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29]정치를 해체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
최한욱 기자
기사입력: 2018/06/01 [17:5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8년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전격 진행되었다.     ©자주시보, 청와대

 

지난 주말 2차 남북정상회담이 전격 진행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언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최소한의 의전과 격식으로 진행된 소박한 회담이었다. 형식면에서만 보자면 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2차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어떤 회담보다 의미심장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우리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독특한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직후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양국의 정상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한미동맹'이 매우 견고한 것처럼 연출했지만 거기에 동맹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암시도 없이 한미정상회담 직후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해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을 (치사하게) 경고도 없이 운전석에서 걷어차 버린 꼴이다. 동맹이 아니라 주종관계라고 해도 이런 짓은 안 한다. 적어도 암시는 준다.(트럼프는 사람이 되려면 매너부터 배워야 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달랐다. 트럼프의 급제동으로 운전석에서 팅겨져 나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에게 답신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2차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트럼프가 운전석에서 걷어찬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다시 운전석에 앉힌 것이다.

 

이를 두고 홍준표씨는 "외교참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의 김정은(국무위원장)이 곤경에 처한 문재인 대통령을 구해준 것이 이번 깜짝 회담이라며 또 입을 대빨 내밀었다. 보수야당 일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당 최고 선대본부장라는 하소연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13지방선거를 겨냥해 정상회담을 제의한 건 아닐 것이다.(선거공작적 관점에서 보면 '여당 최고 선대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612일로 제의한 건 미국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정치적 '곤경'에서 구해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 그랬을까?

 

냉정히 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김계관 부상의 위임장이 발표되자마자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취소했다.(준표씨의 행복한 시간은 12시간도 지속되지 않았다. 불쌍하다) 즉 남북정상회담과 상관없이 북미정상회담은 진행될 상황이었다. 그리고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바로 북미실무접촉이 진행되었다.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실익은 커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을 곤경에서 구해 주기 위한 것 외엔 2차 정상회담의 목적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이른바 '전문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도 믿기 힘든 엉터리 분석을 쏟아놓고 있다. 도무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혹은 정략적) 의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의도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애초부터 정략적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는 비정치적 언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다.

이런 분석을 얼치기 전문가들은 무슨 낭만적 헛소리냐며 코웃음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문해 보자. 정 외에 2차 정상회담 제의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있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문재인 대통령을 운전석에 다시 앉히기 위해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민족끼리정신'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끼리 일 것이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 것이 우리 민족의 인정이고 우리는 이 땅에서 수천년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동포끼리 서로 나누고 돕는 것이 우리네 인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저 '우리(민족)' 정치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는 인정의 정치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타산만을 앞세우는 주판알 정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곤경에서 구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서글프게도,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어쩔 수 없이 취소할 수 밖에 없다'(Sadly, I was forced to cancel the Summit Meeting in Singapore with Kim Jong Un)”고 썼다.

 

'취소한다'가 아니라 '취소할 수 밖에 없다'고 한 것일까?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누가 취소할 수 밖에 없도륵 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한반도 평화와 자신의 이윤이 정반비례하는) 군산복합체로 대표되는 미국의 독점자본일 것이다.(펜스와 볼튼은 이들의 하수인일 뿐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각하'(His Excellency)라는 극존칭을 사용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구원의 전화 혹은 메시지를 요청하는 (이별편지처럼 보이는) 구애편지를 쓴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do not hesitate)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신의없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응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일 북한이 응징을 선택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회와 시간'을 줬다. 현실정치에선 보기드문 지나칠 정도의 배려다.

 

혹자들은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에 북한이 굴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궁지에 몰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단 하루만에 취소를 취소하는 민망한 뒤집기기술을 보여주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정정치가 무조건 퍼주기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겼다. 통크고 대담한 행보로 미국과 일본, 한국의 정상회담 (펜스와 볼튼, 홍아베와 같은) 반대세력들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북한만 성과를 독식한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모두 승자가 됐다. 이것이 인정정치의 힘이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정치'라면 인정정치는 전 세계가 공리, 공존, 공영하는 정치이다. 적까지 포용하는 관용의 정치, 모두가 승리하는 상생의 정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정정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마키아벨리식의 비정한 권력암투와 정치를 동일시한다. 정치는 비정하고 잔인하고 야비한 것이라는 통념이 정치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 인식이다. 마키아벨리는 '속이는 자를 속이는 것은 두 배의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는데 마키아벨리의 세계(혹은 현실세계)에서 정치는 한마디로 속이는 것이었다. 정치의 세계에 ''과 같은 낭만적 단어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언어는 행보다 행간이 더 중요한다. 행은 거짓이고 행간에 희미한 진실의 실마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치적 의도를 해석하는데 익숙할 수밖에 없다. 정치 뿐 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상대방이 의도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한다.(참으로 피곤한 삶이다)

 

토마스 홉스의 이론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고 만인에 의한 만인의 기만이 생활이 되었다. 서로 속고 속이는 것이 자본주의 정치이고 자본주의적 생활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러한 정치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파격에 파격을 더하며 기성의 정치를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 새로운 외교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정정치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결과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성공한다면 세계는 이전 보다 훨씬 더 안전해지고 평평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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