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두 미군기지 앞에서 열린 이색 돌잔치
이대진 통신원
기사입력: 2019/02/25 [16:14]  최종편집: ⓒ 자주시보

 

23일 오후 부산항 8부두 미군기지 앞에서는 이색 돌잔치가 열렸다. 8부두 세균실험실 폐쇄를 위한 주민모임에서 매주 진행해 온 <주민방송>1년을 맞아 돌잔치 형태를 빌어 특집방송으로 진행된 것이다

 

▲ 주민방송 첫돌을 알리는 웹 홍보물     © 이대진 통신원

 

지금은 언론의 관심조차 뜸해졌지만, 부산항 8부두(미군전용부두)는 미군의 생화학전 수행프로그램인 주피터(합동주한미군포털 및 통합위협인식. JUPITR)에 따른 세균실험실이 2017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2016년 살아있는 탄저균이 민간 택배회사를 통해 한국으로 배송되어 국민들을 경악에 빠트렸던 탄저균 택배사건, 바로 그 실험 시설이 슬그머니 부산항 8부두에 들어와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다. 

 

부산항 대교 바로 밑에 위치한 부산항 8부두는 부산항의 여러 민간부두와 철도, 물류시설들과 인접할 뿐만 아니라, 인근에 아파트 단지와 학교들이 들어서 있어 만약의 사고 발생 시에 걷잡을 수 없이 오염과 피해가 확장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군은 이러한 도심 한가운데 위험천만한 세균실험시설을 설치, 운용하면서 어떤 주민동의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적 없고, 기초적인 안전성 평가도 없었으며, 심지어 우리 국방부나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련 행정기관 어디에도 최소한의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한 언론 기자의 탐사보도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국방부와 정부기관들은 어쩔 수 없다’, ‘실험장비가 들어온 건 맞지만 실험은 하지 않는다.’, ‘사고가 생긴다면 빨리 파악하도록 보건당국과 협조 하겠다같은 어처구니없는 답변만 늘어놓을 뿐 누구도 이를 알리고 주민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직접 목소리를 내고자 <8부두 세균실험실 폐쇄를 위한 주민모임>을 꾸리고 세균실험실 폐쇄를 위한 주민투표, 미 대사관 항의 집회, 항의서한 전달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고 그 중 하나인 <주민방송>1년을 맞게 된 것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진행자들이 1주년을 맞는 주민방송에 보내준 주민들과 단체들의 축하와 격려 인사들을 소개했고, 출연자들과 대학생들의 축하공연, 바이올린 연주와 시 낭송, 엄마모임에서 준비한 돌떡과 후원받은 케이크 절단식, 실험실 폐쇄와 미군철수의 의미를 담은 돌잡이까지 한바탕 활기찬 잔치처럼 진행된 특집방송이었지만, 이를 훼방이라도 하듯 미군 헬기들이 수시로 떠다니며 소음을 일으켰고, 그럴수록 참가자들이 외치는 “US troops, Out of Korea” 구호는 더 힘차게 울려 퍼졌다.

 

북미정상회담을 훼방하기 위해 인근 백운포에 입항한 미 7함대 지휘함 블루릿지함 때문인지 방송 내내 시끄럽게 날던 미군 헬기들은, 대화를 앞두고도 한반도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며 순순히 한반도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저들의 속셈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만 같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더 기세높이, 더 활기차게 방송을 진행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속에서 미군 헬기의 굉음은 철수를 앞둔 패잔병들의 애처로운 소리처럼 들릴 뿐이었다.

 

기사를 읽는 독자들께 부탁드린다. 매주 금요일 페이스북 라이브로 방송되는 이들의 작지만 당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함께 연대해 주시라.

 

페이스북 검색 8부두

 

페이스북 페이지 https://facebook.com/8budoo

 

아래에 부산시민 서원희 님이 주민방송 1주년 특집방송에 보내준 자작시와 현장 사진을 함께 올린다.

 

<> 감만동에서

 

- 서원희 -

 

 

 

손바닥보다 작은 방송화면을 통하는 건

친절하지 않은 8부두의 바닷바람만은 아니다

선량한 주민 몇

아이들의 엄마나 아빠거나 혹은

그 아이들을 이뻐 마지않는 삼촌 같은

그들의 두터운 양심도 있다

 

초소형 마이크를 끼고

매주 같은 시간, 자리

마을 깊숙한 곳, 마을 끝나는 곳에

벽처럼 들어선 미군기지 앞에

단촐히 모여서

별 일을 별 일 아닌 듯

별 일 아닌 것을 별 일인 듯 떠드는 이들

 

"전쟁에서 소리없이 무수한 적을 살상하는 무서운 생화학무기가

저 안에서 실험되고 있습니다"

"저들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당장 철수해야 합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청산하고 남북이 평화통일해야 합니다"

 

이들의 단촐한 외침에 주한미군은

50번을 쓸려갔다 흔들렸다

우리는 안다

감만동은 안다

8부두의 바람은 안다

 

그리 별 일은 아니었다

그저 감만동 사람들에겐 머언,

부산 감만동 미군기지의 생화학실험을

고발한 것 뿐이다

찬 비에 젖으며

70년간 반복되던,

그래서 무감해진 미군범죄 이야기에도

새삼스러운 듯 분노한 것 뿐이다

세찬 바람을 등지며

신문에 실려 날아가던 불평등한 한미관계 뉴스를

붙잡아 소리내 전해준것 뿐이다

100년만의 폭염을 버티며

 

정월이 돌아 다시 정월이 된 날에

그들에게 말해주자

길은 투쟁하는 이들의 것임을

미래야말로 그런자들이 갖는 것임을

가장 처음 희망을 발견하는건

희망을 찾던 이들이라고

노래불러주자

8부두가 다시 바닷바람과 갈매기들과

낯선 낚시꾼들과

감만동 주민들의 넉넉한 자리로 될 때까지.

 

 

▲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방송 진행자들.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대진 통신원
▲ 직접 참석하여 축사를 해주신 김은진 민중당 남수영위원회 위원장     © 이대진 통신원

 

▲ 부산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학생의 바이올린 연주와 시민이 보내준 자작시를 낭송하는 진행자     © 이대진 통신원
▲ 부산대학생진보연합 대학생들의 축하공연     © 이대진 통신원

 

▲ 미군 철수의 의미를 담은 즉석 돌잡이를 진행하는 참가자들     © 이대진 통신원

 

▲ 미8부두 반환, 미군철수라고 쓰여진 케익을 자르는 진행자     © 이대진 통신원

 

▲ 민중당 용당감만우암 엄마분회에서 준비해준 돌떡     © 이대진 통신원
▲ 문제풀이시간을 준비한 진행자 오륙도 작은아지매     © 이대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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