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20]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 혹은 진심외교
최한욱 기자
기사입력: 2018/04/03 [11:5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4월 1일 평양공연을 진행한 남측예술단의 기념사진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25일 중국을 전격 방문하였다. 이른바 차이나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은 전 세계를 다시 한 번 깜작 놀라게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환영만찬 연설에서 전례 없이 격변하고 있는 조선반도의 새로운 정세 속에서 위대한 조중 친선의 오랜 역사적 전통과 혁명적 의리를 변함없이 지키며, -중 두 나라 관계를 대를 이어 훌륭히 계승 발전 시켜나갈 일념을 안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했다고 밝혔다. 우리의 전격적인 방문제의를 쾌히 수락해주시고 짧은 기간 동안 우리들의 방문이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기울인 습근평(시진핑) 총서기 동지와 중국의 당과 국가 지도 간부 동지들의 지성과 극진한 배려에 나는 깊이 감동되였으며 그에 대하여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남북,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내용을 중국 측에 설명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먼저 방문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외교 상식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행보다. 최근 전례 없이 격변하고 있는 한반도의 새로운 정세 속에서중국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차이나패싱은 빈말이 아니었다. 중국의 네티즌들 사이에서 중국의 평창외교전 성적표가 -100점이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시진핑 주석은 잠자리에 들기도 전에 중국몽에서 깨어날 판이었다. 다급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먼저 방중을 제의했다. 중국을 좀 더 애타게 하면서 얼마든지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외교적 실리보다 혁명적 의리를 선택했다.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냉혹한 외교의 세계에서 보기 드문 순진한(?) 행동이다.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 방중을 단지 혁명적 의리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중국 방문은 대북강경파들로 안보라인을 교체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트럼프의 꼼수를 단 번에 무력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북중관계를 복원해 미국의 최대압박전선을 와해시키는 의미도 크다. 즉 전격 방중은 북미정상회담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절묘한 한 수였다.

 

하지만 그동안 혈맹관계를 저버리고 미국과 합세해 북한을 압박했던 중국을 골탕 먹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은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득보다 실이 많은 외교적 행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중국행을 선택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교적 이해타산보다는 피로 맺어진 역사적 전통을 더 중시하는 국정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파격외교이라기보다는 진심외교라고 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러한 진심외교는 남북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이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진심으로 노력했다. 보수세력들은 위장평화공세라고 게거품을 물지만 아직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큰 결단에서 다른 의도를 발견하기 힘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1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람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공연시간을 두 차례나 연기할 정도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 공연에 공을 들였다. 왜 그랬을까? 레드벨벳이 보고 싶어서?(사람은 자신의 수준에서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한심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 오려고 했지만 일정을 조정해 오늘 왔다. 평양 시민에게 이런 선물을 줘서 고맙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하겠다문재인 대통령께서 합동 공연을 보셨는데 단독 공연이라도 보는 것이 인지상정고 말했다.

 

(유치한) 언론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레드벨벳을 보러 왔다는 가십거리에 주목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의 키워드는 인지상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바쁜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남측 공연을 관람한 것은 그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삼지연관현악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환대에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적 도리다.(비정한 외교의 세계에서 인간적 도리는 사치일 뿐이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저 인간의 도리를 다했을 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인정도, 도리도 없는 비정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는 한마디로 인지상정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인지상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인정이다. 따라서 인지상정의 정치는 상식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상식이 파격으로 느껴진다. 상식이 없는 정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라고 말했다.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외교의 세계에서 역설적으로 정직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아무도 정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직이 오히려 최고의 책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행보는 도의적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인정과 의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외교관계도 결국 확장된 인간관계일 뿐이다. 사람은 돈 없이는 살아도 인정 없이는 살 수 없고, 의리 없는 사람은 결코 인정을 받을 수 없다.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는 외교는 진정한 의미의 외교가 아니라 장사치들의 거래일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진심외교가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기만의 외교, 책략의 외교, 위선의 외교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외교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북한의 진심외교를 오히려 최선의 정책으로 만들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결코 빈말을 하지 않다고 강조해 왔다. 북한의 외교를 이해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북한의 외교는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면 신년사를 있는 그대로 꼼꼼히 읽어 보면 된다. 거기에 이미 모든 것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언제나 패를 다 내놓고 게임한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세계는 패를 보고도 읽지 못한다. 북한도 자신들처럼 블러핑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잔머리 굴리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속내를 읽으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어차피 읽을 수도 없다) 그들은 겉과 속이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책략은 결코 진심을 이길 수 없다. 진심외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진심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가 승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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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111은 구더기 밥 18/04/03 [12:41]
이런 주옥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걸 지켜보고 따라만 해도 몇 표는 건질 수 있다.

사드를 철수하자,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자, 주한 미군을 철수하자, 주일 미군도 철수시키자, 남북관계를 시급히 개선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북방정책을 추진하자고 이런 말만 반복했어도 지금 지지율의 두 배는 얻었을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한 북한 선수단, 대표단과 응원단을 열렬히 환영했으면 지지율이 세 배로 올라갔을 거다. 정치한다는 넘들이 지네들 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 보물찾기할 때 잠만 잤나? 뭔 건수가 생길 때마다 지네들 표를 날려버리는 등신 같은 넘들이 홍패잔병이다. 수정 삭제
적극지지 18/04/03 [13:03]
<진심외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진심뿐이다.>

결과 패자는 없고 모두가 승자로 된다. 수정 삭제
bstream615 18/04/03 [14:09]
좋은 의견 주셔서 허락없이 기사에 차용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수정 삭제
111 18/04/03 [14:30]
-

김일성 민족 멸족으로 수정 삭제
자나가다가 18/04/03 [16:27]
누가 뭘 할 수 있다는 건 힘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즉,힘이 건재하고 상대를 제압할 때 가능한 것이다. 고로,힘은 정의다. 수정 삭제
운산 18/04/03 [16:28]
티비에서 얼굴팔아온 대북 전문가들 필독 사항 수정 삭제
적극지지 18/04/03 [16:35]
<진심외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진심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가 승리하는 길이다.>

참 좋습니다! 역시 기자 선생님의 세련된 글이네요.
선생님의 높은 책임감과 성실한 태도에 너무도 고맙고 감사합니다.
계속 힘내주십시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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