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613] 정수리의 대못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9/09/24 [13:41]  최종편집: ⓒ 자주시보

 

“정문일침”이란 코너의 이름은 이창기 기자가 지었다. 인터넷 신문 이름이 바뀌면서 원래 600여 편 이어오던 “새록새록 단상”도 더 쓰지 말기로 했는데, 맞춤한 새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니 이창기 기자가 “정문일침”을 제의했다. 그 말을 몰라서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정수리에 침을 놓는다는 뜻임을 알게 되어 2015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또 600편을 넘겼다. 사실 필자가 정수리에 침 기보다 훨씬 전에 알게 된 건 좀 무서운 이야기다. 

 

옛날 중국 어느 현의 지현(군수 격)이 가마에 앉아 길을 가다가 발인하는 대오를 만나니 장례를 중지시켰다. 이유는 죽은 사람 아내의 울음소리에 슬픔이 없다는 것. 지현의 지시에 따라 형사 사건을 맡은 관리가 시체를 검사했으나 상처 하나 발견하지 못해 집에 돌아와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관리의 후처가 영문을 물어 관리가 알려주니 후처는 대뜸 정수리를 검사해보라고 조언했다. 관리가 다시 가서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정수리를 살펴보니 대못이 박혀있었다. 곧 지현에게 보고하니 지현이 관리를 칭찬하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관리는 후처의 공로라고 대답하자 지현은 낯 색이 확 변하더니 후처의 전남편 무덤을 파헤치고 관을 열어 시체를 검사하게 했다. 그 시체의 정수리에서 대못이 발견되었다. 하여 살인한 두 여인은 엄벌을 받게 되었다. 

 

30여 년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졌다는 보도가 나오니 많은 사람이 반겼으나, 일부 정객과 보수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가 조국 사건을 덮기 위해 일부러 그 시점에서 소식을 흘렸다고 의심했다. 공소시효도 지난 사건을 괜히 떠드는 게 의심스럽다는 “합리한 의심”도 근거로 거들어졌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이유가 없다.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대형이슈를 터뜨리는데 이골이 튼 사람들이야말로 진실 여부를 불문하고 남을 의심하지 않겠는가. 

 

순전한 형사 사건도 정치적 해석을 가하는 상황을 보면서 법치국가와 법치라는 개념에 의문이 짙어진다. 전에도 꼭 같은 자료들과 증거들을 놓고 1심과 2심에서 다른 판결이 나오는 현상을 접하면서 도대체 법을 누가 해석하느냐는 의문이 생겼었다. 법조계 출신의 한국 정치인들이 법을 어기는 언행을 밥 먹듯 할 때에는 그들이 법을 배운 목적이 뭐냐는 의문도 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법을 지키려고 법을 어기지 말려고 배우는데, 어떤 사람들은 법을 피하려고 법에서 빠져나가려고 배우지 않았을까?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과 충돌이 점점 거세지는 추세다. 23일에는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 집을 압수수색했고 조국 측은 법적 대응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조국 장관도 조국 측 변호사들도 모두 법을 정통한 사람들인데, 어느 편의 주장, 어느 편의 해석, 어느 편의 행동이 법에 맞고 올바른지 헷갈린다. 

 

하느님과 염라대왕이 심하게 다투다가 이기지 못하겠으니 소송을 걸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씩 웃으며 말하기를 

 

“변호사들이 천당에 있을까? 지옥에 있을까?” 

 

변호사들이 죽어서 천당에 올라가든지 지옥에 떨어지든지 인간과는 상관없지만, 현실 사회에서 법을 잘 알고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인간의 운명을 좌우지한다. 법을 이용하는 정객들은 나라의 운명까지 흔들 수 있다. 괜히 섬뜩하다. 어찌 보면 자는 사람의 정수리에 대못 박기보다 더 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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