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452] 한국이 무료로 띄워주는 텔레그램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4/23 [11: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몇 해 전 한국 언론들이 “북한 소식”마다 김정은 석자와 연결시기에 필자는 한국 일부 사람들이 무료로 김정은 띄우기를 하는 게 경제법칙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한 적 있다.

 

요즘 또 경제법칙에 어긋나는 무료 띄워주기 현상이 생겨났다. 주역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이다. 

3월 초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가 미투에 말려들면서 피해자와 단독으로 대화를 나눴다는 텔레그램이 언론들에 오르내렸고, 비밀모드에 들어가면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대화에 딱이라고 소문나는 바람에 한때 검색순위 상위에 올랐다. 

텔레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그 내력도 소개되었으니, 2013년 러시아 출신의 파벨 두로프,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만들었는데, 러시아 정부가 테러단체들이 애용하는 걸 이유로 비밀키 제공을 요구했으나, 두로프 형제가 거절하여 망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등 사정도 전해졌다. 실제로 IS(이슬람 국가)가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소식을 공개하고 있다니까 반테러전쟁의 시각으로는 텔레그램이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2억 명 수준이라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들은 다수 스스로 테러와 상관없다고 여겨 프라이버시만 중시하는 모양이다. 

 

중국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는 위챗(微信)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데 카카오톡에 없는 기능들이 꽤나 된다 한다. 한족들은 주로 위챗만 쓰고 조선족들 중에는 카카오톡과 위챗을 다 쓰는 사람들이 적잖은데, 필자는 처음부터 위챗만 쓴다. 메시지 대화, 음성통화, 영상통화, 생활비용(전깃세, 가스비용, 수돗세) 납부 등등 다양한 기능들이 필자가 생각할 수 있는 수요들을 거의 다 만족시키므로 굳이 카카오톡을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또한 특별히 비밀대화를 나눠야 할 필요도 느끼지 않으므로 한국 언론이 소개한 텔레그램의 비밀대화 기능에도 끌리지 않았다. 

 

“비밀대화의 경우 모바일 버전에서만 가능하다. 비밀대화에서는 자신이 보낸 메세지를 언제든지 지울 수 있으며 메세지를 지우면 상대방의 화면에서도 메세지가 지워지게 된다. 또한 메세지를 보낸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그저 그런 기능도 있나보다고 생각하면서 한 친구와 한담하다가 언급했더니, 그 친구 이야기가 워낙 텔레그램이 중국에서도 쓰이다가 몇 해 전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부분적으로 차단됐다고 말했다. 

 

이 “보안이 제일 강력한 메신저”가 현지시간 4월 16일부터 러시아 경내에서 사용금지령에 걸렸다. 러시아 정보기술과 대중 미디어·통신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가무선통신사업들에게 텔레그램 메신저 차단 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그보다 앞서 13일 모스크바 타간스키 구역 법원은 텔레그램 회사가 메시지 암호 해독 키(Key)를 제공하라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것과 관련해 로스콤나드조르의 텔레그램 메신저 차단 청구를 받아들였고, 로스콤나드조르는 법정 판결에 근거하여 차단령을 발표했다. 

러시아 정보당국은 텔레그램이 국내에서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에게 이용된다고 주장하고고, 텔레그램 측은 연방보안국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맞서는 형국이란다. 로스콤나드조르는 텔레그램 금지 우회 도구들도 차단할 것이라고 선포했는데, 단계별로 이뤄진다는 메신저 차단 조치가 한때 혼란을 빚어냈다는 소식도 나왔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혼란은 일으키지 않은 모양이다.

 

중국에서는 워낙 텔레그램 사용자가 별로 없어서인지 러시아가 그런 조치를 취했노라고 17일에 간단히 보도된 정도에 그쳤다. 텔레그램 사용자가 꽤나 되는 모양이고 더욱이 드루킹 사건에서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과 텔레그램으로 대화했다고 보도된 한국에서 러시아의 차단조치가 그저 간단히 보도된 건 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식 보도방식에 의하면 러시아를 씹을 좋은 기회일 텐데 왜 그렇게 쉽사리 놔줬을까? 

드루킹- 김경수 덕분에 텔레그램의 특별한 기능을 하다 더 알게 되었다. 메시지를 발송한 다음 상대방이 읽어보면 발송자의 휴대폰에서 확인이 된다는 것.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이 보낸 메시지를 대부분 읽어보지 않았다 주장했고 수사기관도 그 주장을 한때 확인해주었을 때 품었던 의문은 특별기능소개로 해소되었다. 위챗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사실 그런 기능이 있다면 필자로서는 오히려 불편을 느낄 것이다. 필자만이 아니라 상당수 남성들도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 좋아하는 여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읽어보지도 않았음을 알게 되면 기대가 참혹하게 깨지지 않는가. 오히려 보았으려니 상상하면서 꿈을 키워가는 편이 낫지. 

 

안희정, 드루킹 두 사건 때문에 텔레그램이 한국 언론들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만약 그 정도로 광고를 한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 않을까? 텔레그램이 워낙 무료 메신저이기는 해도 인지도가 한두 달 동안에 급격히 높아지는 걸 마다할 리 없다. 특히 러시아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한국 시장 공략도 텔레그램의 생존을 위해 고려해봄직 하다. 텔레그램 발명자, 회사 소유자들이 한국에 나타나도 놀랍지 않겠다. 한국 맞춤형 텔레그램이 나오면 어떤 사람들이 선호할까? 

헌데 요즘엔 드루킹- 김경수가 텔레그램보다 더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졌다는 미국산 메신져 “시그널”을 사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러다가는 시그널이 새로운 무료 띄워주기 대상으로 되는가? 자본주의사회라는데도 경제법칙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게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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