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70] 지록위마의 사슴은...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11/19 [10:36]  최종편집: ⓒ 자주시보

 

한국에서는 사자성어를 한 글자씩 뜯어서 가르치고 배우고 익히다나니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철수개화(鐵樹開花톄쑤카이화)”라는 말을 쇠(鐵)로 만들어진 나무(樹)에 꽃(花)이 핀다(開)고 해석하는 식이다. 사실 여기에서 “철수(鐵樹)”란 소철(蘇鐵)나무이니 교목의 일종이 쇠로 만든 나무에는 꽃이 핀다는 건 불가능하나 소철나무에는 드물지만 꽃이 피기는 한다. 

 

사자성어 중 이야기가 있는 것들은 한국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쓰이는 편이다. 저번에 제주도 감귤이 북으로 간 다음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성어를 쓰면서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로 된다는데 제주도 감귤이 이제 어떤 탱자로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취지로 비난했다. 전국시대 이야기에서 나온 이 성어가 원래는 회수(淮水, 지금의 화이허淮河회하)를 경계로 남북에서의 변화를 가리켰고 회수는 강남, 강북을 가르는 제일 오랜 기준인 장강(長江, 양즈강)의 북쪽에 있다. 단 회남, 회북이라는 말은 한국인들이 잘 모를 테니 강남, 강북이라고 풀어써도 틀리지는 않는다. 한국의 책에서 귤화위지를 강남강북으로 가르지 않았다면, 나 의원이 한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잘 고쳐 썼다고 봐야겠다. 

 

지난 토요일 경찰이 논란이 많았던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경기도 지사 부인이라는 결론을 내놓아 세상이 시끌벅적하니, 이 지사는 지록위마 즉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고 반박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는 2천 여년 전 진(秦)나라의 권력자 조고(趙高)가 사슴을 조정에 끌어다가 말이라면서 황제와 대신들에게 보여줬는데, 정직하게 사슴이라고 대답한 대신들은 모두 엄벌을 받고 황제도 겁을 먹어 조고의 권세가 굳어졌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 이 이야기에 곁들어지는 그림에서는 대체로 멋진 뿔이 달린 사슴을 사람들이 본다고 그려졌다. 그런데 학자들의 설명에 의하면 당년에 조고가 이용한 사슴은 그런 꽃사슴이 아니라 진짜로 말과 비슷한 사슴이었다 한다. 그런 사슴은 뿔이 떨어지면 말과 신통히도 같아 가려보기 어려웠고 그래서 이름을 마록(馬鹿)이라고 했는데, 뒷날 멸종되었다 한다. 지금 마록- 현대중국어로는 “마루”라고 발음하는 사슴이 있기는 하지만 옛날 사슴과는 다르단다. 백두산 일대에서 활동하는 마루를 우리말로는 “말사슴”이라 부른다. 한편 일본어에서는 바보를 “바가야로(ばか馬鹿)라고 부르는데, 한자는 같지만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말과 전혀 다른 짐승이 아니라 당년에 존재했던 말과 아주 비슷했던 특별한 사슴을 말이라고 우겼기에 조고의 행동은 기만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띌 수 있었다. “혜경궁 김씨”도 이름과 활동에서 이 지사 부인과 비슷한 점들이 지적되어왔으므로 이번 경찰의 주장에도 제법 힘이 실린다. 물론 반대근거도 적잖기에 변호사 측은 혜경궁 김씨와 이 지사가 서로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는 등 부부로서는 불가능한 대화를 내세워 경찰 주장을 반박한다. 

 

역사상 지록위마의 뒷이야기는 조고가 권력을 틀어쥐고 황제마저 죽이고 바꿨다가 뒤이어 자기도 죽고 진나라가 망했다는 것으로 끝난다. 이번의 “지록위마”건이 그처럼 거창할 리는 없으나, 대권 유력후보로 꼽혀온 이재명 지사의 일이므로 파장은 클 것 같다. 법정 공방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법석 떠드는 현상이 비정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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