는 300쪽 분량을 완성했단다. 

참 신기하다. 숱한 설들을 만들어낸 뒤 검찰에 출석할 때 “죽을죄를 졌습니다.”라는 말로 여러 나라 기사들에 올랐다가, 징역에 언도되니 포효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사람, 법정에서는 어제 일도 기억나지 않는데 몇 해 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내쏘았으나 후에는 수십 년 인생을 돌이켜 회고록을 쓴다는 사람. 그 대뇌구조가 어떻게 돼먹었는지 전문가들이 무척 호기심이 생기기 충분하지 않겠나? 

 

최순실- 최서원 씨의 자서전 제목은 《나는 누구인가》라고 한다. 안 봐도 비디오라고 자아변명이 가득하겠다만 아무튼 국제적인 명성을 누린 인물이니까 펴내겠다고 나서는 한국출판사도 번역하겠다고 나서는 외국출판상도 나올 것 같다. 단 중국에서는 홍콩 배우 청룽(성룡)이 주연했던 영화 《워쓰수이(我是谁 나는 누구인가)》가 근 20년 전에 나왔기에 괜한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책 제목은 바뀔 것 같다. 중국 언론들이 최순실에게 제일 많이 붙인 수식어는 박근헤의 “꾸이이미(闺蜜)”다. “꾸이미”는 근년에 생겨나 유행된 말로서 글자대로 뜻풀이하면 “규방에서의 가까운 친구”가 되겠다. 여자의 여성 절친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순실 자서전이 과연 완성되고 출판된다면 언어학 연구차원에서는 읽어볼 필요는 있겠다. 박근혜- 최순실 화법이야말로 현대 한국어의 기이한 변화이니까. 그리고 최순실 자서전이 만에 하나 중국 대륙 혹은 대만이나 홍콩에서 번역, 출판된다면 중고서적 사이트들에서 전날의 박근혜 자서전과 세트로 판매되지 않겠나 추측해본다. 얼마나 잘 팔릴지는 귀신이나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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