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1구역 재개발 골목
이철경 시인
기사입력: 2018/06/01 [02:15]  최종편집: ⓒ 자주시보

 

      제1구역 재개발 골목

                                     이철경 시인

 

온기마저 잃은 쪽방 모퉁이에도 목련은 피고 지는데

독거(獨居)의 아랫목은 식은 지 오래

혈기왕성했던 꽃들과 달리,

하나둘씩 생을 놓는 저 거친 삶의 종착지

고독했던 사람은 더 고독해지고

눈물지던 사람 더 큰 슬픔에 흐느끼는

인적 끊긴 봄밤의 절규가 골목마다 아우성이다

   

저 힘없이 고개 떨구던 꽃들은

참회의 눈물로 누군가는 서럽게 울다가

생을 놓는 일이 허다하다

제각기 변명을 바람 앞에 늘어놓으며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만,

처음 버려진 골목을 떠나지 못하는 유기견처럼

목련꽃 난자한 바닥에 깨진 달빛마저 처절하다 

 

 

 

시인 이철경 약력 

2011년 《발견》 시, 2012 《포엠포엠》 평론 등단. 시집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죽은 사회의 시인들』이 있음.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목포문학상〉 수상.   poe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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