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12] 태국소년, 세월호와 기무사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7/14 [09:57]  최종편집: ⓒ 자주시보

 

태국 소년축구단의 동굴 속 실종과 전원 구조를 여러 날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실종 초기에는 중국과 한국의 관련기사 수량이 엇비슷했고, 중국이 구조전문가를 파견하면서 좀 더 많았다. 그런데 소년들을 발견해서부터 구조하기까지에는 한국의 기사들이 선명히 늘어나났다. 전원 구조 뒤 한국에서는 지금도 후속기사들이 나오는 반면, 중국에서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차이는 두 나라 사람들의 체험에 뿌리를 둔다. 중국인들은 마침 같은 시기에 태국 바다에서 선박전복사고로 수십 명 중국 유람객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게다가 태국 관료와 언론인들이 중국인 탓으로 모는 발언들을 하는 바람에 분노와 유감 등이 겹쳐서 태국소년들의 구조에 크게 감동하지 않았다. 모바일에서는 전원 구조 소식들에 “좋아요”를 누른 수자가 꽤나 많았으나, 한편 태국인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댓글들도 달렸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중국인 사망수자가 늘어나고 실종자들의 상황을 알 수 없었으니 그런 반향도 이해는 된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요즘 큰 사고가 없다나니 태국 소년 축구단에 관심을 모을 수 있었고, 여러 나라의 전문 인력들을 모은 태국식 구조가 자꾸만 세월호 사건과 겹쳐지면서 그때도 구조를 제대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강했으므로 그만큼 반향이 열렬하고 지금도 언론들에 언급되는 모양이다. 

 

태국 소년사건과 세월호가 비교되도록 큰 기여를 한 조직이 한국군의 기무사령부다. 2017년 봄 촛불시위를 두고 위수령, 계엄령 발동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3년 전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설득하는 전략을 짜서 수장을 권장(?)했다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추모활동에서 눈물을 흘리는 감성연기를 보이라고 제의했다던가 따위 기상천외한 내용들이 마침 태국 소년 구조기간에 폭로되면서 뭇사람의 분노를 자아냈으니 말이다. 

 

▲ 박근혜의 거짓눈물[사진출처-방송화면 캡쳐]    

 

박근혜의 세월호 희생자 호명과 눈물은 2014년 당시 필자의 신변에서 약간 화제로 되었었다. 어떤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앞을 똑바로 보면서 그 많은 이름을 일일이 외우더라고 암기력에 감탄했고, 어떤 사람은 박근헤 대통령의 눈물에 감동됐다. 박근혜에 한때 호감을 가졌던 필자는 2012년 대선 전야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말을 대통령 직을 사퇴하겠다고 실수한 뒤 버벅거리는 동영상을 본 다음 그 능력과 진실성을 철저히 의심하게 되었으므로, 2014년에 몇 사람과 쟁론까지 벌렸다. 이름들이야 프롬포트라던가 하는 시설을 이용해 텔레비전 화면에는 나오지 않으나 현장에서는 보이는 자막을 읽으면 되는 거고, 정말 감정이 북받쳐 나오는 눈물이 어디 박근혜처럼 그렇게 눈을 이상하게 오래 뜨면서 만들어지던가, 생리적인 눈물이지 심리와는 상관없어 보인다.

 

박근혜 탄핵은 2016년 말부터 중국에서도 굉장한 화제로 되었고 2017년 3월에는 엄청난 양의 기사들이 실시로 쏟아져 나왔으나, 이번에 드러난 기무사 문건들은 중국에서 별로 보도되지 않았으니 잠깐 언급되는 정도였다. 세월호나 박근혜가 이미 과거형이라는 데도 원인이 있겠으나, 기무사령부라는 이름도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이 시들해나게 하지 않았겠나 짐작해본다. 

기무사령부를 한자로 쓰면 “机务司令部”로서 “지우쓰링뿌”라고 읽는다. 그런데 “지우(机务)”가 현대중국어에서는 “기계나 기관차와 관계되는 일”들을 가리키는바 그 일들에는 사용, 정비, 보양 등이 포함된다. 지우가 들어간 단어로 지우똰(机务段)을 조선에서는 기관차대라고 부르고, 지우위안(机务员)은 우리말로 옮겨진 걸 보지 못했는데, 실제 하는 일을 보면 정비사 쯤 된다. 예를 들어 공군부대를 다룬 보도에서 비행사(중국어로는 飞行员비행원, 한국어로는 조종사)들이 잘 날 수 있은 건 지우위안 혹은 지우런위안(机务人员)들이 비행기를 잘 정비했기 때문이라는 대목들이 나오곤 한다. 한국 공군에서는 지상에서 비행기를 점검, 보수하는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조선(북한) 공군에서는 기술일군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지난 6월에 발표한 통일문화가꿔가기 41편 “북 공군을 다룬 장편소설 《붉은 참매》”(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40108&section=sc55&section2=)에 나오는 장편소설에 리석이라는 인물이 바로 비행기의 정비와 보수를 맡았는데 기술일군으로 소개된다. “机务司令部”로서 “지우쓰링뿌”

기무- “지우(机务)”가 이러하니 중국어로 한국군 “지우쓰링뿌(机务司令部)”가 어쩌고어쩌고 하면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은 본능적으로 기계나 기관차, 비행기 따위의 사용과 정비, 수리를 떠올리게 되니 기사나 보도에 몰입할 수 없다. 그렇다고 기무사가 어떤 기관이라고 번마다 설명을 붙이기도 불편하지 않은가. 덕분에 기무사는 중국에서 악명을 떨칠 염려가 덜어졌다. 

 

본연의 업무범위를 훨씬 벗어났던 기무사의 존폐를 놓고 논란이 치열하다. 한국에서는 정당이나 기관들이 이름을 바꾸고는 전날의 잘못 지어 죄악과 관계가 없어진 듯이 처사하는 경우가 많던데, 기무사 개혁이 개명으로 그치지 말기를 바란다. 또 하나의 기대사항은 기능이야 어떻게 바뀌든지 새로 거듭나거나 새로 생겨나는 기관의 이름은 중국어로도 표기가 근사해서 “지우스링뿌”처럼 헷갈리게 하지 마는 것. 한국군에게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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