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612] 한국 언론의 입장, 기자의 수준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9/21 [14:02]  최종편집: ⓒ 자주시보

 

몇 달째 지속되는 홍콩 사태 덕분에 한국 언론들을 해부해보게 되었다. 서방언론 베끼기든 자체 보도든 모두 일정한 틀에 맞추었으니, 정부와 경찰, “친중” 시위대는 나쁘고 반대파 시위대는 좋다는 식이다. 

 

시위대가 감시 우려를 이유로 스마트 가로등들을 절단해버린 건 사진에 문자를 곁들어 보도하면서도, 잘라낸 가로등에서 미국 회사의 제품들이나 나와 그런 우려에 아무런 근거가 없었음은 슬쩍 빼고, 또 그런 스마크 가로등 1대가 230만 홍콩달러로서 시위대가 엄청난 손실을 사회에 끼친 건 보도하지 않는다. 

 

경찰이 지하철 차량에 들어가 시위대를 체포한 건 폭력성과 과도한 대응을 대서특필하면서도, 시위대의 파괴행위로 지하철이 수 천 만 원 홍콩달러에 해당되는 손실을 보았다는 회사 책임자의 지적은 보도되지 않는다. 

 

홍콩 경찰이 시위 참가자들을 고문하고 폭행했다는 엠네스티 주장은 전하면서도 홍콩 경찰의 반론은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 

 

이런 편파성 보도를 통한 여론몰이는 분명 언론이 표방하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시키는데 그나마 이해는 할 수 있다. 중국의 유행어 “엉덩이가 머리를 결정한다(屁股决定脑袋)”처럼 언론사와 기자들의 입장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정해줬을 테니까. 

 

홍콩 행정장관이 다음 주 목요일에 시민들과 대화를 하려는데 전제는 헬멧과 방독마스크 착용 금지이다. 이제 대화가 진행되면 한국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할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한국 언론들이 홍콩이나 중국 대륙에 대해 보도하고 분석할 때 중국어를 잘 몰라서 범한 오류들이 엄청 많다. 여러 해 동안 필자가 지적한 횟수를 이루다 헤아리기 어려우나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 기자들의 중국어 능력만이 아니라 영어 능력도 의심스럽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연합뉴스 기자가 20일 중국 광둥성에 있는 화웨이 회사의 생산 현장과 전시장을 탐방하고 화웨이의 “마이웨이”를 부각시킨 기사에는 전시장 “갈릴레오홀” 입구 프런트에 전시된 엽서를 이렇게 소개했다. 지적재산권 침해인지 모르겠다만 그 주장과 문제점을 정확히 전하기 위해 사진과 문자를 그대로 인용한다. 

 

“입구 프런트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적 공격을 받아 심하게 손상되고도 무사 귀환한 미그기 모습이 담긴 엽서를 전시하며 대미 항전 의지를 내비쳤다.

 

▲ 미그기 그려진 화웨이 엽서     

 

군사 마니아라면 첫눈에도 알아차리겠지만, 비행기는 모양부터 미그계열과 전혀 다르다. 실제로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고 내려받아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다가 5월에 기자들에게 제시하여 유명해진 사진 속의 비행기는 런 회장이 말했듯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IL-2 비행기(第二次世界大战的这架伊尔2飞机)”이고, 사진 속 위의 엽서에도 한자로 “이얼2페이지(伊尔2飞机)”가 씌어졌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시기 수많은 독일군 탱크를 박살낸 소련제 비행기로서 미그기와는 혈통부터 다르다. 미그기를 중국어로는 “미거페이지(米格飞机)”라고 표기한다. 보다시피 한자가 다르다. 중국에 가서 중국 회사의 형편을 알아보는 기자가 중국어 기본 해독능력이 없는 것도 황당하지만, 더욱 황당한 건 아래쪽 영어 엽서에 분명히 “IL-2”라고 비행기 모델명이 적혔고, 미그--“MIG”는 등장하지도 않았는데도 “미그기”라고 단언한 사실이다. 기자의 용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 수준으로는 화웨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물론, 단순한 사실마저 제대로 전하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기자들은 외국어만이 아니라 우리말, 우리글 받아쓰기에서마저 허점을 드러낸다. 

 

며칠 전 모 언론이 어느 탈북자의 이야기와 주장을 전했는데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 조선 선생이 북한으로 가서 초대 북한의 공업사에 계셨는데, 제자들한테 편지를 보냈대요.”

 

“초대 북한의 공업사에 계셨”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조선(북한)에는 “공업사”라는 개념이 워낙 없고 그것도 앞에 초대를 붙이면 더구나 이상하다. “초대 공업” 뒤에 뭔가 붙어서 말이 되자면 “초대 공업상”이 가능하겠다. 공업상이라면 내각에서 공업을 담당한 상 즉 부장, 장관으로서, 조선에서 기계공업상, 금속공업상, 경공업상 등으로 세분하지만, 초기에는 모두 공업상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역사의 진실을 필자가 여기서 밝힐 능력은 없다만, 말이 되지 않는 글이 발표된 건 심각한 문제다. 그 탈북자가 잘 몰라서 “공업사”라고 말했던지 기자가 어림짐작으로 받아쓴 다음 탈북자에게 확인해보지 않았던지…

 

어머니들의 수준이 민족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기자들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을 결정한다. 한국 기사들을 접할 때 등골이 괘나 섬뜩해질 때가 많다. 혹시 어느 분이 “중국엔 언론다운 언론도 없으면서 어쩌고 어쩌고”식의 논리를 펴면 응대하지 않겠다. 그런 주장이 한국 자체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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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형 언론은 미국이 기르는 돼지 19/09/22 [09:48]
▶ 한국 언론은 트럼프와 그 일당이나 미국에 좋지 않은 보도는 대문에 올리지 않거나 잠시 올리고 내리거나 늦게 보도하고 별 지랄을 다 한다. 재선이 다가옴에 따라 트럼프의 비리가 쏟아져 나오고 미국 언론이 트럼프를 돼지 잡듯 보도하는데 미국에서 돈 봉투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 언론 입장에서는 이런 보도를 고민하는 게 역력하다. ▶ 중국 언론도 미국과 관계가 좋을 때는 굳이 미국을 욕할 이유가 없겠지만 미국이 무역전쟁 등을 하며 중국을 식민지 다루듯 지랄을 떨면 봐주는 것 없이 바로 조져버린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언론이 소형 진보 언론밖에 없고 돼지 같은 대형 보수 언론은 대가리를 굴리며 약하게 보도한다. 트럼프와 그 일당이 다른 나라를 해코지하는 일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렇다. 한국 언론은 미국 정치에 통제되고 있어 프로파간다 같은 이런 언론 보도만 읽고 믿는 건 편협한 인간이 되기 쉽다. 수정 삭제
돼지치기께 19/09/22 [10:43]
바로 위에 댓글에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에서 돈 봉투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 언론 입장에서는 ... 이건 말이 되지않습니다. 왜냐? 알아서 기는데 왜 봉투를 건넵니까? 오히려 눈 한번 흘기면 바로 꼬리를 말텐데 뭣하러 준답니까? 그 이유는 그 다음에 잘 설명해놓구서. 돼지 같은 대형 보수 언론은 대가리를 굴리며 약하게 보도한다. 트럼프와 그 일당이 다른 나라를 해코지하는 일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렇다. 한국 언론은 미국 정치에 통제되고 있어 프로파간다 같은 이런 언론 보도만 읽고 믿는 건 편협한 인간이 되기 쉽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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