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 철수, 아베 반대” 오키나와 선거가 남긴 것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18/10/09 [00: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이겼다!” “(미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정부하고 대치하는 어려움은 생각하지 않는다우리들의 민의에 따라 (일본)정부가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10월 1일 오후 5시경류큐신보(琉球新報)발 호외로 스마트폰 화면에 전해진 오키나와현 지사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응 

일본열도 전체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75%의 주일미군기지가 집중된 오키나와(沖繩). 미군과 연관된 흉악범죄가 계속되고 있는 이 땅에서 ‘미군·아베 반대’ 진영이 승리하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8일 오키나와 지역지 류큐신보는 ‘미군속사건의 형 확정 원흉은 기지, 발본(拔本근본원인을 뽑아내는)삭감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군관계범죄의 원흉인 미군기지를 이상적인 방향(在り方아리카타)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은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여기서 이상적인 방향이란 미군기지 철수를 뜻한다. 위 사설은 “애초 기지가 없으면 미군관련 범죄는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최선의 재발방지책은 기지철거”라고 부연했다. 그를 위해 불평등한 주일미군지위협정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오키나와 전역은 지난 2016년 4월, 미 해병대 출신 군속(군무원) 케네스 프랭클린 신자토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로 분노했다. 케네스는 한 여성을 강간, 머리를 가격하고 목 부근을 나이프로 수십 번 난자질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러나 케네스는 재판 내내 묵비권을 행사하며 진술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 배경에는 “미군인 군속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미일지위협정의 구조적 결함”이 핵심이다. 미국 측은 케네스를 ‘간접고용’했다며 보상을 거부했고 미군기지 내 출입수사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설에 따르면 피해여성의 아버지는 “기지가 있기 때문에 (미군범죄가) 일어난다”며 한탄했다. 

“모든 권한을 구사해 (미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겠다.” “신기지 건설의 반대와 후텐마기지의 폐쇄반환을 일본정부와 미국정부에 요구하고 싶다.”

-지난 1일 치러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55.1%의 득표율로 승리해 취임한 타마키 데니(玉城デニー) 신임지사가 지지자들과 기자단을 향해 강조한 말

타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

타마키가 오키나와의 민의(40만 표에 달하는 역대 오키나와 지사선거 최다득표)를 발판으로 지사직에 취임하자 그 파장은 일본 정계를 넘어 미국까지 확산되고 있다.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를 대체할 헤노코(辺野古) 신기지의 조속한 건설을 추진하던 미국과 아베 정권의 공조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군 반대’로 계승된 오키나와 정신 

이번 선거는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반대여론을 무마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판단한 아베 정권과 미국으로선 ‘불의의 일격’이었다. 당초 오키나와현 지사선거는 오는 12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미군기지 설립 반대’를 목소리 높인 오나가 타케시(翁長雄志) 전 지사가 암 투병 끝에 지난 8월 별세하면서 앞당겨졌다. 

류큐신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봄부터 오나가 전 지사의 대항마(미군기지 찬성 후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 신문이 인용한 미 정부관계자는 “오나가 전 지사가 어떻게 움직일지 특별한 관심은 없다”면서도 “(미군기지)대체시설에 반대하지 않는 후보자가 지사전도 이길 것이라고 일본정부는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선거 이전부터 아베 정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오나가의 후계자”를 자처한 타마키가 미군기지 반대 이전을 최우선 공약으로 앞세워 출마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분열되어 있던 야권이 하나로 결집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타마키에게 힘을 더했다. 자민·공명 연립정권이 지지하는 사키마가 후보로 출마하면서 미군기지 찬반진영이 1대1로 맞붙는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이와 관련 토쿄신문은 사키마 후보가 미군기지 찬성에 대한 반발여론을 우려해 쟁점을 숨기고 “어린이 지원 충실정책” 등을 내세운 것이 패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자민당 고위 간부 등 당정 고위관계자가 오키나와에 방문하는 등 이례적 지원을 펼쳤지만, 미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사키마 후보가 무당파를 흡수하지 못해 패배했단 평가다. 

선거가 끝나자 스가 관방장관과 오노데라 이츠노리(小野寺五典) 당시 방위상은 “후텐마 미군기지의 조속한 이전방침에는 변함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론을 예의주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입장은 미묘했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는 정부로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오키나와의 진흥, 그리고 기지 부담 경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자민당 총재 3연임을 확정지은 뒤 장관 등 당정 고위직을 대거 교체하면서 평화헌법 개정에 박차를 내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쟁 가능한 정상국가 일본’구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류큐신보는 미군기지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던 미국이 변화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아베 정권이 전폭 지원한 사키마 아츠시(佐喜眞淳) 전 기노완(宜野湾)시 시장이 8만 표 이상의 큰 표 차로 무릎을 꿇자 미국 내부에서 미일동맹의 약화를 우려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단 것이다.

 

반미·반아베’ 내건 야권연대 위력발휘 

이번 선거를 통해 오키나와는 야권연대의 본격 무대로 떠올랐다. 야권이 단일대오로 뭉치면 아베 정권의 독주에 맞설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다.  

현재 일본의 야권은 입헌민주·국민민주·공산·사민·일본유신회 등으로 사분오열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결과를 계기로, 야권이 내년 예정된 지방선거와 참의원선거에서 뭉친다면 아베 정권이 참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지난 2017년 10월 24일 아베 총리가 “(북한의 핵위협에서) 국난돌파”를 앞세워 직권으로 의회 해산을 할 때 야권이 뭉치지 못하고 흩어져있는 틈을 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아베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당시 각 1명을 뽑는 소선거구에서 자민·공명연립여당이 한 명의 후보를 낸 반면 야권은 대다수의 선거구에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참패했단 분석이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헤노코의 (미군)기지건설은 노(NO)로 명확해졌다”며 “오키나와의 부담경감이나 진흥이라고 하는 추상적인 문제제기가 아니라 미국에 상황을 설명하고 (기지건설) 재검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아베 정권을 겨냥했다. 

이어 “내년 참의원선거에서 후보자를 단일화하면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면서 ”1인구 후보자의 단일화를 가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베정권에 대한 심판”을 주장한 국민민주당은 “헤노코의 신기지 건설과 일미지위협정의 재검토 항목을 정리해 내년 참의원선거 때 야당의 통일정책으로서 호소해 가고 싶다”며 미일동맹의 재조정과 야권연대의 불씨를 동시에 지폈다. 

관련된 미국의 반응도 주목해 볼만 하다. 미 국무부는 오키나와 선거 결과가 나오자 입장을 내고 “타마키 씨의 당선을 축복하며 함께 일을 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정부는 미일동맹과 2국가 간 안전보장에 대한 오키나와의 공헌을 무척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결과에도 오키나와에 쏠린 주일미군정책을 변경할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반면 타마키 지사는 취임기자회견에서 “후텐마비행장의 하루라도 빠른 폐쇄와 반환, 헤노코 신기지건설 저지에 전신전력으로 몰두해 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또 “(후텐마기지를 대체할 신기지 건설 부지인 헤노코 해안 매립을 금지한 오키나와 현의) “철회판단에 따르도록 정부에 요구해 국제사회에도 모든 수단을 통해서 오키나와의 민의를 넓혀가고 싶다”고 역설했다. 

‘미군기지 반대’를 최우선공약으로 선명하게 내건 타마키 데니 지사의 당선은 미군기지가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오키나와의 울분과 무관치 않다. 오키나와 출신 어머니와 미군 출신 해병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타마키는, 아버지가 떠난 뒤 ‘편모가정’에서 성장했고 고등교육도 받지 못했다. 

어쩌면 오키나와 비극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혼혈인 타마키는 방송인과 중의원(하원의원)을 거쳐 ‘오키나와의 민의에 따라’ 고향땅의 지도자로 선택됐다. 아울러 일본정치권의 가장 유력한 반아베·반미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 미일 양 정부를 넘어 국제사회에도 호소를 넓혀가겠다는 그의 전략이 어떤 결실을 거두게 될까. ‘앞으로의 오키나와’가 주목된다.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