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이창기 기자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동지들의 글이 장례기간 내내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이에 <자주시보>는 이창기 기자를 기억하시는 분들의 글을 매일 독자분들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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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집을 만들면 앞에 시를 싣는 게 당연시 되는 시절이 있었다. 그때 접하게 된 ‘바보과대표’를 보고 너무 좋아서 이걸 쓴 시인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작품은 없는지 한참이나 궁금했더랬다. 시집을 읽어봤더니 풍물패 출신이라 해서 더 호감이 갔다. 나중에 홍치산이 이창기 선배라는 걸 알고, 또 자주민보의 열혈독자가 되면서 이창기 선배에 대한 팬(!)심이 생겼다.
처음 뵙게 되었을 때도 드디어 실물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었다. 선배는 캐릭터가 확고한 사람이었다. 기개 있고 강골한 겉모습과 달리 춤을 출 때는 춤사위가 참 고왔으며, 박선애 선생님 장례식장에서 대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전해주기위해 이야기하다가 울컥하는 뜨거운 사람이었다. 형수님 이야기 할 때는 애처가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이창기 선배가 참 좋았다.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으로 뜨거운 사람. 동지애가 철철 흘러넘치는 사람. 가끔은 푼수끼가 넘쳐서 소탈한 사람. 한결같이 일생을 충실한 통일전사로 산 사람.
바보과대표도 여러 번 읽었지만, 자주민보에서 올라온 이 시에 담긴 기개가 너무 맘에 들어 노트앱에 적어놓고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어젯밤 불현듯 떠올라 다시 읽었는데 오늘 아침에 형이 영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이 멀지 않았는데, 정말 통일조국이 멀지 않았는데 왜 벌써 떠나시는지 병문안 한번 가지 못한 게 참으로 원통하다. 하루 종일 허망한 마음을 가실 수가 없다.
시에 담긴 기개처럼 일생을 충직한 통일전사로 산 이창기 선배. 남은 과업은 저희 대학생들이 이어 나갈께요. 영면하세요.
*** 벼랑을 타고 넘는 바람처럼 - 이창기
끓는 피 주체못하던 스무살 그날의 맹세 생생한데 어느덧 불혹도 중반
여전히 조국은 분단으로 전운 짙어가고 벗들은 오늘도 캠프캐럴 미군기지 앞에서 고엽제 오랑캐 몰아내려 온 몸을 던지고 월 3만원 상근비 10만원으로 올랐다고 환한 미소 지으며 8.15대회 성사 위해 바쁘게 뛰던 부산지역 후배들
얼마나 더 싸워야 이 싸움 끝날까. 언제쯤 가족들 걱정 덜고 그 언제면 고운님 통일조국 품에 온 몸 안길 수 있을까.
허나, 어찌 쉽게 끝나랴 양키오랑캐와의 싸움은 세계 최강 제국과의 싸움 이 싸움의 끝은 영원한 자주의 새 역사 열리는 싸움 지긋지긋한 사대매국 오욕사 영영 쓸어버리는 싸움 하여 내가 싸우다 쓰러지면 내 딸이 이어 싸워 기어이 끝을 봐야 할 싸움
조급하지 않으련다.
오랑캐들 여전히 조국을 유린하는데 만백성의 통곡소리 산천에 진동하는데 남아 장부 뽑은 장검 어찌 칼집에 넣으랴!
300만 오랑캐 쫒아가며 모조리 쓸어버린 고구려 전사의 피 이내 심장 맥박치는데 십여척 쪽배로 400여척 왜놈 함대 모조리 수장시킨 명랑해전 선조들 기상 핏줄 속에서 꿈틀대는데 어찌 칼을 여기서 거둘 수 있으랴 물질적 여유와 안락에 젖으랴
심호흡 다시 마음 가다듬고 칼자루 다시 틀어쥐고
거연한 벼랑 사뿐 타고 넘는 바람처럼 마음 가벼이 천길 벼랑 내리 꽂히는 폭포처럼 주저 없이
다시 던지자 온몸을
심장에 고동치는 5천년의 원한 아직은 풀지 못했다. 외세 강점 그 울분의 피 조금도 달랜 것이 없다.
차라리 산산히 부서지는 폭포수가 될지라도 여한 없이 던지리라 온몸으로 춤을 추리라 칼춤을 추리라. 바람처럼
폭포처럼!
(이상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교육국장)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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