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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이창기 “할 수 없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

편집국 | 기사입력 2018/11/25 [19:35]

내가 기억하는 이창기 “할 수 없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

편집국 | 입력 : 2018/11/25 [19:35]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동지들의 글이 장례기간 내내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이에 <자주시보>는 이창기 기자를 기억하시는 분들의 글을 매일 독자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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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기 기자. [사진출처-백운종 페이스북]     ©자주시보

 

창기형을 알게 된 건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홍치산의 '바보과대표'를 통해서였다. 우리 운동은 이래야 한다는 생활지침서와 같은 교훈적이면서도 맛깔스런 시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를 읽고 이렇게 살아야지 다짐했던 날들이 여러 번이었다. 모든 자료집의 앞쪽에 시는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이던 시절 가장 많은 빈도로 들어간 작품이기도 했다.

 

창기형을 직접 만난 건, 대학을 나와 시작했던 민권공대위 활동 중 새로운 언론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다. 내 나이27, 형이 32살이었을 때였다.

지금 되돌아보면 큰 목표에 비해 경험은 일천했고 가진 건 없어, 풍찬노숙은 불 보듯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 고민은 익어가지만 재정이 없어 정체되어 있을 때, 형이 나타났다. “재정은 내가 전적으로 책임질테니 동지들은 자주민보를 만드는 것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게 자주민보가 창간되었다.

 

형과는 3년을 몸 부딪치며 치열했던 삶을 함께했다.

난 그렇게 가슴 뜨거우며 굽힐 줄 모르는 신념을 가진 사람을 보지 못했다. 양끝에 불을 붙인 양초같이 불태웠다.

 

이미 그때에도 만성간염을 앓고 있어, , 담배와 과로는 형에게 치명적이었다.

동료들은 걱정했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글이 써지지 않는다며 폈고, 나도 같이 폈다. 나와 논쟁하며 더 많이 폈다. 술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학생들이 따라주는 술을 어찌 마시지 않을 수 있냐며 마셨고, 원로 선생님이 따라주는 술을 마셨다. 동지들이 따라주는 술도 마셨다. 우린 말리곤 했지만 분위기에 마셨다. 술을 못 먹는 난 따라 주지 않았다.

 

형은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했고, 매우 바빴다. 일도 많이 했다. 기사를 쓰고, 시를 짓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항상 잠이 부족했다. 자주민보도 식구들은 형의 장거리 운전을 몹시 긴장하며 탔다. 운전하며 졸기 일쑤였고, 눈을 뜨고 졸음운전을 했다. 그러며 괜찮다 하니 불안할 수밖에. 졸음운전으로 사고도 났다.

 

형은 공대 출신 엔지니어에게 기사쓰길 종용했고, 영업담당, 디자이너에게도 글쓰길 강요했다. '하면 된다'는 형의 신조다. '할수 없다'라는 말은 모른다.

양쪽을 태우며 빛내는 양초 앞에서, 우린 너무 밝다고 뜨겁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참 터무니 없어보이던 낙관주의,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고집스런 신념.

그런 삶을 사는 형의 진정성을 알지만 함께 하지 못했다.

 

언젠가 형이 나에게 이렇게 뭐라 한 사람은 니가 처음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나와는 다른 유형의 사람이었다. 상황을 따지고 현실을 얘기하며 원칙을 내세우던 나와는 줄곧 부딪히곤 했다.

결국 이견을 굽히지 못하고 우린 헤졌다. 형과 네가 조금만, 한발짝이라도 떨어져 만났다면 좋은 관계로 남지 않았을까. 좋은 얘기들도 좀 할 걸.

 

지난 일요일 오후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 몇시간을 못 기다리고 떠나다니 마지막까지 급한 성격은 버리지 못했구나.

 

함께 일한 3, 알고 지내온 20.

사진을 찍던 사람으로 그 긴 시간동안 형 사진을 제대로 찍어 논게 없어 무엇보다 후회로 남는다.

 

창기형!

내가 아는 가장 가슴 뜨거운 기자, 열정적이며 순수한 돈키호테와 같았던 형을 기억할 게.

치열했던 삶을 살았던 그 시절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 사랑합니다.

 

(백운종 사진작가/ 전 자주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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