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582] 신의주가 중국 다칭유전의 석유맥과 이어졌다고?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1/07 [13: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정보전달의 주요무대가 신문이던 시기에는 진실폭로를 맡은 게 삐라와 대자보, 소책자 등 비합법선전물이었다. 영상시대가 도래하면서 주 무대가 TV방송으로 변한 뒤에는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진 방송프로에서 사건이 다뤄지느냐에 따라 진위공방이 결판났다. 인터넷과 촬영방송수단이 발달하여 1인 미디어시대가 시작되니 이제는 주요무대가 유튜브 따위 플랫폼으로 옮겨간다는 느낌을 준다. 누구든지 제 생각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그 누구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공개할 수 있으니 편리한 한편 가짜뉴스가 범람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물론 인물의 지명도와 사건의 성격 및 규모에 따라 전파규모, 전파범위가 정해지는 만큼 무명소졸이 아무리 애를 써도 유튜브 스타로 되지 못하는 건 물론, 유명정객, 유명정당들이라도 인터넷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하는 현상도 존재한다. 

 

다매체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종이매체들의 생존은 난제로 나선다. 중국에서 한때 쟁쟁하던 신문사들이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수십 년 전에 이뤄진 신문사 구도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형언론사들은 전날 갈고 닦은 취재능력과 인맥에 힘입어 TV방송도 개설했는바, 방송프로는 지면보도내용을 다뤄주고, 신문은 방송내용을 전하여 두 벌 장사도 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간다. 

 

1인 미디어와 달리 대형언론사들은 편집부가 있으니 기자가 기사를 쓰면 편집이 다듬고 윗사람이 허가하여 발표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가짜뉴스, 엉터리 뉴스가 적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특히 북 관련보도들은 “오늘 특종, 내일 오보”라는 오명을 아직도 벗지 못했다. 

오보까지는 아니더라도 함량미달 내용들이 너무 많다. 좀 지나간 일이기는 하지만, 지난 해 11월 모 신문사는 조선(북한)이 중국 장비와 기술자들을 동원해 압록강 위화도에서 은밀히 석유를 탐사하는바, 비밀리에 진행되기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의 11월 14일 보도를 전했다. 한국의 대북보도들은 이처럼 외국 언론기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오보로 판명되더라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 때문일까? 

RFA는 조선 신의주시와 압록강을 사이둔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대북 소식통들의 입을 빌어 소문을 전했는데, 필자를 빵 터지게 만든 대목이 있었다. 

 

“단둥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 용천군이나 신도군(황금평) 등에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은 꽤 오래 된 일”이라며 “그때마다 중국의 기술자들이 동원돼 법석을 떨었으나 석유가 나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 매장 여부를 여러 번 조사했으나 한 번도 채굴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기술자들이 석유 매장 여부를 정직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소문만 무성했다”며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유전의 석유 맥이 신의주 지역과 연결돼 있어 신의주 유전만 개발되면 다칭유전의 석유가 빨리 고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이룽장성 다칭은 랴오닝성 단둥과 거리가 1천 킬로미터를 넘긴다. 유전들은 헤이룽장성보다 훨씬 가까운 지린성에도 있고 또 랴오닝성 현지에도 있다. 랴오닝의 어느 유전을 거들더라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인데, 1천 킬로미터 밖 유전의 석유를 빨리 고갈시킨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다칭유전이 신의주와 관계가 있기는 하다. 수십 년 전부터 중국의 첫 대형유전인 다칭유전의 석유가 랴오닝으로 운반되어 관을 통해 압록강을 건너 조선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칭유전은 50여년 채굴을 거쳐 고봉기를 지난지 오래기에 빨리 고갈 따위 주장은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대북 소식통”들이 기자가 만들어낸 가공인물이 아니라 실존인물이라면 주위에서 들은 풍월은 좀 있으나 지식이 전혀 없고, 그런 헛소리를 그대로 전달한 RFA와 한국 신문사도 무식함을 드러냈다. 

하긴 70여 년 전에도 비슷한 무식함을 드러낸 사람들이 있었다. 중국 서부의 신쟝(新疆)이 군벌 성스차이(盛世才성세재)의 통치하에 있던 1942년 7월 유명 실업가로서 그 전해에 간수성(甘肃省)에서 중국의 첫 석유기지인 위먼(玉门)유전을 개발한 순웨치(孙越崎손월기1893~ 1995)가 신장을 방문하였다가 현지의 우수(乌苏)유전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워낙 성스차이가 여러 해 친소련 정책을 펴면서 우수유전은 소련인들이 담당했는데 1941년 여름부터 소련이 독일과의 힘겨운 전쟁을 치르니 성스차이가 소련이 지리라 짐작하고 반소반공으로 전향했다. 소련인들은 철수했고 현지에는 전문가가 부족했으므로 순웨치에게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초청에 의해 성정부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게 된 순웨치는 성스차이 부하들 사이에서 퍼지던 의혹을 해명했다. 의심이 많기로 소문난 성스차이는 늘 남의 동기를 의심했는데, 그 부하들도 곧잘 남을 의심했다. 하여 우수유전에서 석유가 많이 나오지 않는 건 소련인들이 일부러 한 짓으로서 우수에서 석유을 많이 퍼내면 소련의 바쿠 유전 생산량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논리가 존속하면 이후에 우수유전의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순웨치가 위먼유전 때문에 우수유전을 일부러 키우지 않는다는 설이 나오기 십상이고 성스차이가 그 설을 믿으면 순웨치와 동료들의 목숨까지 위험하다. 하여 순웨치는 받은 제의를 직원들 앞에서 밝히고 이후에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한 다음, 낭설을 겨냥했다. 

여자의 몸에는 가슴이 2개 있다. 아기는 젖을 먹을 때 한 쪽 젖을 빨아서 더 먹을 게 없으면 다른 젖으로 바꿔야 한다. 인체의 젖들은 그토록 가까이 있으나 젖은 서로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거리가 아주 먼 두 유전이 서로 이어져서 생산량에 영향을 줄 수 없을 뿐더러 한 유전에서라도 유정을 아주 많이 뚫어야 하니 이는 아기가 엄마 젖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비유에 직원들은 모두 크게 웃었다. 순웨치는 우수, 바쿠, 위먼 유전들을 거들지 않았으나, 전하고 싶은 정보들은 충분히 전했고, 이후에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예방했다. 

 

그러면 소련의 바쿠 유전은 어디에 있었던가? 바쿠는 아르베바이쟌 공화국의 수도로서 당년에 소련에서 가장 유명한 유전이었고 히틀러 독일이 깝카즈를 공격하면서 점령하려던 중요목표였으나 실패한 바이다. 바쿠가 현재는 독립한 아르베바이쟌 공화국의 수도이니, 신쟝에서 2천 밀로미터 이상 떨어졌다. 신장 군벌들의 상상력이 놀랍지 아니한가! 

유정을 정확히 골라서 파느냐에 따라 유전개발성공이 정해지고 개발비용이 큰 차이를 이루는 건 유전상식으로서 무수한 유전개발신화와 실패담들이 증명한다. 인터넷 시대에는 잠깐 검색해 봐도 석유 맥이 이어졌다는 게 헛소리임을 알 수 있다. 

 

누군가 흠을 잡을 획득이 어려웠던 시대에는 낭설의 산생과 전파가 그나마 이해되나,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공유되는 시대에 그따위 설을 퍼뜨리는 게 한심하지 않은가? 무식해서일까? 게을러서일까? 악의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일까? 아무튼 필자의 머리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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