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469] 경박함이 문제로다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5/22 [12:21]  최종편집: ⓒ 자주시보

 

지난 주말 오전 포털 사이트에서 타이완(대만)의 군사력을 다룬 글을 발견하고 읽었다. 중국시민으로서 타이완은 항상 관심사였으니까. 모 유력일간지의 기사를 재빨리 훑어 내려가다가 고개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어딘가 이상해서였다. 자세히 읽어보니 “차 총통”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위에서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라고 성명을 정확히 밝혔는데 밑에서는 “차 총통”을 거듭했다. 차이잉원(蔡英文)은 우리글 한자음으로 채영문이니 성이 차이(蔡)이고 이름이 잉원(英文)이다. 평범한 한국인이 타이완 지도자를 성이 “차”씨고 이름이 “이잉원”이라고 여겨 “차 총통”을 운운했다면 그나마 이해가 된다. 헌데 타이완과 중국 대륙의 군사력을 비교하면서 국민당의 마잉쥬(马英九, 한국에서는 마잉주라고 표기하는데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가 “총통”으로 8년간 있을 때 군사력이 약화되었기에 다시 강화하기 어렵노라고 그럴듯한 해석까지 가한 글의 저자가 타이완 현직 지도자의 성명을 제대로 모르고 대형일간지의 편집자가 그런 오류를 놓친 건 심각한 문제다. 

크게 웃은  필자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형일간지의 수준을 재확인했다. 

저녁에 다시 보니 “차 총통”이 “차이 총통”으로 수정되었다. 어느 독자가 문제를 제기했거나 신문사 스스로 발견하여 고쳤을 것이다. 인터넷 판에서는 수정이 편하다만, 인쇄판에 “차 총통”이 찍혔다면 두고두고 망신거리가 아니겠나? 타이완이 항의라도 할 수 있겠고... 

그 일간지도 변명하려면 할 말은 있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김정은 위원장을 “은 위원장”이라고 칭했다는 게 바로 얼마 전에 나왔던 뉴스가 아닌가. 미국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었고 외교를 맡은 사람마저 중요한 교섭상대의 성명을 헷갈렸거늘 특별히 중요치 않은 타이완 총통의 성을 제대로 표기하지 못한 게 무슨 대순가고... 

 

“차 총통”같은 오류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수정하기도 쉽다. 헌데 한국엔 뭐가 뭔지 헷갈리게 만드는 표현들도 있다. 처음에는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일본에서 싹쓸이한다는 기사에서 “다이공”이라는 말이 나오고 뒤에 “代工(중국어 발음은 따이꿍)”이라는 한자를 넣더니, 후에는 한국에서 물건을 사가는 중국 보따리상들을 “다이공”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었다. 

중국어로 “代工”은 “대리가공(代理加工)”의 줄임말로서 남이 맡긴 일감을 가공해주는 걸 가리킨다. 보따리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외국에 가서 남이 부탁한 물건들을 사오는 행위는 “따이거우(代购)”라고 하니 “대리구매”의 줄임말이다. “购”와 “工”이 일본어에서는 모두 “코우(こう)”이지만 중국어와 우리말에서는 발음이 다르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다만 “다이공”이란 한자 뜻을 보든지 일본어 발음을 따지든지 모두 통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표현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다는 한글로 요상한 표현을 쓰는 게 웃기지 않는가? 

얼마 전에 모 사이트에서 “혜존”이란 말이 일본어에서 왔고 옛날 조선에서는 다른 뜻이었기에 쓰면 안된다는 주장을 보았다. 한자로 “惠存(혜존)”이 생겨난 건 천년이 훨씬 넘는다. 초기에는 증정용어로 쓰이지는 않다가 언제부터인가 남에게 주는 책 따위에 쓰는 말로 되었다. 그런 변화가 근대의 일본 때문에 일어났느냐에 대해서는 필자가 고증해본 적 없다만, 중국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널리 쓰이고 대학자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증정용어로서의 “혜존”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하여 사용금지해야 된다면, 근대 일본에서 만들어져 퍼진 단어들- 혁명, 간부, 민주 등등도 모두 금지해야 되나? 

“번역이 문제”라는 주제로 글을 여러 편 썼던 필자가 요즘 보다 심각히 느끼는 건 한국 사회 곳곳에 만연한 경박함이다. 특히 명박스러운 경박함을 정치인들이 드러낼 때는 소름까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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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글쎄 18/05/22 [15:04]
중국어는 외래어가 중문으로 한번 바뀌면 오해의 소지가 없어진다. 언어구조 자체가 그렇게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글은 발음문자여서 한글표기를 해도 문제소지가 표기 자체에 내포되어 있다. 1. 한자를 표기할 경우 : 따이궁, 이라고 기사는 표기하던데 工이 어찌해서 궁인가 공으로 발음되지 않는가. 중국을 읽으면 내가 아는 중국어로는 종궈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中을 중이라고 표기하는 신문이 많다. 즉 정확한 발음을 그대로 표기하는게 원칙인 한글표기원칙상 한글은 부정확한 발음을 표기할 가능성을 그 자체로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때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그저 그렇다고 받아들인다 2. 일본어 일본식 한자로 식민지시절 들어온 한자에 대해서 한국 사람이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거부감이 원래 중국어였다가 일본이 차용하고, 한국은 차용하지 않는 한자들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연혁을 따져볼 여력없이 반감을 표출하는 것이다. 왜냐, 원래는 한자였지만, 식민지시절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한국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한자였기 때문이다. 본인도 그러한 일본 한자를 상당히 많은 량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는 중국이다. 밥먹고 산보를 갔는데 중국어로도 산보이고 일본어로도 산보이다. 한국어로는 산책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산보라고 하면 일본어 사용한다고 거부반응을 보인다. 오늘 중국 사람들에게 산보가 중국어와 일본어가 같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한국은 산보라는 말을 일본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한국으로 왔다고해서, 오리지날이 중국이라고 해서 한국의 반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중국시민 기자는 명백히 인식하기 바란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일제 잔재가 해마다 청산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일본식 한자를 당연히 포함한다. 그것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던 아니던 그긋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중국시민 기자와 의견이 많이 다르다. 중국시민 기자의 기사는 중국을 중심에 둔 중원주의 사고방식임을 강력히 고발한다. 수정 삭제
그글쎄 18/05/23 [01:11]
같은 한자어인 中國을 종궈라 하든, 쭝궈라 하든, 듕귁이라 하든 , 쥬우고꾸라 하든 나라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충 소통이 되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 본다. 비록 고유물질명사이지만 김치가 일본에서는 기무치로 불리우는데 그렇다고 일본식 한글이 아니라 종가발음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김치라 못하고 기무치라 발음하고 일본어 역시 기무치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산책이라는 말은 일본어에도 있다. 산책 뿐 아니라, 산보도 있으며 같은 의미로서 소요도 있고 소조로아루끼 등 파생된 동의어도 많다. 굳이 남의 나라말을 혼입해서는 안되겠지만 같은 한자를 공유하는 나라에서 그런 사안으로 시시콜콜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요즘 신문 방송에 혼입된 외국어-외래어가 아님-를 보라. 요즘 남용되는 외국어 가운데 디테일, 핫한 뉴스..팩트 등등....이게 도대체 제 정신들인가? 레시피는 그렇다 치자, 요리사를 굳이 쉐프라고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가? 언어순화와 더불어 지양해야할 사대주의를 버려야 나라와 민족이 올바로 설 수 있다. 벌리다와 벌이다를 구별치 못하고 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곁가지만 보다가 진짜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썩어들어가는 발가락을 놔둔 채 다른 발가락만 긁어대서야 되겠는가. 수정 삭제
선지자 18/05/23 [10:20]
최근 시중을 휩쓰는 이희재교수의 '번역전쟁'을 읽자. 중국시민의 지적처럼, 우리말의 혼란, 말장난으로 국민정신/교육이 얼빠진 상황을 너무도 차분히, 그러나 아프게 보여주는 근래 명작임. 그책보면 미국,영국의 사악함,교활,간사, 악질성을 명확히 보이고있어 경탄함.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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