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인 약산 김원봉을 언급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난을 가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6월 10일 백선엽을 만나서 “백 장군께선 국방 초석을 다지셨다”, “김원봉이 최근 우리 국군의 뿌리가 됐다는 정말 말이 안 되는 얘기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황 대표의 말은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된 통합 광복군이 광복 후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한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일이 있고 난 뒤에 ‘한국군의 뿌리’를 어떻게 둘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한국군의 뿌리’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을 위해 싸웠던 ‘항일독립 무장운동’으로 봐야지 백선엽과 같은 ‘친일’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백선엽은 만주국 육군 군관학교 제9기로 졸업하고 만주국 장교로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하다 중위 때인 1945년 광복을 맞았다. ‘간도특설대’는 조선인 독립군을 소탕하기 위해 창설된 기구로 실제로 항일 독립운동 세력 토벌에 투입되었다. 또한 백선엽은 윤봉길 의사가 목숨 바쳐 폭사시킨 시라카와 요시노리 일본군 대장의 이름으로 창씨개명까지 했다고 한다. 백선엽은 만주군 중위로 있을 때 1945년 광복을 맞았으며 1946년 미군정기에는 남조선 국방경비대에서 활동하였고, 1949년 제5사단장이 되었으며 1950년 한국 전쟁에 대한민국 국군 장군으로 전쟁에 참전했다. 퇴역 후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교통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백선엽은 간도특설대의 활동에 대해 “민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평화로운 생활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칼을 쥐고 있는 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히는 등 자신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고 있다.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자 명단의 군 부문에 수록됐으며,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다.
1945년 해방 이후에 미군정이 실시되면서 과거에 친일했던 인물들이 다시 미군정에 등용되면서 우리는 제대로 된 친일파 청산을 못 했다. 영화 ‘암살’에서 염석진(이정재 역), ‘덕혜옹주’의 한덕수(윤제문 역)라는 인물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치욕스러운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은 친일파 출신 군인의 흔적을 아예 없애는 것부터 시작된다.
백선엽의 친일 행적은 앞에서 서술했기에 대표적인 친일파 김창룡과 유재흥을 살펴보자.
김창룡은 일제 강점기 때는 관동군헌병으로 독립군 소탕하는 데 앞장섰다가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위세를 업고 오히려 권력의 칼을 휘두른 사람이다.1940년, 김창룡은 만주에서 일본 관동군 헌병에 입대했다. 그는 헌병의 정보원으로 2년 동안 무려 50여 개의 항일조직을 적발해 관동군 헌병 오장(현재 하사관)으로 특진했다. 해방 후에는 여순사건을 거치면서 그는 군부에 대한 피의 숙청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오른팔이 되기에 이른 인물이다. 또한 김구 선생 암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한 인물이다.
유재흥은 2대에 걸친 ‘부자 친일 장교’다. 그의 부친 유승렬은 일본 육사(26기)를 졸업한 뒤 태평양전쟁에 참전해 육군 대좌(대령)를 지냈다. 아버지 뒤를 이어 일본 육사(55기)를 나왔다. 유재흥은 1943년 보병 대위 시절 이광수, 최남선 등과 함께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조선인 학병 지원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연설에서 자신은 일본 육사를 나온 중위로서 아침저녁으로 천황을 지키고 있다고 소개하고, ‘지금 우리 조선인은 우리의 가치를 일본인에게 충분히 인식시킬 기회’이며 ‘이 시국에 일본 군대 장교로서 능력을 가진 조선인 학생들이 군에 들어가 밑에 거느린 일본 병정들을 가르쳐 주면서 임무를 완수하면 그 성과는 조선인을 위한 일이 될 것’이라고 군 입대를 종용했다. 유재흥은 해방 후에는 3대 합참의장과 19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친일파 군인들이 비단 백선엽, 김창룡, 유재흥 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예로 초대 육군 참모총장부터 21대까지는 다 일본군 출신이다.
그런데 친일파 군인들이 버젓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고 지금도 전 국방부장관, 육군참모장, 한국전쟁의 영웅 등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 군대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데는 ‘뿌리’도 제대로 정립하고 친일파 군인들의 행적을 아예 없애야 한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립현충원에 <친일인명사전> 등재자 76명이 묻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중 일본군 또는 만주군 장교 출신이 50명으로 가장 많다고 한다. 김창룡과 유재흥 묘지 모두 국립현충원에 있다.
친일파 출신의 사람이 군대 내에서 계급을 받은 것과 서훈은 박탈하고 현충원에 묻혀 있는 사람들의 묘지는 파버려야 한다.
이는 군 친일청산의 일환이자 적폐 청산의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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