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56] 시위 이미지 세탁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10/08 [15:05]  최종편집: ⓒ 자주시보

 

10월 7일 밤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핫뉴스 리스트에 한국 연예인 구하라 씨 관련 시위가 벌어졌다는 글이 떴기에 열어보았다. 워낙 연예인 기사는 별로 흥미 없으나, 시위라기에 호기심이 동했다. 기사 시작부분으로 서울에서 여성단체 시위가 벌어졌음을 안 다음 곧 댓글로 넘어갔다. 깜짝 놀랐다. 찬양 일변도였기 때문이다. 구하라 씨를 지지하고 그녀의 전남친을 욕하는 건 구하라 씨 팬들의 입장을 감안해 이해할 수 있었으나, 구호들을 완전히 지지한다던가, 정말 감동받았다던가, 중국이 아직 멀었다던가 따위 반향은 너무 뜻밖이어서였다. 되돌아가 본문을 다 읽어보니 구호들은 “무서워 마라, 언니가 왔다”, “내 삶은 너의 MV가 아니다”, “남자들은 다 감옥에 가야 한다” 등 내용들이 소개됐다. 같은 부류의 다른 글들을 훑으니 내용과 반향들이 다 어슷비슷했다. 

 

내가 아는 서울 혜화역 여성단체 시위와는 다른데?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떨어져 죽으라고 암시하는 “운지” 따위 피켓으로 숱한 논란을 불러오지 않았던가? 혹시 이번엔 스타일이 바뀌었나? 한글 기사들을 찾아보니, 크게 바뀐 게 없었다. “문재인 아가리 페미”라고 개인을 공격하는 구호가 있었고, “유좆무죄, 무좆유죄”라는 성별로 판결을 해석하는 경향도 여전했다. 그런데 그런 내용이 쏙 빠져서 중국에 전해졌다. 

결과 한국에서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긍정에 못지않게 강한 시위가 중국에서는 아름다운 시위로 포장되었다. 

 

생각되는 바가 많았다. 한국어를 모르는 중국인이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한국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고, 거꾸로 한국인과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론들의 의도적인 왜곡보도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만, 의도적인 누락도 실상을 감추고 여론몰이를 할 수 있음을 체감했다. 1인 미디어 시대에는 어느 팬의 악마편집도 대형언론사 못지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 드라마를 숱해 보면서 한국을 동경하고, 함량미달 보도들을 많이 접하면서 한국사회를 안다고 자부했던 사람들이 한국 유학이나 상주를 통해 정말 몰랐었다고 개탄하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나오는데도, 믿고 싶어 속는 사람들은 여전히 생겨난다. 

 

중국인들만이 아니다. 조선(북한)을 떠난 탈북자들도 북에 있을 때 한국 드라마를 보고 별장에서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 탈북 했는데, 남에 와보니까 그렇게 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더라는 등 개탄을 한다. 한국에 “*포 세대”들은 날마다 그런 드라마를 접할 수 있으나, 자신을 그런 동화의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탈북자들은 남에서 다 그렇게 사는 줄로 여긴 경우가 많았다니, 본인이 순진해서인지 브로커가 그렇게 속였는지? 

 

여기까지 쓰고 나니 문득 지난해 말 인터넷을 달궜던 판문점 총격 탈북사건 주인공 오청성 씨가 생각난다. 그도 한국 드라마를 봤노라고 진술했다는데, 남북 관계가 확 변한 요즘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아무래도 별장 같은데서 거주할 것 같지는 않다. 평생 무료로 먹을 권리를 가진 초코파이는 식품회사가 정기적으로 배달이나 해줄까? 그에 대한 정보는 모두 그의 입에서 나왔는데,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 걸러서 제공했는지는 그 자신이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덕분으로 인적 교류가 꽤나 이뤄진 상황에서, 남이나 북의 어떤 사람들이 오청성 씨를 놓고 한담이라도 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전혀 보도되지 않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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