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화 가꿔가기 56] 국가의 이상형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10/28 [18:06]  최종편집: ⓒ 자주시보

 

《빛나는 조국》의 내력 

 

9월 남북평양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하고 연설도 한 다음 해석이 많았다. 대집단체조의 원래 제목이 《빛나는 조국》이었는데 김정일 시기에 《아리랑》으로 바꿨다가 이제 와서 원래 이름을 찾았다느니, 《빛나는 조국》이란 조선(북한)의 “제3의 애국가”, “제3의 국가”라느니 등등이었다. 

예전에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이라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은 있었다고 기억되는데 《빛나는 조국》이라는 대집단체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단 노래에 대해서는 좀 아는 바가 있다. “제3의~” 설이 어디에서 나왔고 제3이 있다면 제2가 있겠는데 제2의 애국가, 제3의 국가가 무엇인지는 모른다만, 《빛나는 조국》이란 노래의 내력은 좀 안다. 

광복 직후 남북은 모두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애국가를 썼는데 스코틀랜드 민요 곡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후에 남에서는 안익태 작곡으로 된 애국가를 고착시켰고, 북에서는 새 시대, 새 세상에 맞는 애국가를 새로 지었다. 그에 대해서는 2010년 2월 말에 필자는 “통일문화 만들어가며 11편 “애국가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상세히 다뤘다. 지금 인터넷에서 “자주민보”에 실렸던 글들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예전의 글에서 일부 대목을 그대로 여기에 옮긴다. 

 

“1948년에 남반부에서 국가로 정할 때 특정 종교를 연상할 수 있다고 하여 원래 나오던 《하나님》을 하늘을 의미하는 《하느님》으로 바꾸었던 것을 생각하면 북반부의 불교도나 무신론자들이 《하나님》을 부르기 어디 쉬웠겠는가? 

결과 북조선 인민위원회 김일성 위원장의 제의로 《애국가》를 새로 짓기로 했다 한다. 《김일성 저작집》 2권에는 1946년 9월 27일에 작가들과 한 담화 《애국가와 인민군행진곡을 창작할데 대하여》가 실렸다. 이런 대목들이 있다. 

《지금 인민들은 해방된 조국땅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된 기쁨과 감격을 목청껏 노래하고싶어하며 애국가를 요구하고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당의 령도밑에 새생활을 창조하기 시작한 우리 인민의 마땅한 요구입니다.

그런데 인민들의 이처림 절절한 심정과 요구를 충족시켜줄 애국가가 아직 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인민들은 옛날에 부르던 낡은 노래를 그냥 부르고있습니다. 이 노래는 가사내용이 우리 인민의 감정에 맞지 않을뿐아니라 보수적이며 곡도 남의 나라것을 따다 만든것인태 그 곡 자체가 시원치 않습니다. 이 노래를 가지고는 새 민주조국 건설에 일떠선 우리 인민을 애국주의사상으로 교양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애국가를 창작하여야 하겠습니다. 애국가창작에는 모든 작가들과 작곡가들이 참가하여야 하며 작가나 작곡가가 아니라도 창작하고싶은 사람은 누구나 다 참가하도록 하여야 할것입니다.

… 

이렇게 아름다운 조국과 슬기로운 투쟁전통을 가진 조선인민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노래에 담아야 합니다. 인민들이 이런 노래를 부르면 자기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더욱 솟아날것입니다. 인민들에게 하루빨리 이런 내용을 담아 애국가를 만들어주어야 하겠습니다. 나라의 주인이 된 우리 인민에게 당당한 우리 조국의 노래, 국가를 주어야 할것입니다.

애국가는 새 조국 창건에 일떠선 우리 인민들을 우리 당과 인민정권의 두리에 단결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할것이며 그들을 보다 큰 투쟁과 승리에로 불러일으킬것입니다.》 

1947년에 2수가 최종심사에 들어갔고 조선의 자료에 의하면 김일성 위원장은 세 가지를 결정했다 한다. 

하나는 2수 가운데서 하나를 고르고 다른 하나도 노래가 좋으니 제목만 바꾸어 공개하라는 것. 

하나는 선정된 《애국가》에서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부터 마지막까지 한 번 더 부르라는 것. 

하나는 남북 현황에서 공개하면 남에서 북이 분열을 한다고 할 수 있니 공개를 뒤로 미루라는 것. 결국 1948년 9월에 정부수립과 더불어 정식 공개되었다. 

현재 자료들에 근거해 분석해보면 낙선된 작품은 박세영(1902. 7. 7 ~ 1989. 2. 28) 작사, 리면상(1908. 4. 8 ~ 1989. 6. 25) 작곡으로 된 《빛나는 조국》이다. 

 

빛나는 조국 

 

1. 반만년 오랜 력사 문화도 빛나고 

 수령님 혁명정신 하늘땅에 넘친다 

 창조와 로력으로 피끓는 인민들아 

 찬란한 인민조국 길이길이 받드세 

 조선아 조선아 영원무궁 만만세. 

 

2. 삼천리 금수강산 자원도 넘치고 

 건설로 붙타는 뜻 온 세상에 떨친다 

 자유와 행복으로 나래편 인민들아 

 부강한 민주조선 길이길이 빛내세 

 조선아 조선아 영원무궁 만만세 

 

여기서 두 번째 줄의 《수령님 혁명정신》은 뒷날 고쳐졌으리라고 보인다. 당선된 작품의 작사자는 역시 박세영이고 작곡자는 김원균(1917. 1. 2 ~ 2002. 4. 5)이다. 

 

애국가

 

1.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

 반만년 오랜 력사에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

 슬기론 인민의 이 영광

 몸과 맘 다 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찬란한 문화로 자라난

 슬기론 인민의 이 영광

 몸과 맘 다 바쳐 이 조선

 길이 받드세

 

2. 백두산기상을 다 안고

 근로의 정신은 깃들어

 진리로 뭉쳐 진 억센 뜻

 온 세계 앞서 나가리

 솟는 힘 노도도 내밀어

 인민의 뜻으로 선 나라

 한없이 부강하는 이 조선

 길이 빛내세

 

 솟는 힘 노도도 내밀어

 인민의 뜻으로 선나라

 한없이 부강하는 이 조선

 길이 빛내세”

 

▲ 《애국가》 악보     © 자주시보,중국시민

 

▲ 《빛나는 조국》 악보     © 자주시보,중국시민

 

“여기서 두 번째 줄의 《수령님 혁명정신》은 뒷날 고쳐졌으리라고 보인다.”고 썼는데, 알고 보니 1950년대 전쟁 뒤에는 가사가 다른 판본도 나왔었다. 

 

“1. 자유를 지켜 싸운 불굴의 기세로 

삼천리 아름다운 이 강토는 떨친다 

반만년 오랜 력사 문화도 찬란하니 

들끓는 새 생활로 인류 락원 꾸미세 

빛나는 내 조국 영웅 조선 만만세 

 

2. 천리마 달려가듯 장엄한 건설로 

찬란한 사회주의 노력으로 꽃핀다 

산과 들 바다에도 자원은 넘쳐나니 

부강한 인민 조국 목숨으로 받드세 

빛나는 내 조국 영웅 조선 만만세”

 

천리마 시대의 시작점에서 전쟁의 추억과 건설의 현실감이 두드러지는 가사이다. 후에 어떠어떻게 되어 아마 1970년대 경에 “수령님”이 등장하는 판본이 정해졌다고 보인다. 최초의 판본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빛나는 조국》 가사의 변화는 작사자와 조선사람들의 조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위대한 나라》가 아닌 《위대한 내 나라》

 

9월 말 한국 모 언론사가 “시간 끌 이유 없다" 사회주의 강소국 꿈꾸는 김정은의 생각”이라는 글을 실었기에 흥미롭게 읽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강소국”이라는 표현에 낚인 것이다. 나름 품을 들여 자료를 모으고 분석도 했는데 마무리 부분에 이르러 “이런!” 하고 아쉬운 소리를 내게 되었다. 

 

“최근 북이 공개한 노래 중 <위대한 나라>라는 노래가 있다. 땅이 넓어, 인구가 많아 북이 ‘큰 나라’가 아니라 백두장군을 모시고, 일심단결 위력으로 빛나는 나라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체제 안전을 바탕으로 자기식의 사회주의 경제건설, 강소(强小)국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강소국”이라는 표현이 김정은 위원장과 조선 사람들의 생각과 맞을 수는 있겠다만, 논거로 되는 노래는 제목부터 틀렸고 공개 시기도 최근이 아니다. 그런 내용이 담긴 노래는 《위대한 내 나라》이다. 

 

▲ 《위대한 내 나라》 악보     © 자주시보,중국시민

 

“1. 내 나라는 땅이 넓어 큰 나라더냐 

 주체의 태양 빛나 위대한 나라 

 이 땅은 삼천리라 끝이 있어도 

 내 조국은 넓이로 잴수 없어라 

 백두장군 높이 모셔 위대한 내 나라 

 

2. 내 나라는 인구 많아 큰 나라더냐 

 일심단결 위력으로 빛나는 나라 

 김일성민족의 자존심높이 

 통일의 강성대국 위엄 떨치리 

 백두장군 높이 모셔 위대한 내 나라 

 

3. 내 나라는 사회주의 불패의 강국 

 총대로 무적필승 떨치는 나라 

 주체의 붉은기로 누리를 덮을 

 내 조국은 영원한 태양의 나라 

 백두장군 높이 모셔 위대한 내 나라 

 

보다시피 가사에서도 “위대한 내 나라”가 나오지 “위대한 나라”는 없다. “위대한 나라”라는 주장은 한국 기자의 시각과 청각을 모두 의심케 만든다. 

그리고 ”이 노래는 언제 나왔는가? 최근이 아니다. 필자가 들은 지도 여러 해 잘 되었다. 자료들을 두루 찾아보니 2013년에 문학예술출판사가 펴낸 노래해설집 《빛나는 조국》에서는 1998년에 창작되었다고 소개했다. 

 

▲ 노래해설집 《빛나는 조국》     © 자주시보,중국시민

 

▲ 214~ 215쪽의 《위대한 내 나라》 악보와 해설     © 자주시보,중국시민

 

그러니까 자그마치 20년 역사를 가진 노래를 한국 언론은 “최근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늘 생각하는 바이지만, 한국 언론사들은 북 관련 글을 발표하기 전에 그 많다는 탈북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좋겠다. 노래 제목과 발표 시기를 헛짚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기사와 주장에 신빙성이 실리지 않겠는가. 

 

국가의 이상형 

 

“이상형”이라는 말은 한국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처음 들었다. 괜찮은 표현이다. 남녀 사이에 이상형이 있다면 국가도 이상형이 있다. 어떤 나라가 부럽고 자기 나라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겠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북에서는 백범 김구가 꿈꾸던 국가의 이미지가 비교적 널리 알려졌고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데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북에서는 국가에 대해 여러 가지 표현을 써왔는데 “강소국”이라는 말은 쓴 적 없고 이후에도 쓸 가능성이 희박하나, 실제로는 북 사람들의 이상형에 비교적 근사해 보인다. 특히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고 결정한 이후 북의 움직임은 인민들이 제 땅에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역사 발명가”들이나 지도그 리기로 영토를 확장하는 “애국자”들에게는 북의 처사가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현명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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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18/10/29 [23:01]
나라가 두개이니 국가도 두개. 국가(노래)를 하나로 통일하는 데 또 무슨 논의과정을 거치며 또 무슨 일들이 벌어질지.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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