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604] 무식의 3벽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8/09 [10:16]  최종편집: ⓒ 자주시보

 

며칠 전 조선(북한)이 연거푸 발사체들을 쏴서 방사포냐 탄도미사일이냐는 쟁론이 벌어졌을 때, 어느 한국 네티즌은 관련 기사에 북한 방사포는 정밀도가 떨어지기에 두려울 게 없다는 댓글을 달았다. 조선이 목표를 명중했다는 보도를 무시하는 용기도 놀라웠지만, 방사포란 적게는 10여 발, 많이는 수십 발, 방사포군이라면 수백 발이 넓은 지역을 강타하는 무기라는 상식도 모르는 게 더 놀라웠다. 

 

그런데 오늘은 더 무식한 사람들의 용감한 발언을 접하게 되어 거듭거듭 웃었다. 홍콩 사태에 중국인민해방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언론에 오르내리니 시위를 하던 사람들이 채팅방에서 한 말이다. 

 

▲ 홍콩 시위 단체 채팅방     ©중국시민

 

그 주장인즉, 

홍콩에는 곳곳에 빌딩, 층집들이 가득하고 낡은 구역 주위에는 오솔길들이 나있다. 해방군이 도시에 들어오더라도 우리는 시가전(골목전), 유격전을 할 수 있다. 미군, 유엔군이 지원할 때까지 견지한다. 

캡처화면이 퍼지면서 숱한 조롱을 불러일으켰다. 

유격전의 원조와 유격전을 하겠다는 게 정상인가? 

유격전, 시가전은 인민해방군이 오래 전에 써먹은 것들이다. 

유엔군과 싸워본 적 없는 것도 아닌데 뭐. 

조선전쟁 이후 싸울 수 있는 유엔군은 금지되고 유엔평화유지군만 존재한다. 그런데 유엔평화유지군의 수십 %가 중국인민해방군이다. 

미군이 타이완도 지켜주지 못하는데 홍콩의 항구에 어떻게 다가간단 말인가? 

중국은 유엔 5대 상임이사국의 하나로서 그 누가 유엔군을 조작하겠다면 1표 부결권이 있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정말 무섭다....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정보들을 접촉할 수 있다는 홍콩인들이 통제를 받는다는 대륙인들과 대화하면 무식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이번 사례는 직접 대화는 아니지만 일부 홍콩인들의 무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홍콩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면 중국인민해방군이 개입하여 정세를 안정시킨다는 건 홍콩기본법에 명시된 조항이다. 그런데 해방군이 개입할 지경까지 이를까? 아직은 아니라고 보이고, 또 침묵하던 홍콩인들이 차차 나서면서 정세가 바뀔 전망도 없지 않다. 특히 미국과 대만의 배후조종 증거들이 드러나면서 시위자들의 정당성이 질의를 받기 시작하는 판이다. 

 

요즘은 아주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며칠 전 시위대들이 홍콩 북단의 베이쟈오(北角)구를 공격했는데, 필자로서는 지난 번 위안랑 공격도 이해하기 어렵거니와 베이쟈오 공격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시위대들이 홍콩의 18개 구를 모두 돌아가며 공격할 것인가며 웃었는데, 현재 추세로는 18구 번갈아 공격이 성사될 것 같지 않다. 베이쟈오에서 반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베이쟈오는 워낙 보도에 오르지도 않던 조용한 고장인데 시위대들이 공격하다가 일부 주민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몽둥이질 주먹질이 오가다가 머릿수가 더 많던 시위대가 한때 우세를 차지했으나 참여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시위대가 쫓겨나고 말았다. 베이쟈오구에는 푸졘성(福建省, 복건성)출신 사람들이 많아 “샤오푸졘(작은 푸졘)”이라고도 불리는 고장인데 그 고장 출신들은 끈끈한 단합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충돌이 일어나자 홍콩의 푸졘출신 사람들이 성원과 연대를 표시했고 푸졘 사람들도 앞다투어 홍콩행 고속철도 기차표를 끊어 지지하러 간다고 알려졌다. 지금까지 시위대들은 인터넷에서 푸졘 독립을 고취(이 또한 굉장히 웃기는 짓이다)할 뿐 다시 베이쟈오를 공격하지 않았는데, 현재 추세로는 공격해보았자 더 많아진 푸졘 출신 홍콩인들과 푸졘성 지원자들을 이길 가망은 0이다. 

 

이리하여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해결책이 생길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푸젠 사람들이 민간 지원자 신분으로 가서 친척들과 친구들을 돕는다면, 다른 고장 사람들이 가서 힘을 낼 수는 없겠는가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홍콩행 통제를 조금만 풀기만 해도 민간의 힘이 홍콩 시위대들을 여러 배의 우세로 누를 수 있다. 홍콩 시위대로서는 베이쟈오 공격이 자는 범의 코털을 건드린 셈이다. 

 

홍콩 문제란 결코 홍콩 한 고장의 문제가 아니다. 타이완의 홍콩 개입 때문만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종합하여 7일에 중국의 영화 관리 부문은 대륙 영화작품들이 이제 곧 진행하게 될 타이완의 제56회 진마쟝(金马奖금마상)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타이완 당국과 영화계 인사들이 그 소식을 접하고 몇 마디 반발했는데, 8일에는 홍콩의 여러 영화인들이 자기 작품들을 진마쟝에 출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류더화(유덕화), 런다화(임달화) 등 쟁쟁한 배우들의 의사 표명은 홍콩인들에게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하여 제56회 진마쟝은 타이완 영화들이나 상영, 평가될 판이라 “중국어 영화권에서 최고 영화제”라는 이미지가 무색해진다. 

 

한때 타이완은 대륙보다 잘 사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근년에는 웃음거리로 된다. 8일 중국 인터넷에서는 타이완 모 티브이프로가 대륙인들이 짜차이(榨菜, 스촨성에서 제작되는 짠지의 일종)를 먹지 못한다고 가난함을 비웃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새로운 웃음거리를 선사했다. 사실 짜차이는 싸구려가 1위안에 1봉지, 좀 비싸면 2위안에 1봉지라 누구나 다 사서 먹을 수 있는 식료품인데 근년에는 싱겁게 먹어야 몸에 좋다는 설이 퍼지면서 예전보다 잘 사 먹지 않는 형편이다. 인터넷 시대에 타이완 매체들이 잠깐이면 드러낼 거짓말을 해대는 현상을 정상적인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여 모바일에서는 저 타이완 사람의 머리를 해부해서 뭐가 들어있나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저 머리는 써 본 적 없는 거의 신품이니까 값이 꽤나 나갈 거다 등등 농담이 퍼진다. 

 

한국의 극우 보수 매체와 인사들의 주장들을 많이 접하던 시기에 필자는 같은 민족으로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요즘 홍콩 사태 덕분에 홍콩과 타이완에서 나오는 기막힌 주장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이상하게도 속이 훨씬 편해졌다. 중국어로 말하는 씬리핑헝(心理平衡, 심리평형)이 이뤄진 모양이다. 무엇 무엇의 쌍벽이라는 말을 한국에서 곧잘 쓰던데 일부 한국인, 타이완인, 홍콩인들은 무식함의 3벽을 이룬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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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함의 4벽 19/08/10 [08:36]
트럼프와 그 일당 포함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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