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42] 《공작》이 낳은 상상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8/24 [13:0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영화의 힘이 새삼 놀랍다. 흑금성 박채서 씨가 세상에 알려진지 20년이 지났고 숱한 글이 나왔으며 책들에 언급되고 7월 말에는 그를 전문 다룬 책《공작》도 나왔는데도 8월8일 영화《공작》이 개봉되어서야 그런 인물, 그런 대북정보활동을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언론들 또한 영화와 실제와의 같은 점, 다른 점들을 비교하면서 띄워주고 박채서 씨도 신문과 방송의 인터뷰를 부지런히 받는다. 영화가 아니었더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정경이다. 

액션신과 총격전이 없는 영화로서는 제법 잘 나가서 내화, 외화와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는 《공작》이라, 뭐 새로운 흥행기록을 세우지는 못하더라도 영화사에는 남을 자격이 당당하다. 

 

전에도 흥미를 가졌던 흑금성 사건을 요즘 다시 음미하면서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방해했던 안전기획부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살아남기 위해 흑금성을 폭로했다는 건 정설이다. 10여 년 뒤에는 또 안기부의 후신인 국가정보원이 박채서 씨를 이중간첩 협의로 체포했다. 정보기관이 자신의 요원을 그처럼 내버린 건 세계 간첩사에 드문 일이라고 숱한 사람들이 개탄한다.《공작》을 보고나서 대한민국이 참 별로라고 여긴다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폭로 이유는 일단 박채서 씨가 김대중 후보를 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 때문에 안기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까지 다가갔던 요원을 버린다면 어딘가 이상하다. 국가정보원은 본부 청사에 이름 없는 별들을 벽에 새겨서 조용히 죽은 요원들을 기린다는데, 만약 박채서 씨가 북에 갔다가 잡혀서 죽었더라면 별로 새겨질 자격이 당당한 인물이다. 그런데 왜 버렸을까? 

박 씨의 경력이 언론들에 자꾸 소개되면서 거듭 보다나니 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박 씨는 워낙 국군정보사령부에서 장교로 복무하다가 그를 대북 정보원으로 쓰려는 사람들의 뜻에 따라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흐려서 1993년 퇴역한 후 남한의 남북합작광고회사인 아자커뮤니케이션에 전무로 위장 취업했다. 사실은 동시에 안기부 대북 공작원으로 되어 맹활약했는데 1998년에 신원이 드러났다. 안기부 활동경력은 기껏해야 5년, 그 동안 남북교류에서 실적을 올렸고 한국 정보요원으로서는 처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접근했다 한다. 

굴러온 돌이 하도 잘 나가니 오리지널 안기부 맨들로서는 시샘나기 십상이고 1997년부터 안기부 고위층의 뜻과 어긋났다니까 괘씸하게 여기기도 십상이다. 동료애 같은 감정도 진할 리 없으니까 내버리기도 딱 이다. 만약 박 씨가 처음부터 안기부가 키워온 요원이었더라면 그처럼 허망하게 버림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이 중국 공문서 위조 등 황당한 짓거리들을 많이 해왔으나 제 식구 감싸기는 악착스럽다 할 지경이 아니었던가. 조직의 버림을 받은 박 씨가 유난히 국가에 대한 자신의 충성을 강조하는 게 이해된다. 

외부인사였기에 박채서 씨가 쉬이 버림받았다는 건 필자의 추측이지만, 아무튼 국정원을 믿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은 심각하다. 중정부터 안기부, 국정원에 이르기까지 한국 최고 정보기관이 그려준 장미 빛 전망이나 청사진을 믿었다가 골탕을 먹은 사람들이 좀 적은가.

 

국정원 개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한동안 요란스럽게 떠들어지면서 국내 파트의 경찰 이관, 기관 명칭 개변 등이 거론되다가 남북 관계가 완화되면서부터 잠잠해졌다. 특히 서훈 국정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의 공신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원 개혁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간 듯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거들어지지 않았던 국군기무사가 2016년 위수령, 계엄령 문건 때문에 어느덧 해편에 들어간 것과 비기면 국정원은 명이 참 질기다. 

물론 한국인들의 기억력이 나쁘지 않으니까 굵직굵직한 사항들을 마무리한 다음에는 여론에 밀려서라도 국정원이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름을 어떻게 바꾸든지 국내 파트 취소라면 흑금성 같이 북으로 파견하는 요원들이 또 나오느냐 마느냐가 궁금하다. 사실 파견해도 파견하지 않아도 논란거리다. 북을 한국 미수복 영토로 보느냐 아니면 독자적인 국가로 보느냐는 쟁론이 생기니까. 국정원의 후신이 북에 요원을 파견하더라도 흑금성 같이 다른 기관출신이 끼어들었다가 버림받는 일은 없으리라 짐작된다. 요원 쯤 될 사람이면 흑금성의 교훈을 모를 리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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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북한소행 18/08/24 [16:45]
박채서...어떤팟케스트에 나와서 천안함이 북한소행이랍디다...그희생이 마음아팠다나
신뢰란 진실에 바탕을 둬야지...그런자를 신뢰할수있남? 수정 삭제
코웃음 18/08/25 [11:18]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지만, 이 말이 과연 다 통옹될까. 우리는 정보부에 대해서 과연 무엇을 얼마나 알까. 첩자를 부리려면 어떻게 해야흐는지 손자병법 제 13편에 잘 나와있다. 정보부가 이 정도도 모를까. 모르면서 속단으로 씨부리는 일은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보부 출신이 쓴 글이라면 믿겠다. 수정 삭제
고발자 18/08/25 [11:34]
007영화 본사람? 007한명이 모스크바,평양에 들어가 크레물린,주석궁 혼자서 다 깨부수고 죽이고 성공해 런던으로 돌아와 여공작팀장과 악수하며 볼륨좋은 미인과 카페에서 즐긴다. 군시절 정보좀한다고 껍죽대며 안기부공작단에 고용되 그럴싸한 사기(못믿으면 북한가서 알아보라며..)나 쳐 임자없는 돈좀뜯다가 간뎅이커져 김정,황장,장성,김여등 이름대며 정치군인들(부장등 간부)을 농락한 자..허긴 북풍은 노다지라는 우리동네의 생각을 좀 고쳐챠..북을 갖고 논 트럼프보다 몇배쎈 한국의 007 박채서..예라이..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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