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608] 조국 논란 관람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9/06 [22:57]  최종편집: ⓒ 자주시보

 

10여 년 전 당시 <자주민보> 이창기 기자가 한담 중 갑자기 어떤 사람들이 자기를 “강남좌파”라고 비난한다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내가 무슨 “강남좌파인가? 조국 교수 같은 사람이야말로 ”강남좌파“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강남 좌파“도 ”조국 교수“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후에 호기심으로 하여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개념과 인물에 대해 대충 알게 되었으나 곧 관심을 꺼버렸다. 그의 전공인 법학이 워낙 필자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고 발언이나 주장도 진중권 교수의 것들보다 훨씬 재미가 덜했기 때문이다. 

 

2017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진영에 조국이란 인물이 참여하니 전날 그 조국이구나 정도로 생각했고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으로 된 뒤에도 특별히 주목하지 않았다. 30년 전에 전대협 의장이었다가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된 임종석이란 인물은 그 경력과 운명의 극적인 변화로 하여 흥미롭게 눈여겨보았다만. 

 

지난 8월 초순의 끝자락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사노맹 경력이 언론들에 보도되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 청년 조국이 그런 조직에서 활동한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개혁의 적임자로서 조국 후보를 내세웠을 텐데 그 경력 때문에 발목이 잡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빨갱이 따위 딱지를 찍어 누군가를 사장시키는 건 보수적인 한국 정치인들과 언론들의 장끼였으니까.

 

그런데 웬걸, 전날의 경력은 곧 뒤로 밀려나고 사모펀드, 동생 부부의 이혼 진위, 딸의 논문 등등으로 이슈가 바뀌다가 어느 시점에서부터 딸이 동양대 총장 명의로 된 표창장을 받았느냐가 열띤 쟁점으로 변했다. 어렵사리 열린 9월 6일 청문회에서도 그 표창장이 적잖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고급중학교 시절 교실에서 제일 많이 웃음이 터진 교과서 내용은 19세기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단편소설 『주장(주지사) 선거 경쟁』이었다. 특히 머리카락 색깔이 다른 애들이 여럿이 집회에서 소설 주인공을 아버지라 부른다는 대목이 제일 웃겼다. 경쟁 적수들은 소설 주인공의 도덕적인 흠결을 날조함으로써 주지사 자격이 없음을 강조하였고 갖은 루머와 공격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결국 경쟁에서 퇴출한다. 

 

한국 선거 경쟁들에서 사생아는 등장하지 않았으나 적수 깎아내리기와 자기편 지키기는 수법의 다양함과 공방의 치열함이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훨씬 넘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2007년 이명박 후보가 BBK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는데도 그 말에 주어가 없기에 회사 소유주가 이명박이 아니라는 해석이었다. 그 해석자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임은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 나온 보도로 알게 되었다.

 

이번 조국 후보를 둘러싼 문제는 선거 경쟁이 아니지만 엔간한 선거를 능가한다. 본인이 아니라 엉뚱하게 가족 특히는 딸이 주역으로 된 게 암만해도 황당하다. 정공이 통하지 않으면 우회 공격을 하는 게 군사 상식이기는 하지만, 정치에서 그렇게 쓰이다니 놀랍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사법개혁, 검찰개혁 적임자라고 생각해 지명했고, 조국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고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논란이 커졌을 수도 있겠다. 만약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아니라 다른 무슨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었더라면 논란이 이 정도로 커졌을까? 

 

조국이란 인물을 잘 알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필자는 단 교수 출신으로 정계에 들어선 사람들이 잘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에 그가 법무부 장관 적임자다, 차기 대선 여권 후보감이다 등 주장이 나올 때 회의를 품었던 정도이다. 

 

그런데 깨끗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수십 년 가졌던 조국이란 인물이 참혹하게 털리는 걸 보면서 그게 조국이란 개인의 문제 폭로와 이미지 실추만이 아니라 이상한 걸 물고 늘어지는 한국 정치의 실패가 아니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한때는 청문회가 정당과 정객들의 중요한 무대였고 “청문회 스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로 청문회 스타로서 정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번 조국 청문회는 뭔가 새로운 큰 걸 터뜨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시시껄렁한 질문들이 난무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실망스러워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단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문회 전에 외부유출이 금지된 조국 딸의 고등학교 자료 등을 제시하면서 위법행위라는 비판을 받긴 했다만 “청문회 전 스타”의 지위를 굳혔다. 이러다가는 무섭고 큰 문제를 잘 준비했다가 청문회에서 탁 터뜨려 후보를 당황하게 하는 “청문회 스타”보다 “청문회 전 스타”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조국과 그 가족 털기를 계기로 혹시 큰 꿈을 가진 정치인들이 자신과 가족을 더욱 잘 통제하여 꼬리 잡힐 언행을 삼간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게 깨끗한 정치인이 무슨 후보로 나오기까지는 20년쯤은 걸리겠다. 현재 한국 정치권 생태는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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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19/09/07 [17:53]
그런 도덕적 잣대를 내세우는 자한당 것들이 가장 부도덕한 망종들이라는 사실. 수정 삭제
한국인 19/09/08 [11:40]
현정부 '사법개혁'의지의 단초는 노무현당시 '장수천','논두렁시계'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될때, 담당검사의 첫마디는 '니가 대통령..이래메..? 넌 파렴치범..'하는거였고.. 바로 그말이 그를 절벽으로 밀어버렸다는 후문임. 정치성검사의 이런 언동행태는 뿌리뽑아야..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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